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지리, 컬러 사진과 성경 역사와 함께 배우자.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와 크리스천투데이에 기고된 글입니다.]
요르단
김동문 / 홍성사
김동문 선교사의 책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한다. 성서 세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랍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지내온 저자는 성서의 땅을 소개하는 최적의 사람이다.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책들도 좋지만 특별히 나를 행복하게 하는 책은 성경읽기와 관련된 책들이다. 2014년에 포이에마를 통해 출간된 <오감으로 성경 읽기>는 김동문 선교의 '맛'을 아는 경험이었다. 이전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오감을 통한 성경의 세계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나의 성경 읽기는 <오감으로 성경 읽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특이하고 특별했던 책이다. 한 달 전, 김동문 선교사로부터 우연히 연락이 닿아 책 한 권을 선물해 준다는 복음을 전해 주었다. 난 당연히 <요르단>을 선택했다. 이 책은 2009년 홍성사에 출간된 책으로 이스라엘 본토가 아닌 요단 동편 땅인 요르단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요르단에 성지가 있다고?’ 당연히 있다. 그것도 많이. 우리가 아는 성지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요단 서편이다. 좀더 확대한다면 요단강과 사해, 그리고 네겝 광야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요단 동편이라니. 아마도 성서지리에 익숙하지 않는 독자들은 요단 동편 지역인 요르단에 대해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요르단 지역은 성경 안에 빈번하게 등장하며 성서의 사건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모세가 가나안을 보았던 산인 느보산도 요르단에 속한다. 아모리 왕국이 요단 동편이며, 약복강과 숙곳, 브니엘도 요단 동편 땅이다. 여호수가아 가나안을 정복하기 전, 르우벤 지파와 갓지파, 므낫세 지파의 절반은 요단 동편에 자리한다. 익숙한 지명인 길르앗도 요르단에 속한다.
갈릴리 동편은 므낫세 지파가 할당받은 지역이며 바산으로 불린다. 바산은 힘센 소들이 많아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는 이스라엘을 빗대어 ‘바산의 힘센 소(시 22:112)로 불리기도 한다. 바산 지역은 이스라엘 정복기에 바산의 왕 옥이 지배했는데 옥은 가나안 지경에서 독하고 악한 왕으로 유명했다. 신명기 32:1에서는 ‘바산에서 난 숫양과 염소’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을 보면 가축들이 자라기에 적합한 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요단 동편과 바산 지역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깊은 연관이 있다.
거두절미하고 이 책 외에 요르단 지역은 사진과 함께 다양한 해설을 겸한다. 이 책처럼 흥미롭게 재미있게 성서지리를 다룬 책이 있던가? 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성서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지 ‘성지여행’이란 이름으로 팔레스타인 주변으로 여행을 많이 떠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지고 지금은 시들해져 버렸다. 물론 성지여행은 용어부터 많은 부작용과 오류가 있었지만 성경을 더 알려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히 긍정적이다. 비록 수천 년이 흐르긴 했지만 문자로만 보는 성경의 세계와 실제의 세계를 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이 책을 통해 요르단 주변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안타깝게 절판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 책이 출판된 해는 2008년이다. 벌써 13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한편으론 다행스럽고, 한편으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이렇게 좋은 책이 절판이라니...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이 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보자. 먼저 이 책은 많은 사진이 있다. 올컬러판이다. 그런데 가격은 고작 25,000원이다. 가격을 40,000원까지 올려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사진과 더불어 성경 속의 흥미로운 사건들이 소개된다. 성경 속의 사건 뿐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소개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다. 비록 매우 간략하긴 하지만 서두에서 요르단 지역의 역사를 살펴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암몬 왕국, 아모리 왕국, 베레아 지방, 사해 지역, 길르앗, 데가볼리 지경, 모압 왕국, 에돔과 나바트 왕국을 다룬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미완의 작품이며, 중요한 유적지의 1/3만을 다루고 있다. 현지에서 작업을 했을 터인데 어떻게 이렇게 꼼꼼하게 자료를 살피고, 현지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백과사전식의 기술을 피하고 환경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아우르는 설명을 한다. 이들은 아직도 성경시대와 거의 비슷한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뒤통수를 만져서는 안 된다. ‘돼지 같다’는 표현은 인격모독이다. 아직도 서로 인사할 때 입맞춤을 한다. 물론 우리가 아는 뽀뽀나 키스가 아니다. 서로의 볼을 비비면서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 것이다. 성경은 많은 곳에서 ‘입맞춤’(창 33:4, 살전 5:26)을 권장한다.
사진과 함께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엘리야의 고향 디셉을 소개하는 부분은 몇 번을 다시 읽었다. 크게 이상할 것도 없는데 유난히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는다. 실제로 디셉은 길르앗 지방의 후미진 곳이며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길르앗 라못이나 길르앗 야베스와 같은 큰 도시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았다. 거기에다 엘리야의 집안은 타지에서 이주해온 뜨내기였다. 손 하나라도 보태서 가정을 일으켜야할 엘리야에게 하나님의 성령이 임함으로 선지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의 가족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극히 작고 초라한 집안 출신에다가 그가 부름을 받을 당시의 생활 형편도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작고 보잘것없는 이 지역에까지 찾아오셔서 지극히 작고 천한 자를 들어 쓰셔 최고의 하나님의 선지자로 그를 부르셨다.”(265쪽)
과연 엘리야는 구약의 선지자를 대표하는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배경은 너무나 작고 초라했다. 작고 초라함은 베들레헴 구유에 누워계신 예수님과 닮지 않았는가. 과연 시작은 작고 초라하나 하나님은 그들을 기꺼이 사용하여 위대한 일을 행하신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간다. 호기심에 성경까지 찾는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간낭비가 아닐까. 진리의 말씀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기꺼이 낭비해야 될 고귀한 낭비다. 사진과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보면 성경 안인지 밖인지 비몽사몽이다. 이 책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서평을 마치려 한다.
“톨레 레게(Tolle, 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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