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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마임 201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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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현 / 샘솟는기쁨

 

에서 하늘 걷다

 

소금은 흰색이었다.” 난 이 표현이 생경했다. 소금사막을 걸으며 묵상한 것이다. 존재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나님을 드러낸다. 이번에 출간된 서종현 선교사의 묵상집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22개국을 순례하며 묵상한 여행 묵상집이다. 볼리비아, 파키스탄, 미얀마,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독일, 그리고 또 ...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 실존은 삶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인간은 여행함으로 인간이 된다. 인간은 여행함으로 존재하고, 존재함으로 의미를 드러낸다.

 

오래 전, 존 번연은 천로역정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여행자요 순례자라고 말한다. 장망성을 떠나 영원한 아버지의 집으로 향해 여행하는 인간, 바로 그리스도인의 실존이다. 그러나 순례는 철저한 영적이다. 그리스도인은 본향을 향하여 나아가야하지만,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 소명자로 살아가야 한다. 주님 곁에 가는 것이 더 좋으나 이 땅에서 소명을 다해야한다는 바울의 갈망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짊어져야할 이중성이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의 본향은 아버지의 집이며, 이 땅의 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순례자의 노래-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오 거룩한 곳 아버지집

내 사모하는 집에 가고자 한 밤을 세웠네

저 망망한 바다 위에 이몸이 상할지라도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주 복음 전하리

 

책은 읽을수록 더 깊어 간다. 여행은 체험을 너머 참여이다. 파키스탄을 여행하며 그는 일상이 된 테러 현장을 경험한다. 일상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은 일상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까? 그렇다. 당연함은 일상의 죽음이다. 일상이 살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예배가 있어야 한다.

 

땅에서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예배다. 마치 예배는 진쟁 같은 우리의 일상의 훈자행과도 같다. 내 영혼의 훈자인 천국을 향하는 고된 행군은 예배와 다름 아니다. 예배를 통해 하늘을 경험하는 일은 훈자에 가는 길처럼 고단하다. 협착한 낭떠러지 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기필코 그 길을 지나 천국에 닿아야 한다.”(34)

 

그 길은 일상이다. 일상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하루하루의 삶, 우리는 그곳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루억해야 할 사명이다. 사명이 무엇인가? 그것은 성도의 태에 심기는 주님의 씨앗이다.’(41) 인도 여행기에서 저자는 생경하고 배타적 풍경 속에서 낯익은 무엇인가를 발견하나. 그 것은 다름 아닌 나’(101)이다. 여행은 목적은 나를 잠시 내려놓고 낯설고 생경한 타자의 관점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일상일 수 없다. 홍콩의 익숙한 풍경이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익숙함조차 일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쇼핑이 홍콩이다라는 말은 얼마나 놀라운가. 그렇다. 쇼핑이 익숙하기 때문에 쇼핑으로 가득 찬 홍콩이 식상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홍콩 사람들은 쇼핑이 역사이고 전통이며 일상이다. 저자의 통찰은 일상을 식상한 것으로 치부한 나에게 상당한 놀라움을 선사했다


여행은 낯선 것이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익숙한 일상을 본다. 그것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미얀마? 태국? 홍콩? 독일? 낯선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 머물면 익숙한 풍경을 발견한다. 여행자들의 낯섬은 현지인들의 익숙함이다. 여행자에게 낭만은 현지인들에게 생존이다.

 

여행이 여행다워지려면 현지인들의 일상에 참여해야 한다. 참여한다는 말이 뭘까? 현지들인들의 입장에서 보고, 그들이 먹는 것을 먹고, 그들이 당하는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라오스의 여행 때, 수도 비엔티안에서 150km 떨어진 방비엥으로 이동하는 여정 속에서 겪은 일은 참여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좋은 밴을 타는 것을 거절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7시간 넘게 섭씨 사십 도가 넘는 버스 안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공유한다. 그러다 뒷자리에 앉은 아이의 구토를 받아내고,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 냉각수를 보충하기 위해 오줌을 보태야 했다. 첨단 과학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는 한 세기 이전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경험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살기를 원하셨다. 인간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사셨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삶으로 살기 위해 인간사에 오셨음은 우리에게 복음이다. 우리와 동화되셨기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알고 계신다는 사실은 참 기쁨이다. 예수의 땅에 오심은 우리 선교사들은 첫 번째 선교 모델이다.”(79)

 

그러고 보면, 그리스도의 자기비하를 통한 성육신 사건은 여행이다. 잃어버린 영혼들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머나먼 여정.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여정인 셈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말은 하나님의 여행에 동참하는 것이며, 예배는 구원사의 여정을 동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주의 말씀이 본향의 음식’(258)이라는 표현은 얼마나 적절한가. 그리스도인들은 본질적으로 여행하는 사람(Homo Viator)이다. 저 천성을 향해 떠나는, 나아가는, 살아가는 자들. 그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인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갈수록 천상을 향한 갈망 또한 깊어지고, 소명에 대한 소망도 또렷해진다. 책은 한 사람의 여행에서 우리의 여행으로 확장된다. 어느 순간 우리는 그리스도의 구원 서사에 일원으로 그 길을 함께 걷는다. 여행은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이자, 천국과 세상을 잇는 가교이다. 그리스도인은 길을 걷는 자이다. 주님께서 걸으셨던 그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을 걷는다. 그러므로 그 길 위에 소명이 있고, 사명이 있다. 고난과 영광, 기쁨과 슬픔, 모욕과 칭송 역시 그 길 위에 있다.

 

아름다움은 길 위에 있다.”

(Willy Ronis)

 

이제 그 길을 걸어가자. 하나님의 나라는 일상에 숨겨 있으며, 하늘의 평안은 주님의 길을 걷는 여정속에 있는 것이다.



 

  
저자 : 서종현  | 출판사 : 샘솟는기쁨
판매가 : 15,000원13,500원 (10.0%, 1,500↓)
★ 45개국에서 만난 창조주의 세상, 사진이 있는 22개국 여행 묵상집 ★ ★ 소년원 퇴소생들의 교회 ‘죄인교회’를 개척한 목회자의 유별난 기독교 세계관 ★ ★ 정신과 병력의 청년, 힙합뮤지션이 세계 선교에 도전하기까지★45개국을 여행하면서 22개국을 간추려 나를 만나고 창조주의 세상을 만나는 순례의 과정을 담았다. 저자의 유별난 관점으로 전하는 기독교 세계관은 힙합뮤지션의 묘사답게 여행지 특유의 환경에서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위태롭게 공감하면서 복음을 입체적으로 묵상하게 한다. 여행을 선교학의 상황화, 외부인이 내부인이 되는 순례라고 말하는 이 책은 침묵보다 소란스러움을,…[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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