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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형성, 존 버터, 강성윤 옮김, 비아

샤마임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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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형성

존 버터 / 강성윤 옮김 / 비아

 

 

[갓피플몰] 성서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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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관한 논쟁은 처음부터 치열했다. 우리 손에 들어가 있는 정경은 역사의 산물 동시에 공동체적 특징을 갖고 있다. 정경론에 조그만 관심을 기울여도 ‘도마 복음’을 비롯하여 ‘안드레 행전’ ‘요한 행전’ ‘베드로 행전’ ‘마리아 복음’ ‘베드로 복음’ 등 헤아릴 수 없는 위경과 외경들을 접하게 된다. 신약만 해도 이런데 구약의 외경과 위경을 합하면 백 편이 훌쩍 넘어간다. 가톨릭 성경만 보더라도 개신교 신자는 생소한 외경들이 성서 안에 포함되어 있다. 우린 여기서 초대교회는 어떤 기준이나 과정을 통해 현재의 정경(canon)이 형성된 것일까?


저자인 존 바턴(John Barton)은 성서학자이다 성공회 사제이다. 옥스퍼드 머튼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1년부터 옥스퍼드 대학교 오리엘 칼리지에서 24년 간 성서해석학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책은 이 책 외에 <온 세상을 위한 구약 윤리>(Ethics and the Old Testament)가 한 권 더 있다. 성서 비평과 성서학에 관련된 책들을 주로 저술했다. 이 번 책도 그의 전공과 관련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성서비평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다. 매우 간략하지만 성서가 어떻게 그리스도인들에게 읽히기 시작했고, 교회 안에서 정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개략적으로 살핀다. 1장에서는 외경을 포함하여 각권의 내용은 두세 문장으로 요약정리한다. 2장부터 본격적인 성서 형성사를 다룬다. 구약과 성서학에 조예가 깊은 저자는 성서의 기원을 기록으로 본다. 하지만 누가 처음 기록했는가는 난제이다. 신약은 상당수가 드러나 있지만 구약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유목민으로 살았던 히브리의 조상들은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구전을 통해 후손들에게 알렸다. 신약의 경우도 문자로 되기 이전에 사도들을 비롯한 최초의 경험자들에 의해 구술된 것 받아 기록한 것이다. 성서 형성의 이러한 과정은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나 고등 비평 학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에 동시에 성서 해석의 다양한 관점을 만들어 냈다.


두 번째 단계는 선집이다. 하나님의 계시를 담은 수많은 기록문들은 전부 정경이 되지 않았다.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받아들인다. 신약의 서신들을 모두가 회람용이다. 로마에 보낸 편지는 복사되어 다른 교회에서 읽혀졌다. 현대의 종이 형태와 비슷했던 파피루스가 흔했던 시기에 사도들의 편지는 수많은 교회에서 옮겨 적어 가져 갔을 것이다. 실제로 교부 문헌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종종 발견된다. 여기서 원본과 사본의 문제가 발생한다. 150년경 리옹의 주교인 이레니우스는 네 개의 복음서를 교회가 이미 사용하고 있었고, 그것을 교회가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억지스러운 추론’(90쪽)을 통해 논증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신약성서가 2세기 초중반에 이미 형성되었음을 말해 준다.


세 번째 단계는 정경화이다. 즉 다양한 공동체적 문헌들이 어떻게 ‘성경(聖經)’이 되었는가.이다. 정경화는 아직도 논쟁 중인 부분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다. 신명기는 ‘처음부터 특별한 권위를 지닌 책’(106쪽)으로 의도되었고, 다른 대부분의 책들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바울서신처럼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신의 경우는 권위를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경화의 과정을 통해 권위를 갖게 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신약의 경우 공의회에서 강제적으로 정경화를 시도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초대교회는 각자의 교회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사본들이 존재했다. 어떤 교회도 이것이 정경이니 이것만을 써야 한다는 강요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신약의 27권은 교회 안에 정경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저자는 367년 초대 교부인 아타나시우스가 자진의 교구 성직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인용하여 4세기에 현대와 일치하는 목록이 이미 교회 안에서 사용되고 있었음을 소개한다.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는 담아둘 필요가 있다.


“성서는 어떤 규정의 산물이 아닙니다. 식물이 자라듯, 성소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라나 성서가 되었습니다.”(170쪽)


한국의 보수적 개신교인 읽는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몇 곳에서 갸우뚱 거려지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의외로 깊다. 가끔 해설이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성서 형성사라는 광대한 분량을 미니북 정도의 작은 분량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가피함일 수 있다. 책은 전체적으로 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성서 형성사이다. 200페이지가 안 되는 작은 분량임에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성서 형성의 전 역사 손에 잡힐 만큼 명료하게 정리했다. 성서형성에 대한 이해를 갖고 싶다면 먼저 이 책부터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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