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이사야서를 묵상하면서
[독서일기] 이사야서를 묵상하면서
2017년 5월 11일 맑고 더움
여름이다. 아카시아꽃은 절로 피지 않는다. 여름이 이미 왔음을 아카시아는 꽃을 피움으로 알리는 것이다. 오전에 잠깐 산책을 했다. 더운 열기가 느껴진다. 사장 나무 아래로 가니 친구 집이 헐렸다. 어제부터 포클레인이 와서 집을 허물더니 오늘은 깔끔히 치웠다. 동에 어르신이 계셔 물으니 아들이 집을 새로 지워 주기로 했다고 한다. 동네에 같은 나이의 세 명 중 유일한 친구다. 한 명은 작년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 돈이 많아 부유했다. 국민학교 시절 그 집은 방앗간을 했었다. 당시 용돈의 개념이 없었던 때인데 그 친구는 언제나 몇 백 원씩 가지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과자를 사서 먹곤 했다. 난 항상 그 친구의 과자 먹는 모습을 보며 먹고 싶은 마음을 삭혔다. 공부는 나보다 못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후 토목 관련 일을 하는 외삼촌을 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산으로 가서 신학을 했다. 미친 듯이 교회 일만 했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었다. 그렇게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지금 나는 가난한 빈자의 남루한 옷을 입고 있고, 그 친구는 수억 대의 재산을 가진 부유한 친구가 되었다. 불과 지은지 2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집인데 허물고 새집을 짓는다. 우리 집은 35년이 넘어도 아직도 고칠 엄두도 못 낸다. 그 친구를 단 한 번도 부러워한 적이 없는데 오늘은 그 친구가 유난히 부럽다. 우리 가족 중의 단 한 명도 새로운 집을 짓기는커녕 생활비도 대줄 형제가 없다. 이게 인생일까? 더 살아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마음이 무너진다.
계속해서 이사야서를 묵상 중이다. 처음 이사야서를 접할 때 약간 주눅이 들었다. 워낙 방대한 성경이고, 신학적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쉬운 성경이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사야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이사야가 활동했던 시절은 남유다의 중후반부에 해당된다. 잠깐의 부흥과 쇠퇴가 반복되면서 점점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여호와는 이사야를 통해 끊임없이 회개하고 돌아오라고 외친다. 그러나 그들은 귀를 막고 듣지 않는다. 입으로 여호와 여호와 하는지만 삶은 철저한 현실론자 들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 가시적 힘에 주눅 들지 않는다. 그래서 믿음은 무모하고 이상적이며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어쩌면 물리적 힘에 가치를 두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나 또한 지금 눈에 보이는 현실에 마음 아파하고 있지 않는가. 가난하게 자라 지금도 가난한 나를 원망하고, 부유한 집에서 자라나 다시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친구가 부러운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겉만 보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런데도 나는 그이 소유가 부럽다.
성경을 수십 번 통독하고, 거의 매일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나에게 날마다 주기적으로 묵상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준다. 그냥 읽는 것과 한 구절 한 구절을 조금씩 분석하고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다. 어쩌면 지금의 의무적 묵상은 짐이 아닌 말씀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배려인 듯하다. 아마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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