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역사서

여호수아 19장 강해

샤마임 2025. 5. 1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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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완성 속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여호수아 19장은 가나안 땅 분배의 마지막 단계로, 여섯 지파의 분깃이 구체적으로 정리되고, 마지막으로 여호수아 자신이 기업을 받는 장면으로 끝맺습니다. 여호수아서 전체 흐름 속에서 이 장은 단순한 지리적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실제로 성취되어 가는 생생한 증언이며, 공의와 질서의 원칙 아래 은혜가 흘러가는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본문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각 사람에게 합당한 자리를 주시는지, 그리고 종에게도 신실하게 갚으시는 분임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스불론, 잇사갈, 아셀, 납달리의 분깃 (10-39절)

10절부터 39절까지는 북쪽 지역의 네 지파, 즉 스불론, 잇사갈, 아셀, 납달리가 기업을 받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지리적 배분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 지파에 걸맞은 환경과 사명을 주셨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스불론은 바닷가와 직접 접하지는 않지만, 지중해로 향하는 무역로와 근접한 전략적 지점을 받습니다(10-16절). 이는 그들의 상업적 능력을 바탕으로 공동체에 유익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며, 창세기 49:13의 예언, 즉 "스불론은 해변에 거하리니... 시돈까지 이르리로다"가 성취되는 과정입니다. '해변'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חוף"(ḥof)은 단지 물가라는 의미를 넘어, 이방과의 경계를 의미하기도 하여, 스불론의 사명이 공동체의 외연 확장과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잇사갈은 이스르엘 평야를 중심으로 매우 비옥하고 농업 중심의 땅을 받습니다(17-23절). 야곱은 잇사갈을 "짐을 지는 나귀"(창 49:14)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그들이 농업과 안정된 정착 생활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공동체를 섬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예언한 것입니다. 이처럼 지형과 예언은 맞물리며 하나님의 계획 아래 실현됩니다.

 

아셀은 해안 지대와 기름진 토지를 기업으로 받습니다(24-31절). 이 지역은 올리브와 포도 생산에 유리한 환경으로, 아셀 지파는 고급 식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왕의 진미를 공급하리로다"(창 49:20)라는 야곱의 예언은 단순한 농업적 번영을 넘어,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공급자의 역할을 감당하리라는 사회적 위치를 시사합니다. 히브리어로 '기름진'(שֶׁמֶן, shemen)은 성경에서 종종 하나님의 축복과 연결되어 사용됩니다.

 

납달리는 갈릴리 북부의 산악 지역과 호숫가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을 분깃으로 받습니다(32-39절). 야곱은 그를 가리켜 "노인임에도 아름다운 말"을 하는 자로 묘사하며(창 49:21), 바르고 신속한 사자처럼 묘사합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예수님의 사역이 시작된 곳이며, 이사야 9장에서 "흑암에 행하던 백성들이 큰 빛을 보게 될 땅"으로 묘사됩니다. 따라서 납달리의 분깃은 메시아 사역의 예표적 장소로, 단순한 땅의 배정이 아닌 구속사의 한복판에 있는 위치입니다.

 

이 네 지파가 받은 기업은 단지 땅의 넓이나 위치에 따라 중요성이 평가되지 않습니다. 각각의 기업은 하나님의 계획 아래에서 주어진 유업이며, 히브리어 ‘נָחַל’(nachal, 상속받다)은 이 유업이 단지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사명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각 지파는 자신이 받은 땅에서 충성되게 섬기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공동체를 세우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도의 소명은 각자에게 주어진 은혜 안에서 '자신의 장소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원리는 여호수아 19장에서 각 지파에게 분배된 분깃 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다른 환경과 자리를 허락하시며, 그 안에서의 순종을 요구하십니다.

 

또한, 땅을 ‘받았다’고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히브리어 ‘נָחַל’(nachal)입니다. 이는 ‘상속받다’, ‘분깃으로 받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 단어는 단순한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나누어주시는 유업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결국 이 유업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주어진 ‘선물’이며 ‘사명’입니다.

 

단 지파의 유업과 그들의 이동 (40-48절)

단 지파는 여호수아 19장에서 마지막으로 유업을 받는 지파 중 하나입니다. 본래 그들이 받은 땅은 유다의 북쪽 경계로, 블레셋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전략적 의미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땅의 대부분이 블레셋 족속의 저항으로 인해 점령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40절). 히브리어로 '분깃'(נַחֲלָה, nachalah)은 단순한 토지의 분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유산을 의미하는데, 단 지파의 경우 이 은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새로운 해석과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단 지파는 나중에 북쪽으로 이주하여 라이스(후에 단이라 불림)를 정복하게 됩니다(사사기 18장). 이 장면은 여호수아서 본문에서는 간단히 요약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 지파의 현실적인 도전과 순응,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적 사건입니다. 단 지파의 이동은 어떤 면에서 약속된 땅을 충분히 정복하지 못한 실패로 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새로운 방향을 택하는 순응의 표지로도 볼 수 있습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러한 상황을 해석하며, 인간의 계획은 불완전하지만 그 가운데 드러나는 하나님의 의지는 완전하다고 했습니다. 단 지파의 결정은 인간적인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하나님은 그 결정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셨습니다. 우리가 실패처럼 여기는 상황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는 전환점이 되며, 구속사의 큰 흐름 안에서 하나의 조각으로 맞물려 갑니다.

 

또한, 단 지파의 새로운 정착지는 이스라엘 전체 공동체의 북방 경계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 지파가 단순히 정복에 실패한 지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지형의 균형을 맞추는 데 사용하신 지파였음을 보여줍니다. 성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도성』에서 각 공동체의 역할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순종의 방식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단 지파는 주어진 땅을 끝까지 점령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재배치는 하나님의 큰 틀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신앙적 교훈을 줍니다. 우리도 때로는 처음 주어진 환경에서 실패하거나 막다른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새로운 방향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결국 단 지파의 유업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변화와 확장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 지파의 역사는 '성공'과 '실패'라는 인간적 기준을 초월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증언하는 본보기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여호수아의 분깃, 섬기는 자에게 주어지는 상급 (49-51절)

마지막 부분에서 여호수아는 자신이 섬겨 온 사역의 보상으로 에브라임 산지의 딤낫세라를 기업으로 받습니다. 이는 여호수아가 먼저 다른 모든 지파의 분배를 마친 뒤에야 자신의 기업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줍니다. 히브리어 ‘נַחֲלָה’(nachalah, 유업)는 여기서도 사용되며, 이는 지도자의 자리도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릴 때에야 비로소 주어지는 것임을 시사합니다.

 

여호수아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명을 받은 목자로서 공동체 전체를 위해 먼저 섬기고, 마지막에 자기 유업을 받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는 말씀과 직결됩니다.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도성』에서 지도자의 사명은 권세가 아니라 봉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런 의미에서 성경이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상의 예표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여호수아 19장은 땅 분배라는 형식 안에 하나님의 놀라운 질서와 주권, 그리고 사랑이 녹아 있는 장입니다. 각각의 지파는 각기 다른 위치와 성격의 땅을 받았지만, 모두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주어진 것입니다. 단 지파의 시행착오와 여호수아의 헌신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와 은혜를 소중히 여기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순종하며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여호수아 장별 요약 및 강해

여호수아 장별 요약과 각 장의 강해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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