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식물] 상수리 나무(oak), 참나무, 마므레의 상수리나무
[성경의 식물] 상수리 나무(oak), 참나무, 마므레의 상수리나무
상수리 나무는 성경 안에서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식용과는 거의 상관이 없어 보이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장소나 모임의 장소, 또는 신적인 색채가 강한 느낌을 준다. 열매인 창솔이나 도토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먹을 거리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성경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1. 개요
상수리나무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엘론(elon)’과 ‘알론(allon)’이다. 두 단어는 교차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한 종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창세기 12:6에서는 ‘엘론’이 사용되었고, 창세기 35:8에서는 ‘알론’이다. 상수리 나무가 종교적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엘’이 신을 뜻하는 히브리어 ‘엘’(하나님으로 번역)이 아닌가 주측 한다. 거의 비슷한 단어지만 ‘엘라(elah)’는 참나무나 상수리 나무가 아니라 피스타치오나무(terebinth)이다. 번역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논외로 하고 상수리 나무가 갖는 성경 속 의미만을 생각해 보자.
현재 팔레스타인에서는 두 가지 참나무가 많이 알려져 있다. 먼저 작은 팔레스타인 참나무 또는 켈메스 참나무(kermes oak)가 있다. 다른 하나는 다볼참나무이다.
팔레스타인 참나무/ 켈메스 참나무(kermes oak)
학명은 Quercus calliprinos이다. 팔레스타인 참나무는 3m정도까지 자라며 잎이 뽀족하다. 염소들의 주양식이다. 예루살렘 주변으로 많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멜산에서부터 사마리아 산지를 뒤덮은 가장 중요한 나무이다. 상록수이기 때문에 잎이 지지 않는다. 겨울에도 양과 염소의 양식이 된다.
다볼 참나무(tabor oak)
하부 갈릴리에서 자라는 상수리다. 학명은 (Quercus ithaburensis)이다. 크기는 15m 정도까지 자라지만 30m 가까이 자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참나무가 상록수인 것에 비해 다볼 참나무는 낙엽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참나무와 거의 비슷한 종류로 보인다. 잎은 둥글고 잔털이 있다. 잎 끝은 작은 가시가 나있다. 우리나라 참나무도 동일하다.
팔레스타인 참나무는 우리나라의 작은 떡갈나무와 비슷하지만 상록수라는 점이 다르다. 다볼 참나무는 크게 자라고 우람하여 종종 백향목과 비교된다. 사람들이 쉬고 거주하는 나무는 팔레스타인 참나무가 아닌 거대한 다볼 참나무이다. 우상의 숭배 대상이었던 나무는 작은 팔레스타인 참나무가 아니라 다볼 참나무일 것이다. 다볼 상수리나무는 30m 정도에 수백 년의 수명을 자랑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상수리 나무를 신성시한다. 우상숭배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상수리나무 잎, 다볼 참나무는 낙엽수이다. 여름에 피어나고 가을이면 잎이 진다.
떡갈나무와 도토리,
2. 성경 속 상수리나무
성경 안에서 상수리나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나무가 커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쉼의 장소, 또는 모임과 우상숭배의 장소가 되기고 한다.
1) 아브라함과 마므레 상수리나무
아브라함과 상수리 나무는 연관이 깊다. 그러나 어떤 종교적 특징이나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아브라함은 가나안에 들어온 이후 줄곧 마므레 상수리 나무 숲 근처에서 맴돌았다.
창 12:6 세겜 땅 모레 상수리 나무
창 13:18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 상수리 수풀
마므레는 아모리 족속의 족장인 것으로 보인다. 마므레는 ‘에스골의 형제요 또 아넬의 형제’(창 14:13)로 소개한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곳도 아브라함이 마므레 상수리나무들이 있는 곳(창 18:1)이다. 아브라함은 초기에는 세겜 땅 모레 상수리나무 근처에 살다가 후에는 헤브론의 상수리나무 숲으로 이동해 계속해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모레 상수리나무는 숲이 아닌 나무 소개되고 있어서 특별한 나무로 보인다. 아브라함이 처음 도착해 제단을 쌓은 곳은 모레 상수리 나무 근처였다. 모세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에발산과 그리심산에서 율법을 선포하라고 명합니다. 이 때 다시 등장하는 곳이 모레 상수리나무이다.
신 11:29-30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가서 차지할 땅으로 너를 인도하여 들이실 때에 너는 그리심 산에서 축복을 선포하고 에발 산에서 저주를 선포하라 이 두 산은 요단 강 저쪽 곧 해지는 쪽으로 가는 길 뒤 길갈 맞은편 모레 상수리나무 곁의 아라바에 거주하는 가나안 족속의 땅에 있지 아니하냐
바산 지역은 상수리나무로 유명한 곳이었다. 성경에서 세 번에 걸쳐 바산 상수리나무를 언급하는데 모두 귀하고 강한 나무로 표현한다.
이사야 2:13 또 레바논의 높고 높은 모든 백향목과 바산의 모든 상수리나무와
에스겔 27:6 바산의 상수리나무로 네 노를 만들었음이여 깃딤 섬 황양목에 상아로 꾸며 갑판을 만들었도다
스가랴 11:2 너 잣나무여 곡할지어다 백향목이 넘어졌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쓰러졌음이로다 바산의 상수리나무들아 곡할지어다 무성한 숲이 엎드러졌도다
상수리나무는 큰 나무이기에 그늘을 제공했기 때문에 아브라함이 상수리나무 근처에서 거주한 곳으로 보인다. 상수리 나무 아래 거할 때 하나님은 아브라함에 나타나셔서 대화하시고, 교제하셨다.
