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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2013년 12월 15일 책벌레 이야기

샤마임 20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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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2013년 12월 15일

 

책벌레 이야기

 

벌레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다. 사회에 부정적(否定的)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향해 ‘벌레 같은 인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책벌레는 부정적이지 않다. 책에 미쳐 지내는 사람이다. 왜 그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모든 단어는 양면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모든 단어를 확인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단지 추측할 도리 밖에.

 

이번에도 알라딘에서 두 권의 책을 구입했다. 한 권은 톨킨의 ‘호빗’과 릭 게코스키의 ‘케코스키의 독서편력’이다. 구입한 건 순전히 50% 세일한 덕이다. 알라딘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해 구입했다. 호빗은 지금 호빗이란 영화가 뜨고 있어서 원작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충동 구매한 것이고, 게코스키Rick Gekoski의 책은 오래 전 보관함에 넣어 둔 걸 세일하는 것을 알고 함께 구입했다.

 




게코스키의 평은 썩 좋지는 않는 것 같다. 그들이 어떤 관점에서 수준에서 이야기하는지는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알 길은 없지만, 책을 사는 데 약간의 주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부정적 서평에 사기를 그만둘지도 모른다. 내(內)표지에 소개된 게코스키는 맘에 든다. ‘세계 최고의 북맨bookman, 말 그대로 문인이자 학 겸 서적상, 독서인이다. “내가 읽는 책이 나를 만든다.”는 명제를 이 재기 넘치는 독서회고록은 유감없이 입증한다.’ 소개하면 이 정도다.

 

그는 읽기와 삶, 삶과 읽기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독서회고록’bibliomemoir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 책은 아마도 자신의 독서이력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여겨진다. 미국 태생이면서 영국 옥스퍼드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7년까지 워릭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교수한 이력이 있고, 이후 서적상으로 활동했다. 이뿐 아니라 방송인으로 저술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적지 않는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목차를 훑어보면 그다지 명확하게 주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목차의 불투명함은 곧 주제의 불투명함이다. 독자들은 게코스키의 회고록적 성향을 잘 읽지 못한 탓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을 수도 있다. 제목을 몇 개 인용하면, ‘01호튼과 메이지’ ‘02책에 물칠하기’ ‘06예이츠와 보낸 세월’ ‘11고도의 편성’ 이런 식이다. 어떤 것은 이해가 될 듯하지만, 어떤 제목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책을 펼쳐 추측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보았다. 프롤로그부터 책을 파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현실감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더 읽었다. 다음 장을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어릴 적 책읽기의 추억이 담겨있다. 자신이 어떤 과정으로 책벌레가 되었는지 차근차근 소개할 심산(心算)인 듯하다. 목차의 순서를 보면 그렇게 나가면서 가끔씩 중요한 주제는 잠깐의 틈을 벌려 깊게 다루는 형식이다. 김열규교수가 일목요연하게 독서경험을 서술한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난다. 아마도 이러한 서술방식이 독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한 듯하다.

 

그럼 나는? 당연히 최고의 긍정(肯定)의 반응을 보인다. 앞의 몇 장을 읽고, 임의대로 펼쳐진 페이지를 펼쳐 행간을 살펴가니 가히 최고의 독서가다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이 책을 부정적으로 보는가. 막 저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심장 떨리게 하는 문장 몇 개를 소개한다.

 

“나는 먹는 것과 숨 쉬는 것을 멈출 수 없듯이 읽기를 그만둘 수 없다. 버스를 타거나 화장실에 있을 때, 혹은 치과에서 순서를 기다릴 때처럼 아주 짧은 시간 혼자 있게 될 때 뭔가 읽을 것이 없으면 마음이 정말 편치 않다.”(22쪽)

 

“우리는 함께 단어를 소리 내어 읽었다. 싹트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읽는 법을 배울 때 반복되는 승리의 순간은 온기와 밀착감, 그리고 육체적 안락감과 영원토록 결합되어 있을 것 같다.”(33쪽)

 

“여기에 역설이 있다. 우리는 ‘타인의 정신’을 쐬지 않고서는 세계관을 형성할 수 없으면서도, 그렇게 함으로써 간접적이 되고 진정성을 잃을 위험을 갖게 된다. 문학은 우리의 경험인 동시에 경험의 대체물이 되기도 한다.”(78쪽)

 

자 어떤가! 탁월한 독서의 대가다운 경이로운 문장들이지 않는가. 그대가 만약 시큰둥했다면 당신은 진정한 책벌레가 아니든지 책을 혐오하는 안티독서가이다. 괴테의 말처럼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게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대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책을 통해 배울게 전혀 없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창조하셨지만, 책을 남겼다. 책을 읽지 않으면 하나님을 알 수 없고, 깊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 뿌리 깊은 나무는 가뭄에도 잘 자라듯 하나님의 말씀 책에 뿌리 내리는 사람은 삶의 가뭄에도 철을 따라 열매를 맺는다. 그리스도인들이여, 책벌레가 되라. 세상이 모든 책을 읽어라. 읽다가 미치든지 죽든지 하라. 특히 날마다 말씀책을 읽어라. 반복하여 읽고, 다시 읽고, 거듭 읽어라. 이것만이 살 길이다.

 

2013년 12월 15일 주일 새벽기도회 마치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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