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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꽃은 핀다.

샤마임 2019. 1. 31.

그래도 꽃은 핀다.

2019년 1월 31일 


그러보니 오늘이 1월 마지막 날이다. 한 달이 다 되도록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던 메마른 대지를 갈증을 호소한다. 이제 양산에 있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생소하고 낯선 양산. 이제는 어느 정도 눈에 익은 듯하지만,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한다. 삶은 부유하듯 흘러간다. 그러나 차곡차곡 쌓여진 누적된 일상은 삶이 결코 허망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아내의 권면으로 다시 시작하는 공부. 헬라어 교본을 꺼내 읽고 쓰고 연습하고 있다. 언제나 헬라어 성경을 끼고 살았지만 언어에 젬병이었던 나는 읽을 수는 있으나 정확한 문법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교본은 메이첸의 교본집을 기본텍스트로 삼아 재서술한 신성준의 <꼭 알아야할 293 그라마>이다. 의외로 설명도 잘 되어 있고, 읽기도 편한다. 책이 두꺼워 약간의 공포심을 주지만, 그건 알아가는 즐거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니, 창조적 스트레스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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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프다.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도 사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지 무엇이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이젠 체력이 되지 않는다. 여기 저기 아픈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한 없이 무너진다. 


거실에 현광등이 나가 마트에 갔다. 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 하얀빛이 은은히 번진다. 뭘까? 엇! 꽃! 한 겨울에. 그것도 최근들어 가장 추운 오늘 하필 꽃이 피다니. 몰래도 피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폰을 꺼내 한 컷 담았다. 


이 길은 아내와 종종 걸었던 길이다. GS 마트로 가는 횡단보도, 조금 더 가면 양산에서 가장 빵을 잘 만든다는 작크가 있다. 우린 이길을 걸어 남부시장을 갔다. 장날이면 이것저것 사서 남루한 일상에 기름을 칠했다. 그렇게 일년 반을 살고 아내는 먼저 대구로 올라갔고, 난 아직 아이들을 때문에 양산에 남아 있다. 문득문득 아픈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왜그리 아픈지...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고, 빈궁해진 삶으로 무거움을 더해 미안하다.  



삶은 결국 고독일까? 아니면 무상일까? 오늘 문득 한 겨울에 피어난 꽃을 보며, 그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꽃봉우리를 머금었을 시간을 잘 견뎠구나 싶다. 우리의 삶도 그리하리. 삶이 아프고, 믿음이 흔들리는 부조리한 생존의 현장 속에서도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나님 안에 있는 모든 자들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아픈 아내가 빨리 완쾌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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