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와 설교자를 위한 레위기 이야기
레위기 꼭 읽어야 합니까?
묵상자와 설교자를 위한 레위기 이야기
수년 전 K집사님이 물었다.
“목사님! 꼭 레위기를 읽어야합니까?”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네 꼭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안수집사였기 때문이다. 안수가 집사쯤 되면 성경에 정통?해야 한다는 게 나의 고집이다. 안수집사라면 최소한 교회를 십년이상 다니신 분이 아니던가? 그런데 레위기를 건너뛰다니 말도 안 된다. 구속사의 기본 개념만 알려면 레위기를 건너뛰어도 된다. 개략적인 내용만 알면 될 일이다. 하지만 신앙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레위기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 레위기를 건너뛰면 예수의 대속적 죽음을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거룩에 대한 이해가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레위기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키워드는 ‘대속’과 ‘거룩’이다. 레위기는 레위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성막에서 일어나는 제의와 그 의미들을 다룬다. 또한 백성들의 성결에 대한 결례들을 일러준다. 율법이라고 말을 할 때 그 의미가 가장 풍부하게 내포되어 있는 곳이 바로 레위기다. 레위기는 먼저 죄가 무엇인지 다룬다. 다음으로 그 죄를 어떻게 다루어야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제의(祭儀)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성결한 삶을 열거한다.
문제는 이러한 대략적인 이야기도 레위기 안으로 들어가면 나침반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지도 없는 정글을 탐험하듯 길을 잃고 만다. 그러니 레위기는 일종의 수면제 역할을 했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새해가 되면 성경통독에 도전했다 넘어지는 곳이 바로 레위기다. 레위기를 넘어가면 훨씬 수월해 진다. 27장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분량이지만 통독자들을 유혹하는 세이런의 자장가로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자, 그럼 레위기의 정글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통독 세미나부터 하라.
그런데 참 이상하게 통독 세미나를 하고 나면 아무도 성경을 읽지 않는다. 왜? 세미나 마치고 나면 지치고 만다. 통독 세미나는 절대 세 시간(세타임)이상 하지 말라. 대략적인 개요와 중요한 주제들만 다루면 된다. 어떤 교회는 통독세미나를 일주일동안 저녁마다 하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제발 통독 세미나는 간단하게 하라. 성경 전체를 다루는데 왜 그리 말이 많은가? 말은 적게 통독을 많이. 실제로 성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통독 세미나를 통해서 레위기나 요한 계시록은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둘째, 처음부터 완전 통독을 하지 마라.
개인적으로 창세기, 출애굽기, 민수기, 신명기 뒷부분, 여호수아 등으로 연대기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골라 읽는 것도 좋다. 두 번째 통독이라면 전부 읽기를 권한다. 연대기 성경을 읽는 것도 좋다.
셋째, 잘 정리된 책의 도움을 받으라.
레위기나 요한계시록은 반드시 읽으면서 잘 정리된 책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읽으면서도 어디를 읽고 있는지를 자주 잊는다.
필자는 세 번째에 중요한 무게를 두는데, 성경 읽기는 쉬운 듯 하면서 쉽지 않다. 그러나 좋은 책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레위기를 읽으며 도움이 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해 보자.
한 권은 성기문의 <키워드로 읽는 레위기>(세움북스)와 고든 웬함의 <레위기>(부흥과개혁사) 주석이다. 성기문은 고든 웬함아래서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헌사를 적었다.
“이 책을 레위기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신 필자의 스승 고든 웬함 교수께 헌정한다.”
고든 웬함은 이미 WBC 주석을 통해 그의 능력이 만방? 에 알려지신 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분의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작해야 VIP성경주석 공동 집필자로 올라가있고, 성서유니온선교회에서 나온 <모세오경>이 전부다. 두 책 모두 전문서적이 아니다. 그가 집필한 책이 서너 권이 아닌데 말이다. 주요한 책은 글의 끝에 첨부한다. 어쨌든 고든웬함과 그의 제자인 성기문의 기묘한 만남은 레위기를 공부하는데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겐 복이다.
