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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투스의 에바그리오스 실천학

샤마임 2015. 9. 12.
폰투스의 에바그리오스 실천학




에바그리오스생소하다저자를 알기 위해 책을 조밀하게 읽어 나갔다역자인 남성현의 역자서문을 통해 에바그리오스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그는 사막의 성자로 알려진 안토니오스의 사막 영성과 바실리오스의 수도원 영성을 조화시키고 집대성한 인물이다그는 삼위일체 교리를 체계화 시킨 갑바도기아 교부들의 제자이자 이집트 사막으로 들어가 안토니오스적 영성을 체험한 사막의 교부이다.(10역자의 주장의 의한다면 에바그리오스는 영성신학을 집대성한 인물이 분명하다.

 

요컨대 카파도키아 교부들의 삼위일체 부정신학이 뿌리라면안토니오스적인 마귀와의 투쟁과 신플라톤주의적이며 스토아적인 체계는 줄기에 해당되며에바그리오스의 영성신학은 열매라고 할 수 있다.”(11)

 

에바그리오스의 행보를 보면 극단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던 초대교회 말기의 신학을 집대성한 어거스틴을 닮아 있다에바그리오스의 헬라어 원문을 싣고, ‘스위스에서 30여년 이상을 은거한 수도자이자 에바그리오스와 사막영성 연구에 일평생은 헌신한’ 가브리엘 붕게가 주해를 달았다부제를 영적인 삶에 대한 백계(白誡)’로 정한 것은 아마도 일백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아나톨리오스에게 헌정된 이 책은수도사들그중에서도 특히 사막에 홀로 사는 수덕가들인 은수자들을 위한 책’(32)이다중세에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 받아>가 있다면 초대교회에는 에바그리오수의 <실천학>이 있다두 책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Evagrius Ponticus

 

에바그리오스는 인간의 심연(深淵)에 숨겨진 타락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그는 인간의 심연에 에크하르트가 영혼의 불꽃이라고 불렀던 초인격적인 부분을 에바그리오스는지성’(nous)이라고 지칭하며지성을 통해 영혼이 움직인다에바그리오스가 난해한 것인지 해제가 난해한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영혼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한 것 같다해제에 의하면 에바그리오스는 이성적 영혼을 삼분(三分)하여 이해력’ ‘화처’ ‘욕처로 구분한다이해력은 이성적인 부분에 속하고 비이성적인 부분은 다시 화처와 욕처로 세분화 시킨다화처(火處)와 욕처(欲處)로 구분한다. ‘화처는 육체적인 본성에 속하며 욕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이다.’(36)이라고 말한다아마도 갈망 또는 욕망에 해당하는 단어일 것이다.

 

화처의 본래적인 기능은 마귀들과 싸우고 영적 기쁨을 얻도록 애쓰는 것이다.천사들은 우리에게 영적 기쁨과 뒤따르는 지복을 보여주면서 우리로 하여금 화처의 방향을 돌려 마귀들을 이끌어 겨냥하도록 이끈다.”(24장 143)

 

필자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화처는 중립적이며 인간의 본성에 속한 것이다붕게는 이 부분을 이렇게 주해한다.

 

화처의 고유한 기능은 덕을 위해 싸우는 것이며에바그리오스가 말하듯이영적인 기쁨과 뒤따르는 지복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144)

 

()냄이 모두 나쁜 것이 아니다바른 화를 낼 필요가 있다예수도 화를 냈다그러나 화는 본질적으로 파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바른 화냄은 악을 향해야 한다에바그리오스는 시험을 받을 때에그대를 조여 오는 자에게 화를 내’(42, 193)라고 조언한다마귀에게 화를 냄으로 적(마귀)이 심으려고 하는 심상을 교란 시’(193)킬 수 있다불은 태우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롭게 될 수도 있고 해롭게 되기도 한다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것은 옳은 일일까예수는 자신의 길을 막는 베드로를 향하여 사탄아 물러가라고 화를 내셨다죄는 미워하고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에바그리오스는 인간의 내면에 일어나는 미세한 파동들을 감지하며 관찰한다. 10장에서 슬픔이 욕망이 좌절 된 후 찾아온다고 말하며 앞선 생각을 뒤따라 어떤 생각이 일어나고 ... 영혼이 이런 기억을 물리치지 않고 오히려 따르기 시작하여 내적으로 그것을 기뻐하면생각은 영혼을 사로잡아 슬픔 속에 빠뜨린다.’(94)고 알려준다마음이 행동을 지배한다잠언 기자도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잠 16:32) 성도가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을 잘 감지하고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마음이 언어가 되고언어가 곧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마음을 지키는 것은 시작이다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실천의 끝은 사랑이다앎의 끝은 신학이다실천의 시작은 신앙이요 앎의 시작은 본성적인 관상이다.”(84, 307)

 

 

그렇다마지막은 사랑이다사랑은 시작이고 이유이고 과정이고 결론이다이 책은 한 편의 추리소설이다에바그리오스라는 낯선 인물을 대면하여 찾아 나가는 여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지만 그를 통해 새로운 영성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축복을 얻었다아쉬운 점은 낯선 단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했고문장이 직역을 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길고 난해하다이 부분만 해결이 된다면 깊은 영성신학으로 이끄는 수단이 될 것으로 믿는다.


폰투스의 에바그리오스 실천학
국내도서
저자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Evagrius Ponticus) / 남성현역
출판 : 새물결플러스 201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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