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복음 / 서창희 / 생명의말씀사
친구를 위한 복음
서창희 / 생명의말씀사
기억의 지배, 복음의 지배
스무 살의 청년, 그는 티 없이 맑아 보인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의심하거나 신뢰 받지 못할 때 분노가 폭발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그는 떠났다. 초등학교 시절, 반의 지적 장애인 친구가 추행을 당했다. 선생님을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추행을 당한 학생에게 반 친구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지적장애인 친구는 티 없이 맑아 보이는 그 친구를 주목했다. 선생님은 교실에 감금하고 밤새 집에 가지 못하게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했다고 허위자백을 하고 말았다. 그 후로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범죄자로 낙인이 찍혔다. 티 없이 맑아 보이는 그 청년은 누군가 자신을 의심할 때 분노가 폭발했고, 격하게 반응했다. 그 청년은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에 지배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삶은 해석이다. 해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사건은 그저 기억으로만 머무르지 않’(156쪽)는다.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인해 마음은 상처를 입었고, 상처는 불신으로, 불신은 억울한 분노로 이어졌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지배한다. 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지배당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나쁜 기억에서 구원하시는 분’(160쪽)이시다. 요셉의 삶을 회상해 보자. 요셉은 형들의 잘못은 잊지 않았지만 지배당하지 않았다. 요셉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통해 일하심을 확신하고 나쁜 과거의 기억을 ‘하나님의 의도에 따라 해석’(162쪽)했다. 그렇다! 우리는 기억에서 구원 받아야 한다.
한사람교회 서창희 강도사는 묵직하다. 아직 이른 연배라고 얕볼 수 없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은 서창희 강도사를 통해 시대의 빛으로 부르셨다고 감히 믿는다. 전도서 강해집인 <내 인생,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에서 이미 저자의 위력을 맛보았지만 이번 글은 더 깊고 풍성하다. 그는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인생의 의미를 논하고, 3,7332개의 모발로 인간의 본성을 화제로 삼을 줄 안다. 하나님 없는 사람들은 소유로 존재를 규명하려 하지만, 인간은 소유가 아닌 존재 자체다. 하나님은 존재 그 자체로 자신을 드러내신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존재가 되라고 명하신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특별한 대상을 통해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 특별함 또한 주변의 경쟁과 자신의 무력함을 거치다보면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습니다.”(54쪽)
글은 어렵지 않다.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담소하듯 흘러간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실존의 현실과 마주한다. 존재의 의미를 묻고, 삶아 가야할 이유를 찾도록 돕는다. 누구의 글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다. 포기하지 않고 진득하게 삶의 이유를 물었던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삶, 소유, 자존감, 열등감, 의미, 용기 등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는 삶의 여로 속에 켜켜이 쌓인 질문을 풀어 놓는다.
마지막 장을 ‘부활’로 마치건 참으로 잘한 일이다. 친구처럼, 몇 년 더 삶을 경험한 형님처럼 부담 없이 다가온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함께 커피를 마시고 등등 툭툭 두드리며 ‘힘내 임마!’라고 음성을 듣는 착각을 일으킨다. 청년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참 좋은 책이다. 삶을 고뇌하는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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