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묵상] 1. 1:1-21 비록 쫓아내지 못했을지라도
[사사기 묵상] 1. 1:1-21
비록 쫓아내지 못했을지라도
사사기는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에 시작됩니다. 여호수아의 죽음은 리더십의 부재를 의미하며 앞으로 일어날 사사기의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 됩니다. 여호수아의 시작은 모세가 죽은 후 시작됩니다. 그러나 화자가 하나님이며, 모세를 이을 여호수아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사기는 화자가 하나님도 아니며 여호수아를 이을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아닌 ‘이스라엘 자손’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연합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말합니다.
사사기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기도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누가 먼저 올라가서 가나안 족속과 싸우리이까’ 묻습니다. 이곳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의 기도 속에는 가나안 족속과의 전쟁을 머뭇거리고 있음을 은닉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유다가 먼저 올라가도록 명령합니다. 유다는 홀로 올라가지 않고 ‘형제 시므온’과 함께 연합합니다. 유다와 시므온은 차지할 땅이 섞여 있습니다. 그들은 홀로 싸우기보다 협력하여 싸우는 것이 지혜롭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의 연합은 훌륭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들은 올라가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을 치고 베섹에서 만 명을 죽이고 왕인 아도니 베섹을 사로잡습니다. ‘아노니 베섹’은 베섹의 왕이란 뜻입니다. 아도니 베섹은 사로잡힌 후에 놀라운 고백을 합니다. 아도니 베섹은 옛적에 칠십 명의 왕들을 정복하고 그들의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을 자르고 자신의 상아래서 개처럼 먹을 줍게 했습니다. 그는 이제 하나님께서 자신이 행한 대로 갚으셨다고 말합니다. 엄지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르는 행위는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로마 등에서 유행했던 적장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입니다. 엄지손가락을 자름으로 무기를 들 수 없고, 가장 앞선 것을 자름으로 그의 모든 것을 깎아 내리는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유다 자손이 예루살렘을 쳐서 점령하지만 완전한 승리를 이루지는 못합니다. 후대에 다윗이 예루살렘을 쳐서 다윗성이라고 부릅니다.(삼하 5장) 유다 자손은 예루살렘을 치고 그곳에 거주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다시 다른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산지와 남방과 평지에 거주하는 가나안 족속들과 싸우고 그곳에서 헤브론에 거주하는 가나안 족속을 멸합니다. 이곳에 골리앗의 선조 격인 거인들인 ‘세새와 아히만과 달매’를 죽입니다.
헤브론은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곳에 아브라함이 살았고, 사라를 묻었으며 이삭과 야곱도 헤브론의 막벨라 굴이 있습니다. 민 13:22에서는 헤브론이 애굽 소안보다 칠 년 전에 세워졌다고 말합니다. 헤브론의 본 이름은 '기럇아르바'였습니다.(창 23:2) 그곳에 거구였던 세 명의 아낙 자손을 죽입니다.이들이 누구입니까? 이스라엘 자손들을 벌벌 떨게 하고 다시 광야로 내몰았던 공포의 거인들입니다.
유다 족속의 승전은 예루살렘과 헤브론이라는 가장 중요한 두 도시를 점령함으로 앞으로 유다 지파가 모든 이스라엘을 대표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다 지파 외에는 제대로 가나안 족속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지파는 없습니다. 유다가 달라고 했던 산지는 바로 ‘헤브론 산지’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아브라함이 머물렀고 조상들의 뼈가 묻힌 그곳에 자신의 뼈를 묻고 싶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다 지파의 족장인 갈렙과 그들의 승리는 여호수아를 대신할 리더 지파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유다 지파에서 갑자기 갈렙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드빌에 도착해 그곳을 점령하려 합니다. 갈렙은 그곳을 점령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딸 악사를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자 갈렙의 아우 그나스의 아우인 옷니엘이 드빌을 쳐서 점령합니다. 갈렙은 그에게 자신의 딸을 아내로 줍니다. 드빌의 본이름인 기럇 세벨은 ‘책의 성읍’이란 뜻을 가지고 있고 나중에 레위인들과 연결되는 성읍이 됩니다.(대상 6:58) 악사가 시집을 갈 때 아버지 갈렙에게 밭을 구하고, 더불어 샘물까지 달라 하자 갈렙은 그녀에게 윗샘과 아랫샘을 선물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유다 자손의 이야기는 모세의 장인이었던 겐 사람의 이야기와 엮어집니다. 사사기 기자는 4장과 5장에서 이어질 야엘의 사건을 미리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유다 자손과 함께’(16절) 유다 황무지에서 거합니다. 이곳은 남방(네게브)에 자리 잡은 옷니엘과 악사가 거하는 지역입니다. 시므온 지파의 연합이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 나타납니다. 아마도 시므온 지파가 별다른 역할을 못했을 수도 있고, 유다 지파를 강조하려는 목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시므온 지파와의 연합은 성공했고, 가나안 정복은 완벽하게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유다 지파의 실패로 마무리됩니다. 가사와 아스글론, 에그론 지역을 점령하지만 골짜기 주민들에게 철 병거가 있어 쫓아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베냐민 자손 역시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여부스 족속을 쫓아내지 못합니다.
사사기를 사자성에 비한다면 용두사미(龍頭蛇尾)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여호수아의 뒤를 이어 뭔가를 이루어갈 것 같은 성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유다 지파조차 말미에서 완전히 쫓아내지 못함으로 누룩처럼 가나안 족속들이 이스라엘 속으로 파고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끊임없이 그들을 세우고, 회복시키실 것입니다. 사사기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위기는 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물로 준 땅이 그들의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다시 쫓겨나가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그들의 불순종은 평화(샬롬)의 땅에서 평화를 누리지 못하게(엔샬롬) 만듭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유배를 당할 것이며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사기가 왕정시대의 관점에서 기록되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유다 지파의 승리는 다른 지파가 추구해야 할 모범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통치할 의로운 왕을 소망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부의 학자들은 유다 지파와 시므온 지파의 연합을 좋지 않게 보지만 성경은 그들의 연합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기록된 베냐민 지파의 실패를 통해 유다 지파가 시므온 지파와 베냐민 지파를 끌어안고 새로운 연합을 만들어낼 것임을 암시합니다. 이 세 지파는 이스라엘이 분리될 때 유다 지파를 중심으로 남유다 왕국을 만들어 냅니다. 소멸되다시피하는 시므온과 베냐민 지파는 유다 지파 안에 머묾으로 왕정 시대에 어떤 지파보다 강력한 힘을 얻게 됩니다. 베냐민 지파였던 사울의 뒤를 이어 유다 지파의 다윗이 왕이 됨으로 두 지파는 앙숙이 될 수 있었지만 훌륭한 연합을 이루어냅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사사기를 묵상해 나가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어둠의 시대 속에서 이스라엘을 시키고 연약한 자들을 통하여 멋지게 이루어 가시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소망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에 준비된 자들을 세움으로 구원을 이루어 가심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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