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교리, 존 맥아더, 리차드 메이휴 / 박문재 옮김 / 생명의말씀사
성경교리
존 맥아더, 리차드 메이휴 / 박문재 옮김 / 생명의말씀사
또 한 권의 역작(力作)이 출간되었다. 존 맥아더 목사의 <성경 교리>가 그것이다. 처음엔 <조직신학>으로 잘못 읽었다. 분명 ‘성경 교리’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데 왜 ‘조직신학’으로 읽었을까? 아마 ‘교리’라는 단어가 기존의 인식을 끌고 온 듯하다. 여기서 필자는 중요한 하나의 인식의 과정을 발견했다. 이미 알고 있고, 익숙한 관점으로 새로 접한 단어나 상황을 인식하는 일종의 확증 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인 것이다. 이 책은 교리인데 신학교에서 익히 배우고 들었던 조직신학적 교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의 책들은 몇 가지로 서문에서 요약하는데 필자가 다시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이 책은 성경의 점진적 계시의 관점에서 저술된 성경의 내용을 다룬다. 그러나 서술 방식에 있어서 조직신학적 방법론을 사용했으며, 포괄적이며 목회적 차원에서 서술한 책이다.
즉 조직신학처럼 명료하게 정리했지만, 성경의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성경 신학의 성향이 다분하다. 성경 신학과 조직신학의 중간 어느 지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 마디의 성경의 다양한 주제들을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을 해석하면서 다섯 가지 원칙을 사용했다. 문자적 해석 원직, 역사적 해석 원칙, 문법적 해석원칙, 종합적 해석 원칙, 명료성의 해석 원칙이 그것이다. 여기서 주의하여 볼 부분은 앞의 세 원칙이다. 소위 ‘근본주의자들’(23쪽)이 다루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보수적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스스로 인정했고, 그것이 바르다고 본다. 더 나아가 젊은 지구론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마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창조론의 보수적 관점에 제한되어 있다.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니 당연히 종말론은 전 천 년설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이 잘못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염두에 두고 읽으라는 것이다.
이 책은 수십 년의 목회와 신학 강의자로서의 노하우가 절묘하게 녹아있다. 2019년에 아바서원에서 출간된 <맥아더 성경 주석>과 비슷하다. 성경에 흩어진 다양한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짜깁기한 수준이 절대 아니다. 목회적 관점에서 재 진술되었다. 이러한 통찰은 저자 스스로 밝힌 ‘황혼’(21쪽)까지 기다린 덕분이다. 1,600쪽이 넘어가는 엄청난 분량과 9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 이 책을 사기에 약간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해낼 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선물한다.
이 책의 특징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 특징은 간명(簡明)성에 있다. 숙련된 조교와 같은 저자의 능력은 복잡하고 난해한 주제들은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이 책은 학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신자들을 위한 것이다. 먼저는 내용이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의 목회적 섬세함이 잘 드러난다.
두 번째 특징은 쉽다. 깊은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루는 주제가 쉽다는 말이 아니다. 서술 방식이 명료하여 이해하기 쉽다는 뜻이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일반적으로 하는 설교보다는 약간 깊고 어렵다는 느낌이다. 즉 설교에 비해 어렵고 주석이나 조직신학보다는 월등히 쉽다. 일반 신자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서술하려는 저자의 애씀이 느껴진다.
세 번째 특징은 집약성이다. 흩어진 다양한 내용들을 주제에 맞는 내용과 성구들을 조화롭게 배열하여 한눈에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설교자라면 일정한 주기로 주제설교와 교리설교를 해야 한다. 교리 설교는 체계적 믿음을 만들어 줄뿐 아니라 신앙을 점검하도록 도와준다. 바로 이때 잘 정리된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필요는 채워주는 책이 바로 존 맥아더의 <성경 교리>다.
네 번째는 다양한 주제를 도표나 소주제로 분류하여 정리해 두었다는 점이다. 즉 실용성이다. 각 소주제로 들어가면 작은 주제들로 세분화 시켰다. 필자가 목사기 때문인지 몰라도 각 소주제들은 주제설교에 사용하게 최적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예수의 인성을 소개하면서 그와 관련된 명칭들을 두 페이지에 걸쳐 모두 열거하고 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다섯 번째는 천사론이다. 이 부분은 이 책의 특징이라고 말하기는 모호하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어느 조직신학 서적이나 성경 신학 서적도 천사론을 이렇게 방대하게 다룬 저자나 도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천사론에 빠져 이 책 저 책 기웃거린 경험이 있어 존 맥아더의 천사론은 어떨지 자못 궁금했다. 일단 천사뿐 아니라 사탄과 악령들 즉 영적 존재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룬다. 성경 전체 등장하는 천사와 사탄, 그리고 다양한 영적 인격체들을 다양하고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천사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존 맥아더처럼 포괄적이고 집약적으로 소개한 부분은 본 적이 없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신구약 중간기 문헌과 외경과 위경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은 흠이다. 왜냐하면 영적 존재의 급격한 변화는 중간기 시대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만을 제외한다면 대단히 훌륭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한 마디로 경이로운 책이다. 성경을 닳도록 읽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의 관록(官祿)이 느껴진다. 저자에게 닳고 닳은 많은 성경책이 책장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몸을 체득하고 삶으로 엮어낸 성경의 주제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성경을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나 목회자들에게 기꺼이 추천하는 바이다. 9만 원이 절대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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