본문 바로가기
Book/독서일기

[독서일기] 그녀는 왜 우산을 쓰지 않았을까?

by 하늘땅소망 2017. 11. 21.

[독서일기] 그녀는 왜 우산을 쓰지 않았을까?

20171121일 화요일

 

방금 전문우의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빠졌을 때>(누림 북스)를 읽었다. 어제 도착한 책인데 아내가 먼저 읽고 난 오늘 오후부터 읽고 세 시간만에 다 읽은 책이다. 나와 전혀 상관없다 생각했던 우울증, 2년 동안 급격한 삶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나는 수도 없는 자살 충동에 휩싸였다. 삶이 무기력해지고, 매사에 재미를 잃었다. 그렇게 좋던 독서 마자도 종종 영혼 없는 육체처럼 멍해지기 일쑤다. 지금이 아내를 만나면서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혼자 힘겹게 살아온 아내 역시 자살충동을 느꼈고, 종종 우울감에 빠진다. 그런탓인지 아내는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식처럼 감싸주고 대해 주었다. 이것이 창조적 힘이란 걸까? 아내는 아무리 생각해도 훌륭하다. 나의 우울이 이기적 욕망이라면, 아내는 우울감을 창조적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나도 서평을 썼고, 아내도 서평을 썼다. http://392766.tistory.com/3251 / http://huuka.tistory.com/65

 

나는 읽는 느낌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 내려갔고, 아내는 정식 서평다운 서평을 썼다. 그런데 남자인 내가 전혀 발견하지 못한 표지를 언급한다.

 

이 책은 표지부터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든 사람과 우산을 채 펼치지 못한 한 여자가 보인다. 우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는 우산을 펼치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알고 있는 것일까? 빗방울이 그녀의 머리 위에는 그려져 있지 않다. 채 우산을 펼치지 못한 그녀를 내리는 비만은 그녀를 빗겨 내리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조금은 더 견뎌낼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펼치면 친절한 편집자에 의해 의식하지 못한 채 치료를 경험하게 된다. 바로 Color Therapy. 노랑, 보라, 초록, 빨강으로 이루어진 각 Chapter들은 우울한 마음을 따듯하게 감싸 안고 새로운 열정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정말 그랬다. 그녀는 우산을 쓰지 않았다. 왜 우산을 쓰지 않았을까? 표지 디자이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아내의 말처럼 우산을 펼쳐지지 못한 것일까 않은 것일까? 표지를 들여다보면서 저 여인은 무슨 마음일까? 우울증에 걸린 걸까? 우산을 펴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우산을 펼 힘이 없을까? 답도 없는 질문을 계속한다.

 

한 하늘 아래 살지만 모두 비를 피하려고 애쓴다. 한 여인만 피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아마도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한 없이 피곤하고, 잠이 온다. 무기력해지고, 뭔가 하고 싶은 생각이 점차 희미해진다. 수없이 자살충동을 느낀다. 전문우는 우울증에 걸린 20%의 사람이 자살 시도를 한다고 한다저자는 마지막에 우울증을 '마음의 뼈'가 부러진 상태라고 말한다.(307)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단순한다.

 

"다정하게 말을 들어주는 것은 우울증이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들은 따뜻한 위로와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302)

 

표지를 보고 있으니 고 신영복 교수님의 글귀가 생각난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바울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12:15)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누군가를 돕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함께 한다는 것은 더욱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울한 사람을 돕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같이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으로 돕는 것이 아닐까? 표지의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것도 좋지만, 같이 비를 맞으며 걸어준다면 더욱 귀한 일이 리라. 오늘 아내의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겨울이 되니 집이 춥다. 넷째가 춥다고 셔츠 하나 사달라고 한다. 작년에 두 벌을 샀지만 갑자기 크는 바람에 옷을 새로 사야 했다. 옷 하나에 몇 만 원씩 하는 시대에 뭐 하나 사주려고 해도 손이 떨린다. 그래서 남부시장에 반찬거리를 사려고 들렸을 때 중고 옷가게에 들렀다. 그리 헐지 않은 것을 골라 검은 비밀 봉지에 담아왔다. 3-4만 원에 살 옷이지만 그곳에서는 잘만 고르면 썩 괜찮은 곳을 오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전에는 입으려고도 하지 않던 아이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니 군말 없이 입는다. 마땅한 옷이 없어 한 참을 골랐다. 집에 돌아와 입혀보니 조금 크다. 하지만 보기에 잘 어울린다.

 

오늘은 마음이 참 좋다. 아내의 멋진 서평을 읽으니 행복해진다. 싼 값에 넷째 옷을 사서 좋다. 가끔 우산 쓸 힘도 없이 우울한 날도 있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복들이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