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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보내며 드리는 기도

샤마임 2021. 12. 23.

꿀벌의 모습

2021년을 보내며 드리는 기도

 

하나님! 또 한 해가 갑니다. '또'라는 이 말에 얼마나 가슴에 박히는 말인지요. 운명처럼 잔혹하고 족쇄처럼 가슴을 조여 옵니다. 최근 사사기를 읽어가면 '또'라는 단어가 예리한 칼처럼 저의 마음을 찌릅니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요? 아니면 반복된 연말의 식상한 표현이라 그럴까요? 지나왔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무엇하나 달라진 것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시지푸스의 저주처럼 오르락내리락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죽음의 문턱을 오갔던 탓인지 눈물은 흘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저도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곧 스물이 됩니다. 철없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30년 전 저를 보았을 아버지를 생각해 봅니다. 제가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아버지도 저를 답답해했을까요? 열일곱부터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며 홀로 살았습니다. 겨우 차비 만을 받아 한 달을 버텼습니다. 차비를 아끼려고 모두가 떠난 컴컴한 기숙사에 종종 홀로 있어야 했습니다.

 

어둔 복도, 적막한 기숙사. 수백 명이 기숙하는 기숙사에 열명 남짓 남아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저였죠. 다른 친구들도 차비를 아끼려고 집에 가지 않았을까요? 문득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은 이렇게 빠르게 흘러갑니다. 말하지 않아도 다그치지 않아도 바람처럼 왔다 흘러갑니다. 저의 인생도 그렇게... 

 

꿀벌

최근 들어 자꾸 후회가 됩니다. 잘못 살았다는 생각, 실패했다는 생각,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생각. 온갖 생각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25년 전, 목회의 길로 접어들 때 분명한 소명과 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저의 성향이나 성격을 볼 때 결코 목회자는 아닌 듯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회의 경력이 많아질수록 나는 아니라는 생각, 자꾸 저를 괴롭힙니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인데 남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난해지고, 목회가 길어질수록 거짓된 삶을 살았다는 생각에 어쩔 때는 두렵기까지 합니다. 문득문득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실까라는 어처구니없는 걱정을 합니다. 이젠 목회지도 없고, 목회할 의지도 없습니다. 목사들의 세계가 너무 싫고 짜증이 나고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그들의 가식과 거짓에 치가 떨립니다. 그렇다고 내가 선한 것도 아니고. 어딜 가도 누구를 만나도 외롭습니다. 이것이 실존인가 싶네요.

 

하나님! 정말 당신이 살아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가끔 죽음이 무엇인지 묻고 싶고, 살아감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답 없는 당신께 기도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리라 다짐해 보지만 약한 의지를 가진 탓에 늘 침묵을 깨고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길이 어둡습니다. 종종 언제까지 목숨이 붙어 있을까? 언제까지 더 살아야 할까? 답도 없는 불신앙적 고민에 빠지고 회의에 빠져듭니다.

 

뼈만 앙상한 겨울나무를 보십시오. 그들은 살아 있으나 죽었고, 죽어 있으나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죽음이고, 누군가에게 기다림입니다. 저는 기다림으로 해석하려 합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 새집

2022년에는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덜 울었으면 좋겠고, 덜 원망했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이 있으면 봄을 기다리지만 봄이 와도 희망 없음을 알기에 계절은 무상하고 삶은 텅 비어 버렸습니다.

 

내년은 꼭 많이 웃었으면 좋겠네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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