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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기도, 월터 브루그만 / 박천규 옮김 / 비아

샤마임 2021.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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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기도

월터 브루그만 / 박천규 옮김 / 비아

 

사랑하고 존경하는 월터 브루그만의 신간이다. 이번에는 비아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지금까지 봐온 어떤 조합보가 가장 멋진 조합이다. 대가의 기도문을 조잡한 사유를 지닌 내가 평한다는 것이 마냥 부끄럽고 우습다.

 

월터 브루그만은 광야의 소리다. 정형화되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정의는 인습과 전통을 우상시하는 인간의 정신을 타파한다. 본질로서의 하나님의 음성은 가식과 허위로 장식과 인간의 언어를 폭로한다.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설 때 비로소 겸손해진다. 월터 브루그만은 자신을 ‘소리’라 외쳤던 세례요한의 음성을 꼭 닮았다. 물론 그의 <예언자적 상상력>이 심긴 편향인지 모르나 지금까지 읽었던 월터 브루그만의 글들이 그랬다. 원제는 <Awed To Heaven, Rooted In Earth>임에도 <예언자의 기도>로 번역한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지금까지 번역서들의 제목과 잘 조화를 이루며 월터 브루그만의 성향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룩하신 당신을 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우리의 삶을 스스로 조정하려 합니다.
경건한 행위를 교리화 하고, 교리를 만들고,
전례에 참여하고, 도덕을 만들고
은밀하게 이념을 숭배합니다.
우리는 안전하고 올바른 곳에 있다고 안도합니다.
-구약학 수업, 1988, 10, 15 기도의 일부

 

 

이 기도문들은 월터 브루그만이 수업을 시작하며 했던 실제 기도문이다. 신학 수업은 지식을 얻기 위한 목적을 넘어선다. 칼뱅으로부터 시작된 수업전 기도는 기독교 수업의 오랜 전통이 되었고, 그것은 아름다운 전통이다.

 

“올바른 기도에 대한 저의 생각은 저의 맥락이었던 강의 현장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변했고 발전하고 성장했습니다.”(17쪽)

 

맥락, 그렇다. 기도는 맥락이다. 신학교 교수로서 학생들과 수업에 들어가기 전 먼저 하나님께 기도했다. 기도는 간구이자 실천이다. 이 위대한 학자요 경건한 목회자인 저자는 기도의 혁명성을 잘 알았다. 기도는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본질에 천착하는 기도는 인간의 우상을 폭로하는 동시에 파괴한다. 또한 인간의 터가 얼마나 허망한가는 잘 보여준다.

 

그렇게 우리를 부수시고 새롭게 하실 때, 우리는 당신을 의심하고 두려워합니다. 헛된 망상에 불과했던 삶의 토대와 기둥들이 송두리째 무너질 때, 비로서 우리는 우리가 모래 위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악몽에 사로잡혀 두려워 떨며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 그 어떤 반석보다 단단하고 강하고 확실한 당신이 오셔서, 우리의 모래를 뒤엎으시고 반석을 세우십니다.
1993, 9, 30 기도의 일부

 

브루그만의 언어는 허망한 것을 기대하는 인간의 야망을 부순다. 헛된 것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실존을 상시시킨다. 어리석음과 아집으로 교만한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의 마음을 단박에 하나님의 거룩한 보좌에 호출한다. 그는 확실히 예언자다. 도시의 살던 통제된 삶이 아니었다. 얼마든지 자신을 꾸미며 포장이 가능했던 가식의 사람의 아니었다. 인간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무엇인 참인지, 무엇이 실재인지 그는 알았다.

 

일상의 소박한 언어를 사랑했다. 브루그만의 언어는 천상의 언어도 아니고, 낯설고 신비롭지도 않다. 우리가 늘 하고 듣던 언어다. ‘치유’ ‘회복’ ‘용서’ ‘찬양’ ‘노래’ 등 그의 언어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식상하지 않으며 진부하지 않다. 그는 일상의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추론하고, 각색한다.

 

우리가 성서라는 세계로 나아갈 때,
우리는 이곳에 처음 도착한 사람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이곳에는 이미 수많은 깃발이 꽃혀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혼자가 아닙니다.
수많은 증인이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그러나 우리가 천천히 기도하면
우리는 성서 본문과 그 주변을 돌아다니는 이들을
다시금 새롭게 만나게 됩니다.
2000, 7,11 기도 중에서

 

얽매이지 않고 읽었다. 어느 곳은 빠르게 읽고, 어느 곳은 세 번을 읽었다. 어느 곳은 노트에 옮겨 적었다. 혼자 있는 날은 소리 내어 읽었다. 아니 기도했다. 깊이 울리고, 넓게 퍼진다. 가능하다면 많은 이들과 이 책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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