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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읽기] 베네딕도 수도 규칙

샤마임 2018. 5. 9.

[기독교 고전읽기] 

베네딕도 수도 규칙

BENEDICTUS Regula Benedicti

*이글은 국민일보(마이트웰브)에 기고한 글입니다.


1. 규칙서의 구조와 특징

베네딕도의 생애는 그레고리 감독이 쓴 <베네딕도 전기>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중세 수도원에서 사용되었던 규칙서와 독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중세 수도원에서 사용된 규칙서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것은 <베네딕도 규칙서>이고 다른 하나는 <아우구스티누스 규칙서>입니다. 카시아누스 제도집을 교정하고 정리한 것이 <베네딕도 규칙서>이고, <아우구스티누스 규칙서>은 후대의 사람이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의 명성을 이용해 만든 규칙서입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우스 규칙서> <스승의 규칙서> 등이 있으며 현존하는 규칙서만 12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규칙서보다 가장 정교하고 탁월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합니다.

규칙서는 머리말까지 하면 모두 7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장은 분량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정하기를 어렵습니다. 가장 긴 장인 7장은 70절까지 있습니다. 30장이나 45장의 경우는 단 3절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요약을 하거나 평을 하기가 대단히 난해합니다. 그래서 규칙서를 역주한 이형우 신부의 해제를 참고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필요한 부분은 첨가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여 규칙서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 ’ 부분은 직접 인용한 부문이며 그렇지 않은 부분은 필자의 글로 수정 보완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사본의 문제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불필요하기 때문에 건너 띄도록 하겠습니다. 규칙서의 전체 구조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면 앞부분인 머리말부터 7장까지는 영성적이며 이론적인 성격이 많고, 후반부인 8장부터 마지막 72장까지는 제도적이고 규율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전반부 : 머리말-7장 영성적이며 이론적인 성격

후반부 : 8-72장 제도적이며 규율적인 성격

전반부

머리말은 수도 생활의 이상과 목표를 제시합니다.

1-3장에서는 수도원의 기본 구조와 수도승들의 종류와 의견들을 알려 줍니다.

4-7장은 영적 비결에 대해 말합니다. 수도원에서 배워야 할 덕목들인 순종, 침묵, 겸손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후반부

8-20장에서는 공동기도에 대한 전례집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됩니다.

밤에 바치는 기도(8-11), 낮에 바치는 시간경(12-18)과 시편 배열, 그릭 기도하는 태도(19-20)을 설명합니다.

21-52장에서는 수도원 내의 규율과 조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23-30장은 형벌집으로 벌을 받거나, 파면, 재입회 등이 있습니다.

31-34장은 수도원의 재정에 대한 부분입니다.

35-41장은 수도원이 운영 규칙과 봉사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제가 그리 명징하지 않기 때문에 서론 부분과 겹치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43-46장은 제2의 형벌집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수도사들의 문제를 다룹니다. 47장은 타종에 대한 것입니다.

48-52장은 일, 독서, 기도를 언급합니다. 시간을 어떻게 배정하고, 수도원 밖에서의 기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려 줍니다.

53-57장 수도원과 세속과의 관계를 규정합니다. 손님과 선물, 구제 등의 규정입니다.

58-66장 수도원에 있는 사람들을 세우는 이야기들입니다.

67-72장 규칙서의 마지막 부분이며 앞선 부분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 보완합니다.

73장 권고의 말

학자들은 67장 이후를 2차 편집이며, 교정한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73장에서 권고를 말을 하고 책을 맺습니다. 규칙서를 읽어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수도 생활을 통해 체득한 것을 카시아누스 제도집을 원본 삼아 규정하고 수정하여 수도원에 가장 적합한 규칙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요약

요약은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거나 정리하려고 합니다. 규칙서 자체가 수정이나 삭제 첨가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머리말

우리는 스승과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깨어 성경의 말씀에 분발하라. 악이 덮치지 않도록 하라. ‘만일 우리가 그분 나라의 장막 안에서 살고자 한다면, 선행으로 달리지 않고는 결코 그곳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거룩한 행실로 살아가길 원한다. ‘주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서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 아멘

전반부(1-7)

수도승들의 종류에는 네 종류가 있다. 수도원에 살며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분투하는 회수도자들이 있다. 둘째, 독수도자, 은세수도자들인데 그들은 수도원이 아닌 홀로 고독하게 악과 싸우는 이들이다. 셋째 사라바이따들인데 극히 나쁜 자들이다. 겉은 수도사들이지만 악을 즐기는 이들이다. 넷째, ‘기로바꾸스’(떠돌이 수도승)이다. 나그네처럼 떠돌아다니는 이들이다. 이들은 사라바이따 들보다 더 악한 자들이다.

