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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이레서원

샤마임 2017. 1. 17.


책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이레서원
2017년 1월 17일 화요일


책을 사랑하는 것이 뭘까? 요즘 부쩍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중 2가 되기 전까지 교과서 외에는 거의 본 적도 읽어 본 적도 없습니다. 육 남매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들은 공부는 거의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시 동내 어르신들이 다 그랬습니다. 빨리 졸업하고 취업해 돈을 버는 것이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제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고 미친 듯이 사랑하는지를. 그렇게 스물일곱의 나이에 직장 생활을 접고 대학이란 곳을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기분 위를 사뿐사뿐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책 읽는데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20년을 보냈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거의 2만 권에 가까운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에 5권 이상 읽은 적도 있으니까요. 최근까지 일 년에 약 200권 가까이 읽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야 책은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도 아프고 심신이 피곤 해지는 것 같습니다. 힐링이 되어야 할 독서가 일이 되고 짐이 돼버렸습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말로 활자 중독증에 빠진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20년을 보내고 나니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냥 웃을지도 모르지만,,, 책을 '딱'보면 그 책이 얼마나 팔리고 누가 읽을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책을 읽지 않고도 책이 어떤 내용인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표지만 보고도 말입니다. 물론 가~~끔 약간 빗나간 적이 있지만 거의 적중합니다. '감'이라는 것이 생긴 것입니다. 생활의 달인처럼 독서의 달인이 되었다고 할까요?


그동안 제 성향도 많이 변했습니다. 초기엔 청교도 책과 교리 서적들만 수백 권 읽었습니다. 당시 좋아했던 분들은 백금산, 김서택, 김남준, 옥한흠 등이었습니다. 그 후로 한 십 년은 일반 서적에 빠져 지낸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다시 기독교 서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출판사에도 성격이 있습니다. 두란노나 말씀사처럼 아무 책이나 펴내는 곳도 있지만 중소 출판사는 자신만의 색이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백금산 목사의 '부흥과 개혁사'의 경우는 청교도 서적을 주로 내죠. 세움북스의 경우는 목회와 신학 관련 서적을 출간합니다. 프리셉트는 성경공부 교제를 펴냅니다.


지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가 생겼습니다. 먼저 새물결플러스는 깊이와 양을 자랑하니 좋습니다. 토기장이는 제가 좋아하는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책을 전문적으로 펴내니 역시 좋습니다. 좋은 씨앗은 일반 교인들이 읽기에 편한 책을 많이 펴냅니다. 오늘 소개할 출판사는 이레서원입니다. 이레서원은 제가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은 출판사입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책을 찾아보니 권수가 적지 않습니다. 생각 나는 것만 정리해 봤습니다. 어제 구입한 세 권가지 합하면 15권이 됩니다. 아마도 더 있을 겁니다. 찾지 못 해서 목록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류호준 <인간의 죄에 고뇌하시는 하나님> 2006년 9월
류호준 <우리의 기도가 천상이 노래가 되어> 2006년 3월
김명용 <칼 바르트의 신학> 2007년 9월
조안나듀이 외<이야기 마가> 2003년 6월
장세훈 <한 권으로 읽는 이사야서> 2004년 3월
차정식 <한국 현대시와 신학의 풍경> 2008년 10월
차정식 <하나님의 뒷모습> 2008년 10월
해돈 로빈슨 외 <1인칭 내러티브 설교>
김성태 <선교화 문화> 2000년 3월
김성태 <현대선교학 총론> 1999년 9월
바나바스 린다스 <요한 복음> 2002년 3월
콘라드 체리 <조나단 에드워즈 신학> 2001년 2월



이레서원의 책들은 대체로 은혜스러움과 신학스러움이 버무려진 약간 독특한 비빔밥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빔밥인데 아무거나 집어넣는 것이 아니고, 신학과 묵상, 선교 등이 어우러진 보수적 신학이 접목된 책들이 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부산 새부산기독교 서점에 들러 민수기 주석을 산 다음 이레서원이 책들을 찾았더니 역시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니고 흩어져 있는 책도 많다고 합니다. 책을 사는 김에 제가 좋아하는 세 권의 책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이레서원
마르바 던 <고귀한 시간 ‘낭비’>
제임스 패커 <칭의의 여러 얼굴>
채영삼 <삶으로 내리는 뿌리>


채영삼 목사님의 <삶으로 내리는 뿌리>가 참 좋습니다. 신앙적 안목으로 일구어낸 일상의 밭을 문장으로 풀어냈습니다.


"신자의 삶은 해석된 말씀이다. 그의 삶이 어떻든지 그것은 그가 듣고 해석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반응이다."(217쪽)


마이클 프로스트의 <일상, 하나님의 신비>(IVP)가 이론적으로 일상을 설명했다면, 채영삼의 글은 일상을 묵상글로 풀어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게 뭘까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더 사랑하게 된다죠.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책 내용을 넘어 저자, 출판사, 책의 성향들까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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