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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 권일한 글 반예림 이가진 그림 / 우리교육

샤마임 2017. 12. 11.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권일한 글 반예림 이가진 그림 / 우리교육

 

*이 글은 경상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저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습니다. 다른 곳에서 증거는 찾기는 힘들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에서는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오래전 지구를 강타한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제목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입니다. 외계인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책들은 또 있습니다. <어린 왕자는 외계인이었다> <십 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우리 아빠는 외계인> 심지어는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라는 책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에도 <엄마는 외계인>이란 게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외계인의 존재는 충분히 증명한 것 같습니다.

외계인들과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들의 언어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배우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젠 통달했다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은하계에서 외계인들이 날아옵니다. 페르시아 천문학자인 알 수피(Abd al-Rahman al-Sufi)가 처음으로 발견한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온 종족도 있고, 어떤 종족은 왜소 은하인 대마젤란은하에서 넘어오고, 지구에서 7만 광년 떨어진 궁수자리 은하에서도 옵니다. 그들의 언어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언어 속에 들어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언어가 다를 뿐이지, 지구인들이 겪어온 통증이 같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죠.

오늘 어떤 분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분은 외계인이 학교에 있다하네요. 그래서 책의 제목을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로 정했습니다. 이곳에는 그동안 외계인들과 나눈 수많은 사연들이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어떻게 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외계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습니다. 외계인들의 내밀한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 봅시다.

먼저 학교에서 만난 외계인들은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아니,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전제현이란 외계인은 날씬한 엄마가 누나와 동생이 남긴 밥을 먹느라 삼겹살 배가 됐다고 하네요. 이런 어머님 어쩌나? 최호현 외계인은 보험회사도 가고 마트도 가는 엄마가 여군같다고 하네요. 김소희 외계인은 마음이 참 착한 것 같습니다. 보일러 고치는 수리 기사님에게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아이가 있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하네요.

보일러 아저씨는 참 힘들겠다. / 아직도 보일러 고치니까! / ... / 아저씨 집 아이도 나처럼 아빠를 기다리겠다.

전은희 외계인은 엄마는 자는 척했다고 가짜로 화낸다.’고 하네요. 에구! 아이들이 엄마의 속셈?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써 내려갑니다. 그런데 그들의 마음까지 어찌 맑은지 읽는 저의 마음까지 따뜻합니다.

두 번째 특징은 솔직하게 고백을 잘합니다. 이정영 외계인은 병원에 다녀온 아빠가 자신을 안아주니 빨리 나으세요. 아빠 사랑해요!’ 말하네요. 이해주 외계인은 집에 놀러 온 친구 주혜에게 다음엔 자기 집에 밥 먹으러 오면 설거지 시킨다네요. 주혜 외계인이 읽으면 아마 안 갈 것 같은데...

비평적 시각도 많아요. 김찬묵 외계인은 잘난척하는 똑똑한 사람보다 맛있는? 돼지가 낫다네요. 조성권 외계인은 투표에 대해 한 마디 하네요. 섬뜩합니다. 모두 옮겨 볼게요.

오늘 선거.

엄마, 아빠는 투표하려 간다.

누구를 뽑을지는 모른다.

누가 되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되려고 몸부림친다.

어떤가요? 결국 선거도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니 자기가 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회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이 어찌나 예리한지 저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좀 더 오래 살았다고, 힘이 더 세다고 억지 부리고 우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탐욕만 가득한 저의 모습을 말입니다.

학교에 있는 외계인들은 참 이상하네요. 그들의 언어는 인간의 은밀한 생각을 포착해내고, 포장된 가식의 행위를 뚫고 들어옵니다. 어쩔 때는 맑은 물과 같다가도 어쩔 때는 거울처럼 있는 가식 없이 보여줍니다. 분명 학교에 있는 외계인들은 아직 어리지만 지구의 어른들보다 훨씬 높은 지능이 높고 세계를 통찰하는 뛰어난 감각을 가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외계인들과 사는 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참 궁금합니다. 저는 한 달도 못 버티고 삼십육계 줄행랑칠 것 같은 데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시에 덧붙여 놓은 선생님의 설명도 읽어 보았습니다. 일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붕어빵을 사가는 김형규 외계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네요.

하루에 일곱 번 오가는 버스 기다리면서 붕어빵 식을까 걱정하고,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붕어빵 드리려고 가슴에 품는다.”(37)

가슴에 품는다. 이 표현이 제가 그런 것처럼 느껴지네요. 할머니를 욕심도 없는 아이라고 표현한 이수연 외계인에게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할머니 자신이 길러낸 자녀들이 할머니가 기른 것들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는 욕심. 이 욕심 때문에 할머니는 땀 흘리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하신단다.”(41)

그렇죠. 할머니도 욕심이 있답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욕심이오. 이렇게 1부에서는 학교에서 살아가는 외계인들의 언어를 해독하더니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외계인을 알아내고 다루는 방법까지 소개하네요. .. 이 책만 읽으면 지구에 침공한 외계인들을 정복하기는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미국인들은 독립기념일만 되면 외계인들이 침공한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책은 선물로 주고 싶네요.

 

외계인을 알아내는 방법 10가지도 있습니다. 이곳에 보면 지구인처럼 행동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계인들입니다. 몇 가지 특징을 알려드릴 테니 잘 살펴보십시오. 먼저 외계인은 순간을 삽니다. 내일이 없습니다. 방금 말하고 잊어버립니다. 건망증이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외계인들입니다. 외계인들은 외계인을 알아봅니다. 그러나 자신이 어느 별에서 왔는지 모릅니다. 지구의 대기로 진입하면서 급작스러운 대기압 때문에 기억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신들끼리는 서로가 외계인 것을 금세 알아챕니다. 그리고 서로 비밀을 공유하죠. 정말 특이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외계인들은 수렵, 채집 활동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학교를 벗어나 산속을 헤매거나 길 가 밤나무 밑에서 떨어진 밤송이를 줍기도 합니다. 이것은 순전히 자신들이 외계인이 아님을 위장하기 위한 전술전략이 분명합니다. 슈퍼맨도 보세요. 어리바리하고 수줍어합니다. 그런데 슈트를 갈아입으면 천하무적이 되죠. 그런데 왜 하필이면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서 갈아입는지 나 원 참! 이젠 대부분이 휴대폰을 사용해서 공중전화 부스는 찾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 글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 많습니다. 이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요? 권일한 선생님이 외계인들을 잘 길들여 지구인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젠 자라나서 대학교에 들어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외계인도 지구인처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다니 놀랍네요. 저의 집에도 외계인이 몇 명 살고 있습니다. 이 외계인들은 어느 행성에서 온 지는 몰라도 자꾸 휴대폰으로 십만 광년이 훨씬 넘은 미확인 은하에 메시지를 보내곤 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계인들의 언어는 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으니 외계인 따위는 걱정도 없습니다. 감정이입하고, 마음을 나누고, 산책도 같이 하면 외계인들이 잘 길들여진다고 합니다. 이런 신기한 책을 읽다니요. 오늘부터 외계인 정복 들어갑니다. 짜잔~ 기대하시라.



권일한 선생님의 책들입니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국내도서
저자 : 권일한
출판 : 우리교육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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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
국내도서
저자 : 권일한
출판 : 행복한아침독서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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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국내도서
저자 : 권일한
출판 : 행복한아침독서 20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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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 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권일한
출판 : 우리교육 201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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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국내도서
저자 : 권일한
출판 : 우리교육 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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