[‘아빠스라는 말은 아바, 아빠란 말이지만 스승, 목자, 수도원장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수도원을 돌보는 사람은 아빠스다. 그는 수도원의 으뜸이며 지도한다. 아빠스는 주의 계명을 가르친다. 아빠스는 좋은 것과 거룩한 것을 가르치되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사람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을 다른 사람보다 더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아빠스는 타이르고 책망하고 책벌해야 한다. 결정할 때는 규칙과 스승을 따라야 한다. 함께 모여 의논하라.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을 지키라.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병자를 방문하고,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화내지 말라. 악을 갚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 과식하지 말라. 거룩한 독서를 즐겨라.

보라! 이런 것들이 영적 기술의 도구들이니, 우리가 이것들을 밤낮으로 끊임없이 채워 실천하고 심판의 날에 그것을 돌려드리면 주께서 친히 약속하신 그 상급을 받게 될 것이니,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해 주셨다라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겸손의 첫 단계는 순명(順命 순종)이다. 순명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실천하는 것이다. 말씀에 순종하는 자만이 말씀의 감미로운 맛을 안다. 말하는 것과 가르치는 일은 스승에 적합하고 침묵과 듣는 것은 제자들에게 가져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겸손의 첫 단계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의 뜻과 욕망을 채우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순명이다 네 번째 단계는 인내이다. “순명에 있어 어렵고 비위에 거슬리는 일 또는 당한 모욕까지도 의식적으로 묵묵히 인내로써 받아들이며, 이를 견디어 내면서 싫증을 내거나 물러가지 않는 것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고백이다. 여섯 번째 단계는 자족이다. 일곱 번째 단계는 마음 깊이 자신의 비참함을 아는 것이다. 여덟 번째 단계는 수도승이 수도원의 공동 규칙이나 장상들의 모범이 권고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아홉 번째 단계는 혀를 억제하는 것이다. 열 번째 단계는 쉽게 웃거나 큰 소리로 웃지 않는 것이다. 열한 번째 단계는 온화한 말이다. 열두 번째 단계는 마음으로 몸으로 겸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겸손의 이 모든 단계들을 다 오른 다음에 수도승은 곧 하나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 이제는 지옥에 대한 무서움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좋은 습관과 덕행에 대한 즐거움에서 하게 될 것이다.”

8-72

8시에 일어나 기도하라. 야간 기도 후 시편을 읽거나 독서하라. 날이 밝으면 아침기도를 하라. 시편을 외우고, 영광송과 암브로시우스의 찬미가를 외우라. 야간기도에는 구약이나 신약, 교부의 문헌을 읽으라. 아침과 저녁 기도의 마지막 순서는 주의 기도를 반드시 외우라.

“<아침 기도>, <1시기도>, <3시기도>, <6시기도>, <9시기도>, <저녁기도>, <저녁기도>, <끝기도> 때에 우리 섬김의 의무를 완수한다면, 우리는 이 거룩한 일곱이라는 숫자를 채우게 될 것이다.”

평판이 좋고 거룩한 형제를 뽑아 십인 장로를 세우라. 각 사람은 자신의 침대에서 잠을 청하라. 불순종하거나 죄를 지으면 한두 번 몰래 훈계하라. 그다음 공적으로 책벌하라. 그렇지 못하면 파문에 처하라. 큰 죄를 범하면 공동 식탁과 성당에서 제하라. 파문 당한 자들과 교제하지 말라. 여러 번 책망 받고도 고치지 않으면 수도원에서 쫓아내라. 수도원에서 개인의 소유를 갖지 말라. 그러나 차별하지 말되 연약한 자들에게 더하려 주어야 한다. 병든 자를 찾아가라. 노인과 어린이들은 부드럽게 대하라. 매일 6시와 9시에 식사한다. 과식하지 말라. “그리고 극히 허약한 병자들 외에는 모든 이들에게 네 발 가진 짐승의 고기를 절대로 금할 것이다.” 규정된 시간 전이나 후에는 먹지 말라. 파문당한 이들은 공동 식탁에서 제하라.

죄를 지으면 예배에 참석할 수 없다. “한가함은 영원의 원수다.” 육체노동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성독(lectione divina)하라. 1시 기도 후 4시까지 필요한 노동을 하고, 4시부터 6시기도까지 독서하라. “특별히 형제들이 독서에 전념하고 있는 시간에 한두 사람의 장로들에게 책임을 맡겨 수도원을 돌아다니게 하여, 혹시라도 한가함이나 잡담에 빠져 독서에 힘쓰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무익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방해가 되는 게으른 형제가 있는 살피게 할 것이다.”

