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난제,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아니하고
신약 난제,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아니하고
잘 아는 내용이지만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마태복음 5:15절에 나타난 ‘말’이라는 뜻이다.
마 5:15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곳에서 ‘말 아래’는 ‘등경 위’와 비교된다. 등경 위는 등불이 있어야 할 마땅한 자리다. 말 아래는 등불이 있으면 안 되는 자리라는 것을 문백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말이라는 단어가 어떤 것일까? 일단 영어 성경을 찾아보자.
KJV
Neither do men light a candle, and put it under a bushel, but on a candlestick; and it giveth light unto all that are in the house.
NIV
Neither do people light a lamp and put it under a bowl. Instead they put it on its stand, and it gives light to everyone in the house.
KJV은 말은 ‘bushel’로 번역하고, NIV는 bowl로 번역한다. 부셸(bushel) 곡물이나 과일의 단위로 8갤런에 해당하는 양이다. 1갤런은 3.78리터이다. 약 4리터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8갤런은 30리터 정도가 될 것이다. 영어 성경에 의하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헬라어 원문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가장 최근의 헬라어 성경인 네슬-알란트 28판을 살펴보자.
οὐδὲ καίουσιν λύχνον καὶ τιθέασιν αὐτὸν ὑπὸ τὸν μόδιον ἀλλ’ ἐπὶ τὴν λυχνίαν, καὶ λάμπει πᾶσιν τοῖς ἐν τῇ οἰκίᾳ.
이것에서 말에 해당되는 단어는 모디온(μόδιον)이란 단어다. 기본형인 μόδιος는 신약 성경에서 세 번(마 5:15, 막 4:21, 눅 11:33) 사용된다. 모두 basket이나 bushel로 번역했다. 모디오스(μόδιος)는 고대의 부피를 뜻하는 단어이며 현대의 리터로 환산하면 약 8.81리터에 해당된다. 즉 거의 9리터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부피이다.
등불을 켜서 큰 항아리에 숨겨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모디오스는 로마시대에 가장 큰 부피 단위였다. 아래는 4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모디오스다. 그럼 개정개역에 사용된 ‘말’이란 단어는 조선시대 사용했던 부피의 단위인 말을 뜻한다. 한 말은 약 18리터에 해당되며, 한 되(약 2리터)를 열 번 세면 한 말이 되고, 한 말을 열 번 되면 한 섬이 된다. 실제 모디우스와 한 말은 약 10리터의 차이가 나지만 가장 큰 부피의 단위를 나타낸다는 의미는 살렸다. 결론을 지어보면 ‘말’의 정확한 의미는 약 9리터 정도의 부피를 가진 항아리나 바구니였던 것이다.
풀러신학교 신약학 교수인 도날드 헤그너는 ‘말(모디오스(μόδιος)’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디오스(μόδιος)는 사람들이 곡식을 될 때 사용했던 그릇 모양의 용기를 가리킨다.(약 8.75리터) 이 용기가 등불을 끌 때 사용되는가, 아니면 ‘이 말씀의 요지가 사람들은 등불을 끄기 위해서 켜는 것 아니다’라든가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오로지 등불이 보이는지의 여부이기 때문이다.” 도날드 헤그너 솔로몬, p.226
등불은 비추기 위해 등잔 위에 둔다. 그런데 말통에 집어넣는다면 등불을 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등불을 켜서 큰 항아리에 숨겨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주님의 말씀의 좀 더 확장해 본다면,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빛 된 행동을 숨긴다면 그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은 공적으로 공개되어야하고, 빛으로 명명된 그리스도인들의 거룩한 삶은 모든 이들에게 밝히 드러나야 한다.
모디오스의 다른 이미지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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