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신화 / 헨리에타 맥컬 / 임웅 옮김 / 범우사
메소포타미아 신화
헨리에타 맥컬 / 임웅 옮김 / 범우사
일종의 간략한 소개서이다. 개요로 보기에도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대영박물관 신화 총서 2번이며, 저자는 헨리에타 맥컬이다. 그는 이집트학 전문가이며, 설형문자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다. 1999년 출간되었으니 벌써 21년이나 된 책이다. 제목을 <메소포타미아 신화>로 번역했지만 내용은 고고학과 신화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짧막하고 소개하는 내용이다. 4장부터 6장까지에서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중요한 부분들을 소개하고 정리하는 수준이다. 마지막 7장에서 ‘신화의 의미’란 제목으로 책을 마무리하지만 별다른 깊이는 느낄 수 없다. 저자는 결론에서 신들의 모습이 실제의 왕들에게서 비롯되었고, ‘특정 신들의 명성은 성소들과 그 근처의 주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고양’(167쪽) 되었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 구절이 저자의 핵심 관점일 것이다. 엘리아데나 레비스트로스 등의 신화 학자들에 의해 20세기 이후 신화는 원시적 열등한 개념이나 인류의 유아적 미숙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운명을 지배하는 실재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메소포타미아는 고대 앗시리아, 바빌론니아가 있었던 지역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불리는 이 지역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으로 티르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는 지역이다. 1장에서는 고대신화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 고고학적 사건과 학자들을 소개하고 정리한다. 여기서 ‘발견’은 철저히 서구적 관점을 전제한다. 1620년 경 이탈리아 귀족인 델라 발레가 동방 여행을 하면서 세 개의 각기 다른 형태의 쐐기형태의 문자로 왕국의 출입구에 새겨진 비문을 복사해 온다. 독일의 라틴어 교사였던 그로테펜트는 비히스툰의 비문을 발견하게 된다. 이 비문에는 고 페르시아어와 엘람어, 그리고 바빌로니아어가 기록되어 있었다. 1857년 이 비문이 해독되면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아마도 19세기는 고대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해로 기록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고고학적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1장을 마무리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대의 비문들이 구약성서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경이 ‘사실이다’라는 점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2장은 정의와 문학전승이란 제목으로 문학으로서, 실용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살핀다. 예를들어 고대 토판들이 글쓰기 연습용이었다는 점과 토판에 기록된 내용을 간략하게 살핀다. 토판의 이야기는 기원전 2000에서 3000년 전의 역사를 배경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된 당시와도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갈가메시 서사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화들이 반인반신이 등장한다. 이러한 문학적 상상력은 당시의 왕들과 그들의 기원을 신적인 것에 돌리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엔키와 담키나, 마르둑과 에아 등의 신들은 고도의 정치적 목적으로 등장시킨다. 저자는 자세한 이야기는 풀어내지 않고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기록되고 발전되었는가를 희미하게 엿볼 수 있다. 과하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과도하게 가벼운 책은 아니다. 전문가가 쉽게 쓴 글이니 일반인에게는 어떤 부분에서 묵직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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