사순절에 악습을 멀리하고 눈물과 함께 기도하고 독서하며 마음으로 통회하며 절제에 힘쓰라. 수도원 밖에 있어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그곳에서 홀로 하라. 외부에서 불필요하게 식사하지 말라.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잘 접대하라. 식사와 침실을 준비하여 허물이 없게 하라.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말라. 외부의 물건이 오면 반드시 아빠스에게 보고하고 아빠스의 권한에 맡겨라. 의복은 정해진 복장을 하고 아빠스의 소관에 따라 하라. “수도승들은 이 모든 것들의 색깔이나 품질에 대해서 투정하지 말고, 다만 거주하는 지방에서 구할 수 있거나 혹은 싼값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할 것이다.” 새것을 받으면 헌 것을 돌려주어 구제하는데 사용하라. 쓸데없는 많은 여벌옷을 갖지 말라. 아빠스는 항상 순례자와 손님과 식사하도록 준비하라. 수도원의 물건을 팔 때 아나니아와 삽비라를 기억하고 탐욕을 부리지 말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들을 봉헌한다면 소년의 손에 예물과 함께 제대보로 싸서 그를 봉헌하라. 부로 서약하게 하여 자신의 아들에게만 뭔가를 주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교회의 사제가 수도원에 자신을 봉헌한다면 천천히 받으라. 규칙서의 규율을 지키게 하고, 문답을 통해 복종과 겸손을 배우게 하라. 외부 수도승이 왔을 때 다른 문제가 없다면 임시적으로 거주하게 하되 정주하기 원한다면 규칙서에 명한대로 하라. 서품 받은 자들은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말고 더욱 복종하고 겸손하라. 수도원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투어 존경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지키라.

아빠스를 세울 때는 고려한 기준이 있다. 악습에 찬 인물을 공모하여 세우지 말라. 하나님의 집에 합당한 자를 세우라. 아빠스가 되면 져야 할 짐과 권리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모든 이들의 모범이 되고, 잘 가르치고, 책벌하고 사랑해야 한다. 연약한 자들을 돌보고 악습을 근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규칙을 모든 면에 걸쳐 준수함으로써 제때에 자기 동료 종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준 착한 종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잘 관리할 것이니, ‘나는 분명히 말하지만, 주인이 자기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고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여행하면 형제나 아빠스에게 기도를 청하라. 여행에서 돌아오면 성전 바닥에 엎드려 회개하고 침묵하라. 아빠스의 허락 없이 수도원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서로 변호하지 말라. 함부로 타인을 때리지 말라. 아빠스에게 순명하며 서로에게 순명하라. 좋은 열정을 가지라. 사랑, 존경, 인내, 순종 등을 나타내라.

73장 마무리

이 규칙서는 수도원 안에서 지켜 수도생활을 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교문들의 가르침이 있고,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신.구약 성경이 있다.

 

그러므로 하늘의 고향을 향해 달려가려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초보자를 위하여 쓴 이 최소한의 규칙을 그리스도의 도움을 받아 완수하여라. 그리하면 마침내 하느님의 보호하심으로 위에 언급한 교훈과 덕행의 더욱 높은 절정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아멘

 

3. 나가면서

 

베네딕도 규칙서는 수도원 규칙의 모범입니다. 이전과 이후의 모든 규칙서는 베네딕도의 규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규칙서는 개인의 경건과 공동생활, 그리고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수도원 안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하며 그에 맞는 노동과 기도, 독서와 예배를 드립니다. 규칙 안에는 병든 자와 가난한 자들에게 대한 구제 등이 담겨 있지만 그것은 매우 소극적인 것입니다. 그들의 삶은 언제나 수도원 안에 머물러 있으며, 정해진 규칙을 따라 행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한 편으로 교회가 타락할 때 거룩을 유지하여 교회 개혁의 주체가 되는 역할을 맡게 합니다. 중세 교회가 극도로 타락할 때 무너지지 않았던 한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수도원 때문입니다. 교회와 수도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를 보완하고 보충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원도 탐욕에 빠져들자 결국 무너지고 말았지만 교회를 지키는 든든한 보루와 같은 곳이 수도원이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세상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몰입하여 개인 영성을 키우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교 개혁이 일어날 때 루터가 수도원에서 일상으로 나왔는지, 칼빈이 소명을 일상의 직업과 연관 시켰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와 세상이 거의 구분되지 않음으로 교회가 타락할 때 걷잡을 수 없습니다. 교회 안에 거룩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목회자들의 타락과 상식을 넘어서 초법적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이때, 중세 수도원이 가졌던 청빈과 겸손, 거룩한 독서와 가난함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네딕도 규칙서는 수도원 규칙이라는 단순한 해석을 넘어 한 영혼이 얼마나 주님을 닮아가기를 갈망하는 지를 보여주는 영적 지도로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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