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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행전 /류호준 / 세움북스

샤마임 201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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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에 아내는 즐거워한다. 아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행복해하는 아내는 자신과 류호준 교수님과의 긴밀한? 관계를 자랑한다. 학비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았다면 류호준 교수님 지도하에 박사과정을 밟고 싶었다고. 그러나 올해 은퇴하셔서 더 이상 꿈을 이룰 수 없어 아쉬워한다. 아내는 류호준 교수님의 글들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책들이 나오는 즉시 구입하여 칠흑 같은 텍스트의 초원을 포효하며 질주한다. 류호준 교수의 무엇이 아내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그것은 평범을 비범함으로 치환시키는 매력적인 서사적 글쓰기 때문이 아닐까? 권태는 생각의 게으름이다. 사유하기를 멈추고, 다양성을 큰 범주 안에 함몰시키고, 일상 속에 숨겨진 경이를 찾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류효준 교수의 글은 반대다. 권태롭고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을 경이로운 하나님의 세계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처음 류호준 교수의 책은 1998년에 CH북스에서 출간된 <옛적 말씀에 닻을 내리고>라는 제목의 설교집이었다. 설교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찾아 읽은 책이었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읽는 순간 기존의 설교집과는 너무나 다른 형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것이 진정 설교일까? 아니면 성경적 관점에서 바라본 삶의 해석인가? 탄탄한 성경신학에 근거하면서도 실존적 삶을 영위하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포근하면서도 단호한 가르침이었다. 분명 설교인데, 생존을 위해 고뇌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하나님의 숨겨진 세계 안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고요하지만 단호하고, 부드럽지만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호소였다. 그 후 미친 듯이 류호준 교수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심지어 류호준 교수가 번역한 책들도 적지 않게 구입해 읽어 나갔다. 지독한 활자 중독자이면서, 서사적 문장에 심각한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아내는 류호준이란 접점(接點)에서 일치했다. 얼마 전 구입한 류호준 교수의 또 다른 일상 산문집인 <일상, 하나님 만나기>를 빼앗아 자신의 책꽂이에 은밀하게 이동시킨 것만 봐도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개인적으로 세움북스에서 출간된 최고의 책으로 생각한 이상예 선교사님의 <로고스씨와 연애하기>도 류호준 교수님의 책 곁에 둔 것만 봐도 그렇다.

 

“중력이 십자가를 끌어안으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이상예, <로고스 씨와 연애하기> 중에서)

난 이 문장이 있는 페이지의 여백 이렇게 메모했다.

 

“중력은 아래로, 사랑은 위로”

 

어쩌면 십자가의 들림은 로마 병사들의 힘이 아니라, 죄인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님의 사랑의 부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정교한 문장은 예리하다. 류호준 교수의 문장은 평범한 단어로 조합된 쉬운 문장이다. 한쪽이 익으면 뒤집게로 훌쩍 뒤집는다. 몇 문장을 따라가면 어느새 감추어진 인간의 실체를 만나고 있다. 타자는 어느새 ‘나’라는 일인칭으로 변해있다. 폭로된 비열한 우리는 분노하든지 절망할 것이다. 그러나 류호준 교수의 글은 치유한다. 하나님의 진노 속에 담긴 아버지의 사랑을 들려주고, 십자가의 폭력 너머에 함께 아파하는 아버지의 눈물을 보여준다.

 

승리해 세상의 환호 속에서 즐거워하는 아들보다 ‘실패하고 패배하여 어깨가 축 처진 채로 울고 잇는 자녀에게’(10쪽) 다가가시는 아버지, 세상을 통제하는 힘이 아닌 ‘용서할 수 있는 힘’ ‘고백할 수 있는 힘’ ‘죄를 이길 수 있는 힘’ ‘불의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힘’(17쪽)을 가르치는 성령님을 소개한다. 억울한가? 그렇다면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협상’(32쪽)하라고 조언한다. 실패하고 넘어진 장소, 도주하며 목숨을 위해 구차함을 무릅써야 했던 야곱에게 하나님은 찾아오신다. 내가 너무 멀리 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바로 그곳에 ‘하나님은 예기치 않은 방문’(59쪽)으로 놀라게 한다. 우리의 자리가 어디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우리의 패배의 자리에 하나님은 찾아오신다. 그리고 그곳을 하나님의 집(벧엘)으로 역전시킨다.

 

 

복음의 힘은 얼마일까? 고대 헬라 철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는 지구도 들 수 있다고 큰 소리쳤다. 지구보다 더 큰 지렛대만 준다면.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지구보다 더 큰 지렛대를 준다한들 어찌 지구를 들 수 있겠는가? 우주복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또한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어찌 지구를 든단 말인가? 그럼에도 아르키메데스의 주장은 타당하다. 복음은 라합에게서 ‘기생’이란 해시태그을 제거하고 그녀의 본래의 이름을 돌려준다. 이제 그녀는 기생이 아닌 ‘예수님의 조상 할머니’(213쪽)이며, 우리의 믿음의 조상이시다. 이것이 복음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이론적으로 가능한 원리가 아닌 복음은 존재 자체를 새롭게 한다.

 

류호준 교수는 영적 문장의 채굴 자이다. 일상에 묻힌 하나님의 경이와 신비를 채굴한다. 류호준 교수는 세공사다. 채굴된 일상의 경이를 정교하게 세공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빛나게 한다. 무엇이 일상에 담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 것일까? 그것은 마음이 없는 눈, 사유하지 못하는 생각, 존재의 이유를 성공으로 환유시키는 욕망이 아닐까? 문득문득,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나는 누굴까 생각한다. 그리고 시력을 거의 잃은 친구가 들려준 고백을 더듬거려 본다.

 

“그런데 말이야, 그 후로 언젠가는 나는 내가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내게 축복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어. 이전에 깨닫지 못한 놀라운 사실은, 바깥세상을 볼 수 없게 되자 비로소 내 내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거야! 보이는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되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게 된 셈이야. 그 세상에서 나는 신비롭게도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네.”(220쪽)

 

보이지 않을 때, 볼 수 없을 때 보게 되다니. 이것이 나의 모습이 아니고 누구의 모습이란 말일가? 미국 속담에 ‘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가 있다고 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없는 것을 탐함으로 행복을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성공과 헛된 갈망에 가리워 보지 못했던 비범한 일상의 영광을 찾아가 보자. 일상은 행전이 아닌가! 그런데 왜 100가 아닌 101가지일까? 그것이 참 궁금하다.

 

 

 

 

일상행전

저자 : 류호준  | 출판사 : 세움북스

판매가 : 15,000원13,500원 (10.0%, 1,500↓)

*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101가지 신앙 이야기* 신학자가 인문학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일상 속 하나님 이야기*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상은 보석처럼 빛나는 하나님의 일상행전본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신앙 인문학’의 안목으로 관찰하고 풀어낸다. 권위 있는 구약학자로서 인문학과 일상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독자들에게 친숙한 일상의 언어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하나님을 찾아내 소개한다. 우리와 너무나 친숙한 일상 속 101가지 주제를 신앙의 눈으로 관찰하고 해석하고 있는 본서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역동적인 하나님의 일하심을 소개하고 있다. 신앙의 사유가 필요한 목회…[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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