간단하게 두 책을 비교하면 이렇다. 먼저 고든 웬함의 <레위기>는 말 그대로 주석이다. 그러나 WBC와 같은 깊이는 없다. 아마도 분량을 작게 하기 위해 상당히 간결하게 적은 것 같다. 이 일반 주석처럼 한 구절 한 구절 파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문단을 나누고 필요한 단어나 주제들을 설명하는 형식을 띤다. 레위기 설교를 하는 목회자라면 고든 웬함의 <레위기>는 통째로 읽어 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레위기 한 번 읽고, 고든의 <레위기> 한 번 읽고. 레위기는 보통 접근하기 힘든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주석에 비해 이 책이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레위기의 영원한 신학적 가치를 드러내자는 두 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 장의 끝이나 그 외의 장소에 레위기가 신약 성경 및 기독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포함했다. 이 부분을 통해 독자들은 레위기의 관련 장에서 이끌어 낸 개념, 단어, 의식들을 사용한 신약의 본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레위기의 개념들이 신약 성경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발견하면 놀랄 것이다. 서론의 두 부분에서도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복음 사이의 관계를 다루었다.”(7쪽)
그럼 성기문의 <키워드로 읽는 레위기>는 어떨까? 표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사역, 배경, 도표, 설명. 적용과 묵상을 한 권의 책으로”
기막힌 발상이다. 내가 보기엔 불가능해 보이는데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상당한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먼저 이 책의 장점이자 강점은 바로 ‘표’다. 고든 웬함의 책은 텍스트로 풀어 설명했다면, 성기문의 <키워드로 읽는 레위기>는 한 눈에 들어오도록 표로 보여준다. 즉 길을 잃지 않는다. 각 장마다 ‘개관’ ‘구조’ ‘내용’ ‘오늘을 위한 말씀’으로 구분해 명료하다. 소개한 대로 한 권의 책으로 연구에서 설교까지, 또는 묵상과 적용까지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처음 레위기를 읽는 독자라면 이 책을 곁에 두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같이 읽는다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적용에 대한 예를 보면 이렇다. 05장 ‘옷에 생긴 곰팡이에 관한 율례들’(13:47-59)에서 ‘오늘을 위한 말씀을 이렇게 적었다.
“피부병이나 옷에 문제가 생겼든지, 아니면 집에서 부정해진 사람은 마찬가지로 주의 거처[즉 성전]에서 부정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사람은 제단이나 제사장과 연결되어 있다. 예수의 피부질환 치료(마 8:3, 막 1:42, 눅 5:12-13)는 하나님 나라의 전파의 징조로 사용될 정도이다.(마 10:8, 11:5, 눅 7:22)”
이것은 고든 웬함이 시도한 맥이 같이한다. 고든 웬함이 산문체로 풀어 놓았다면 성기문은 간결하게 정리해 한 눈에 들어오게 했다. 묵상자와 설교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레위기 이해를 돕는 다른 책들]
김경열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 새물결플러스
필립 젠슨 <레위기 읽기> IVP
데렉 티드볼 <레위기 강해> IVP
사무엘 발렌틴 <레위기> 한국장로교출판사
존하틀리<WBC 레위기주석> 솔로몬
김의원 <레위기 주석> CLC
다른 책들도 있지만 너무 가벼워서. 이 정도면 레위기 공부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직접 주해를 해 보는 것.
The Psalter Reclaimed: praying and praising with the Psalms (Crossway, 2013).
Psalms as Torah: Reading Biblical Song Ethically (Baker Academic, 2012).Exploring the Old Testament: the Pentateuch (London: SPCK, 2003).
Story as Torah: Reading the Old Testament Ethically (Edinburgh: T &T Clark, 2000).
Numbers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7).
Genesis 1-15? Word Biblical Commentary (Waco: Word, 1987).
Genesis 16-50Word Biblical Commentary (Dallas: Word,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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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2016-12-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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