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동서남북] 성경의 서쪽(West)

[성경의 동서남북] 성경의 서쪽(West)

 

성경의 서쪽(West)을 시작하면서

 

성경에 나타난 서쪽은 동쪽의 반대편이면서 특이한 방향이다. 성경을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서쪽’의 의미를 읽기가 쉽지 않다. 가나안의 동쪽은 사막이 자리한다면, 서쪽은 지중해이다. 즉 바다가 펼쳐져 있다. 지도를 보면 이렇다. 가나안과 메소포타미아 지역 중앙에 사막이 자리하고, 가나안 서쪽으로 지중해가 자리한다.

 

 

성경 속에서 서쪽에 관련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엘리야가 서쪽을 향해 기도하는 장면이다. 서쪽은 곧 바다이기 때문에 바다를 향해 기도한 것이다.

 

그의 사환에게 이르되 올라가 바다쪽을 바라보라 그가 올라가 바라보고 말하되 아무것도 없나이다 이르되 일곱 번까지 다시 가라(왕상 18:43)

 

엘리야는 왜 서쪽을 향해 기도했을까? 이것은 성경에 나타난 서쪽의 의미들을 찾아가면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 말고 서쪽과 관련된 성구나 생각나는 이야기 있을까? 아마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경 속에 서쪽이 존재하기나 하는가 의아해할 것이다. 그런데 서쪽은 숨겨진 부물처럼 모호하게 담겨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의외의 재미난 의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성경의 동쪽과 연결시켜 성경에 나타난 ‘서쪽’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사진은 그리스 에게 해에 있는 산토리니(헬라어 Σαντορίνη Santorini)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photo-2020258/

 

1. 용어

 

1) 용어의 정의와 용례

 

서쪽의 히브리어는 ‘얌(  )’이다. 기이하게도 이 단어는 대부분 ‘바다’로 번역된다. 롯이 아브라함을 떠난 후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동서남북을 바라보라’고 하신다. 이 때 사용된 단어가 ‘얌(  )’이다. 특이한 것은 이 단어가 종종 ‘붉다’는 뜻으로 번역된다는 것이다. 출애굽기 13:18에서는 ‘홍해’로 번역되었다. 여호수아 23:4에서는 ‘해 지는 쪽 대해’로 번역해 지중해를 의미한다. ‘얌( )’이 어떻게 다양한 의미를 갖는지를 아래의 성경 구절들에서 찾아보자.

 

지중해(Mediterranean)

가장 빈번하고 중요한 번역은 지중해다. 몇 곳을 인용해보자.

 

민 13:29, 34:5

신 1:7

요나 1:4

왕상 5:23

 

홍해(Red Sea)

두 번째 많은 곳은 홍해다.

 

출 13:18,15:4,

민 14:25

신 1:40

삿 11:16

 

사해(Dead Sea)

 

창 14:3

수 12:3,15:2.5

왕하 14:25

 

갈릴리 바다(Sea of Galilee)

구약에서 갈릴리는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 여전히 ‘바다’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마태복음은 갈릴리를 ‘바다’로 부르고, 로마적 세계관을 가진 누가복음에서는 ‘호수’로 부른다.

 

민 34:11

수 13:27

신 33:23

 

나일강(the Nile)

심지어 애굽의 나일강(the Nile)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사 19:5

사 27:1

겔 32:2

렘 51:36

 

성전의 물대야(the great basin in temple)

 

왕상 7:23

대상 18:8

 

우리는 이러한 용례에 따라 히브리인에게 서쪽이 ‘바다’와 함께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쪽이란 단어 ‘얌(  )’은 더 많이 바다로 번역된다. 히브리인들에게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다가 아니라 ‘바다가 있는 쪽’이라는 확장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바다’와 ‘서쪽’은 동일시된다.

 

서쪽을 뜻하는 또 하나의 단어가 있다. 시편 75:6절에 사용된 서쪽은 ‘얌(  )’이 아니다.

