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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밤의 이야기 47 / 조병화

샤마임 2010. 3. 12.

밤의 이야기 47

조병화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내일이다

 

아!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시간을 두고

이 시간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오늘은 두고

이 오늘은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아직도 보지 못한 채 이 내일을 두고

이 내일을 떠나야 하리

 

오! 시간을 잡는 자여

내일을 갖는 자여

 

지금 너와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잠시 같이하는

이 오늘은

우리 서로 두고 갈

- 그 내일이다.



조병화, 제 9시집『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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