2) 힘과 능력으로서의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는 백향목과 견줄 만큼 우람하고 큰 나무이기에 종종 힘과 능력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하나님은 아모스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모스 2:9 내가 아모리 사람을 그들 앞에서 멸하였나니 그 키는 백향목 높이와 같고 강하기는 상수리나무 같으나 내가 그 위의 열매와 그 아래의 뿌리를 진멸하였느니라
상수리나무는 그 어떤 나무보다 단단하다. 무겁고 단단하여 배의 노를 만들 때 사용되기도 한다.(겔 27:6) 현대에도 차량 내장재나 건축 목재, 기구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하지만 딱딱한 대신 갑자기 금이 가서 깨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사용하기 전에 충분히 가공해야 한다. 마르지 않으면 불에 잘 타지 않지만 마르면 화력이 강하고 숯이 좋아 국내에서는 숯으로 가공하여 사용하기도 한다.참숯은 고가에 거래되며, 건강을 위해서 많이 사용된다.
3) 고귀한 가치로서의 상수리 나무
상수리나무는 백향목이나 디르사나무처럼 귀하고 귀중한 나무와 함께 취급되었다. 상수리나무는 이스라엘백성들에게 기쁨을 주었고(사 1:29), 비싸고 귀한 나무로 취급 받았다.(사 2:13, 사 44:14)
사 1:29 너희가 기뻐하던 상수리나무로 말미암아 너희가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요 너희가 택한 동산으로 말미암아 수치를 당할 것이며
사 2:13 또 레바논의 높고 높은 모든 백향목과 바산의 모든 상수리나무와
사 44:14 그는 자기를 위하여 백향목을 베며 디르사 나무와 상수리나무를 취하며 숲의 나무들 가운데에서 자기를 위하여 한 나무를 정하며 나무를 심고 비를 맞고 자라게도 하느니라
상수리나무와 동산이 동의어로 사용된 것을 볼때 쉼과 평안을 의미한다.(사 1:29) 레바논의 백향목의 최고의 나무였다. 바산에서는 상수리 나무가 많고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준 듯하다.
4) 회집 장소로서의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는 크고 넓은 가지로 인해 많은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회의하고 의논하는 회집 장소로 자주 사용되었다. 길을 가다 쉬어가는 것 용도로도 활용되었다.
왕상 13:14 하나님의 사람을 뒤따라가서 상수리나무 아래에 앉은 것을 보고 이르되 그대가 유다에서 온 하나님의 사람이냐 대답하되 그러하다
삿 6:11 여호와의 사자가 아비에셀 사람 요아스에게 속한 오브라에 이르러 상수리나무 아래에 앉으니라 마침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이 미디안 사람에게 알리지 아니하려 하여 밀을 포도주 틀에서 타작하더니
삿 9:6 세겜의 모든 사람과 밀로 모든 족속이 모여서 세겜에 있는 상수리나무 기둥 곁에서 아비멜렉을 왕으로 삼으니라
[웅장한 상수리나무는 나무 아래에서 회집하거나 다양한 모임을 갖기에 적합하다. 우상숭배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5) 무덤으로서 상수리 나무
상수리나무는 크고 우람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잘 띄는 장소였다. 사람들은 이곳에 장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 죽었을 때 야곱의 가족들은 그를 벧엘 아래의 사수리 나무 밑에 장사하고 그곳 이름을 알론바굿이라 부른다.
창세기 35:8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가 죽으매 그를 벧엘 아래에 있는 상수리나무 밑에 장사하고 그 나무 이름을 알론바굿이라 불렀더라
야곱의 가족 뿐 아니라 사울이 죽었을 때도 그의 아들들이 사울의 시체를 야베스로 가져가 상수리나무 아래에 묻는다.
역대상 10:12 용사들이 다 일어나서 사울의 시체와 그의 아들들의 시체를 거두어 야베스로 가져다가 그 곳 상수리나무 아래에 그 해골을 장사하고 칠 일간 금식하였더라
두 구절을 감안해 본다면 상수리나무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지들을 묻는 무덤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많다.
6) 우상숭배의 장소로서의 상수리나무
나무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영원성이다. 나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은 수백 년을 거뜬히 살아낸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나무들에 신성을 부여하여 숭배하기도 한다. 필자가 자란 시골에도 마을 한 가운데 400년이 넘은 거대한 정자나무가 있는데 종종 무당들이 굿을 하고 힘을 받는다고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상수리나무가 제공하는 그늘과 풍요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또는 그 아래에서 우상을 만들도 예배하는 죄를 저질렀다.
사 57:5 너희가 상수리나무 사이, 모든 푸른 나무 아래에서 음욕을 피우며 골짜기 가운데 바위 틈에서 자녀를 도살하는도다
호 4:13 그들이 산 꼭대기에서 제사를 드리며 작은 산 위에서 분향하되 참나무와 버드나무와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하니 이는 그 나무 그늘이 좋음이라 이러므로 너희 딸들은 음행하며 너희 며느리들은 간음을 행하는도다
7) 재생과 부활의 상징으로서의 상수리나무
참나무나 상수리나무 등은 나무줄기를 잘라도 죽지 않는다. 뿌리 곁 줄이에서 새 순이 나와 순식간에 자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다 해도 결국 소생하게 될 것을 잘린 상수리나무의 비유로 설명한다.
사 6:13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아직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황폐하게 될 것이나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 하시더라
[잘린 상수리나무에서 무성하게 자란 새싹들. 상수리나무는 뿌리가 죽지 않는 이상 다시 살아나는 재생능력이 탁월하다.]
[참고자료]
로버트 쿱스 <성서 속의 식물들>
<성경문화배경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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