 

무릇 높이는 일이 동쪽에서나 서쪽에서 말미암지 아니하며 남쪽에서도 말미암지 아니하고 오직 재판장이신 하나님이 이를 낮추시고 저를 높이시느니라( 시 75:6-7)

 

이곳에서 사용된 단어는 ‘마아라브( )’이다. 이 단어는 ‘해가지는’이란 뜻을 가진 ‘아레브(  )’에서 온 것이다. 즉 해가지는 쪽이기 때문에 서쪽이 된 것이다. ‘아레브(  )’는 대게 ‘저녁’(창 8:11) 또는 ‘밤’(욥 7:4)으로 번역되었다. 좀 더 확장된 의미로 낮과 밤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출애굽기 12:6에서는 ‘해 질 때’로 번역되고, 출애굽기 30:8에서는 ‘또 저녁 때 등불을 켤 때에’처럼 저녁이 찾아오는 시기의 어느 지점이다.(레 23:5, 민 9:3,28:4 등) 그렇다면 아레브는 낮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문턱, 또는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의미의 확장

 

히브리인들에게 동쪽은 중심이다. 그렇다면 서쪽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히브리인들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와 같은 질문이다. 동쪽이 앞쪽 또는 중심이라면, 반대인 서쪽은 ‘뒤쪽’이 될 것이고, 기준에서 벗어난 부정, 죄 등과 연결될 것이다. 성경 속에 사용된 서쪽의 다른 의미들을 살펴보자. 용례에서는 이미 ‘바다’를 찾았기 때문에 다른 의미를 찾아보자.

 

동쪽은 하늘 서쪽은 음부(스올)

 

성경 속에서 정확한 인용을 찾을 수 없지만 문학적 정서 속에서 동쪽은 하늘이다. 이에 비해 서쪽은 음부에 해당된다. 하늘에서 해가 떠올라 땅 속으로 내려 앉는다. 서쪽은 종말이며, 죽음의 장소가 된다. 고대 히브리어는 ‘얌’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해가 지는 것을 뜻하는 ‘마아라브( )’가 서쪽을 의미했다.

 

부정한 곳 서쪽

 

히브리인들은 동쪽을 ‘앞’으로 보았고, 서쪽을 ‘뒤’로 보았다. 성경에서 ‘뒤’는 ‘악한’ ‘더러운’ ‘잊혀진’ ‘부정한’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죄를 뒤로 던지신다. 뒤로 던진다는 것은 망각하는 것이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곳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뒤쪽은 부정한 곳이다.

 

예레미야는 ‘등’ 즉 뒤쪽을 보이는 것을 범죄의 사건과 연결시킨다. 행동심리학에서 등을 보이는 행위는 ‘거절’을 뜻한다.

 

그들이 등을 내게로 돌리고 얼굴을 내게로 향하지 아니하며 내가 그들을 가르치되 끊임없이 가르쳤는데도 그들이 교훈을 듣지 아니하며 받지 아니하고(렘32:33)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등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거절하며 말씀을 듣지 않겠다는 완고한 심리적 표현이다.

 

동쪽과 서쪽

 

구약에서 ‘동쪽에서 서쪽까지’는 이스라엘 전체를 말한다. 예수님의 재림을 예언할 때 ‘동편에서 나서 서편까지’라고 말한다.

 

번개가 동편에서 나서 서편까지 번쩍임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마 24:27)

 

더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성경 속 서쪽에서 찾아보자. 정리하면 서쪽은 뒤쪽, 부정한 곳, 바다, 망각의 장소라는 의미를 갖는다. 모든 성경이 그렇지만 이것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더 자세한 것은 <성경의 서쪽>을 참고 바랍니다.

성경의 서쪽

정현욱 저

성경이 말하는 ‘서쪽’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자연과 신화 속에 나타난 서쪽의 의미, 성경이 말하는 서쪽을 간략하게 다루었다. 철학과 과학, 그리고 신학이 어우러진 멋진 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처음 기획할 때는 이란 주제로 한 권으로 묶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을 쓰면서 한 권으로 묶기에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리고 전자책의 특성상 분량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불가피하게 으로 분권하여 출간하게 되었다. 앞으로 북쭉과 남쪽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