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부교역자 리바이벌]
부교역자들에게 권한다
부교역자 리바이벌
김남준 / 생명의 말씀사
월요일,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기 시작할 즈음 12인승 승합차가 교회를 빠져나와 남부민동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7시부터 있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노회 어르신들이 권사님들과 부교역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준비했다고 한다. 저녁을 주는 줄 알았지만 없었다. 교회에 도착하여 동행했던 권사님과 중국집에 들어가 짬뽕을 시켜 먹었다. 그 집 짬뽕! 참 맛없다. 세상에 많은 기적이 있지만 그런 집이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이 기적이다. 하여튼 그들이나 우리나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도무지 살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급하게 먹고 교회로 향했다.
집회는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권사님들은 권사 세미나실로 이동하고, 나는 부교역자 세미나실로 들어갔다. 모두 세 시간 동안 세 명의 선배 목사님들이 나오셔서 부교역자들이 알아야할 것들을 알려 주셨다. 이론이 아닌 실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주제는 ‘정치’ ‘행정’ 등이었지만, 주로 담임목사를 어떻게 섬기고 담임목사와 교인들 간의 중재자로서의 역할 등이었다. 나름 재미도 있고, 모르는 부분들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수십 년 동안 목회를 해온 내공이 느껴졌다. 사실 그분들은 성공과 성장은 차치(且置)하더라도 별 탈 없이 그 자리를 지킨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얼마나 많은 목회자들이 돈과 성의 문제로 교회가 시끄러운지 모른다.그런 면에 있어서 그분들은 그 자리에 강사로 나올 만하다.
그럼에도 아직 부목사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방적인 강의라서 그런지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담임목사가 부교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이지, 부교역자들과의 교감이나 경청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강의 마지막 시간에 질문 시간도 있었지만 질문하기에 왠지 어색했다. 많은 부분에서 좋은 점이 있었지만, 반쪽짜리 세미나가 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선배목사로서, 담임목사로서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참교회상이 무엇이고 목회자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틀 뒤 기독교 백화점에 들렀을 때 김남준 목사님의 <부교역자 리바이벌>을 발견했다. 약간의 거부감이 일어나는 제목이지만 탁월한 설교자요 존경하는 분이기에 사서 읽기로 했다. 첫 장부터 오해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이야기이 채워져 있었다. ‘묘목이 아니었던 거목은 없습니다.’의 머리말 제목은 김남준 목사의 목회철학을 보여주고 있었다. 열린 교회를 개척하고 10년 정도 흘렀을 때 교회는 성장했고, 목회적 필요도 더욱 늘어났다. 평신도 사역자들도 늘어나고, 부교역자들도 많아진다. 그러나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교역자들을 향해 꾸지람이 잦아지’고 ‘마음의 불평도 늘어 갔’다.(5쪽) 어느 날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신다. ‘너도 한때는 미숙한 사람이었다. 그들을 형제나 자식처럼 여기며, 목회사역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따뜻하게 가르쳐 줄 수는 없겠니?’ 이 책은 그런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자세한 이야기야 책을 읽어 가면 더 알 터이지만 머리말에서도 적지 않게 감동되었다. 그 깨달음이 있은 후 수일동안 김남준 목사는 교회에 고용된 일꾼처럼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며 보낸다. 목회는 목사들만 하고 사모들은 주변인으로 머무는 것도 바로잡고 함께 목회에 동참하도록 사모들 교육도 시킨다고 한다. 종종 교역자들과 함께 목회에 대한 나눔도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의 교회가 담임목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이라면 김남준 목사는 함께 소통하고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눈다. 직접 인용하면 이렇다.
큰 회의실에 모여 저의 지시를 수첩에 받아 적는 교역자 회의가 아니라, 화롯불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것처럼 가르치기도 하고 묻기도 하면서 그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모임을 마칠 때에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난로 안에서 잘 익은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하나씩 종이에 싸서 그들 부부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6쪽)
딱딱하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목회는 하는 부교역자들이라면 위의 분위기를 부러워할 것이다. 담임목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천근보다 무겁다. 부교역자들의 생탈권을 쥐고 있는 담임목사이기에 부러 강조하지 않아도 부담스럽다. 친히 담임목사님이 성육신?하지 않으면 부교역자들은 주눅 들고 숨이 턱턱 막히기 마련이다.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님들이 강제가 아닌 권면으로 대해주길 원하고, 권위적 명령보다는 충분한 합의와 토의를 통해 목회를 함께 공유하길 원하는 것이다. 아직 부족함을 알기에 가르침을 받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담임목사님들은 가르치기보다 야단치고, 함께하기보다 일방적으로 순종을 원한다. 그런 면에서 있어서 김남준 목사님의 모습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크게 네 부분으로 분류했다. 1장에서는 ‘교회학교 사역 편’을 다루고, 교회 학교를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다루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부부가 함께 섬기라고 충고한다. 일반교회는 꿈도 꾸지 못한 권면이다. 2장에서는 ‘청년교구 사역 편’을 다룬다. 이곳에서 총체적 교구 사역을 바라보는 안목과 목회자의 영성관리까지 언급하고 있어 새겨들을 말이 많다. 3장은 ‘장년교구 사역 편’으로 장년 목회 방침을 일러 준다. 이곳에서 여전히 ‘부부가 함께 동역’(156쪽)하는 게 좋다고 한다. ‘사랑의 삶’ 부분에서는 교인들에 대한 사랑과 동역자에 대한 사랑을 함께 다룬다. 혹여나 교인들이 맘에 들지 않고 잘못했다고 해서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젖꼭지를 깨물었다고 자식을 시멘트 바닥에 던지는 엄마가 없듯이, 목회자도 아프지만 참고 견뎌야 하는 것’(162쪽)이다. 동역자들 간에도 서로 배우고 논의하고 협력해야 한다.(164쪽) 마지막 네 번째 장에서는 ‘여성교구 사역 편’을 다루지만 앞부분에서 목회자의 인격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이곳에서 ‘날마다 하나님께서 신자인 나에게 요구하시는 본분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목회자도 사람이고, 하나님 앞에서 한 성도요 신자이다.
교회학교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리더십이다. 영적인 리더십과 일반적인 리더십을 구분했다. 마음을 울리는 문장 몇이 들어온다.
“교회학교 교역자는 부설 조직의 담당자라는 마음을 버리고, 각자 맡은 부서를 자신이 단독 목회를 하는 교회라고 여기며 사역에 임해야 합니다. 자신이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를 시작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21쪽)
“영적인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만큼만 그 리더십을 함양(涵養) 할 수 있습니다.”(23쪽)
“영적인 리더십이 감지되는 사람에게는 복종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그것이 없는 사람은 얕잡아 보는 마음이 생겨나게 되어 있습니다. ... 자신을 방치해 두지 않고 하나님께 전심으로 추구하며 찾는 사람을 살아가야 합니다.”(24쪽)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영적 리더십뿐만 아니다. 김남준 목사는 일반적인 리더십에서 세 가지를 소개한다. 하나는 일관성, 이것은 원칙을 말한다. 두 번째는 결단력이다. 결단력은 ‘타이밍’이다. 결단력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지혜를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세 번째는 조직력을 언급한다. 목회자는 설교만으로 부족하다. 조직을 잘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사도들이 집사들을 뽑아 그들에게 일을 맡긴 것도 하나의 조직운영이다. 부교역자는 자신이 맡은 부서를 잘 조직하고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목회자들은 영적인 관점에서 조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화합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관용이자 사랑이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내쳐서는 안 되며 끝가지 안고 가야 한다.
담임목사로 나갈 날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목회가 무엇인지 버벅거리기만 한다. 그날이 오면 잘할 것이라는 헛된 꿈만 꾸고 있다. 멀리보지 말자. 오늘 여기, 지금, 내가 맡고 있는 부서부터 성실하게 감당하자. 오랜만에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하다.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교수이미지와 보수신학 맹신자로만 알았던 김남준 목사님의 개혁적인 면을 볼 수 있어 시원했다. 부교역자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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