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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보낸 일주일, 제임스 L. 파판드레아

샤마임 2021. 10. 2.

로마에서 보낸 일주일

제임스 L. 파판드레아 / 오현미 옮김 / 북오븐

 

 

[갓피플몰] 로마에서 보낸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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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스도인이라면 평생을 살아도 떨치지 못할 질문이다.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접하는 초대교회와 교회사 속에서 들려오는 초대교회는 사뭇 다르다. 아마도 사도행전이 본격적인 핍박이 시작되지 않은 교회 초기의 역사를 다루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도행전의 모든 내용이 그렇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은 ‘성령 충만’ ‘기적’ ‘부흥’ 등의 단어들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놀랍다. 하지만 초대 교회사를 공부하면 가정 먼저 접하는 내용은 ‘제국’ ‘네로’ ‘핍박’ ‘사자 밥’ 등의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초대교회 10대 박해를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만을 봐도 오금이 저린다. 어떻게 저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교회가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바꾸어 질문하면 ‘무엇이 저들로 하여금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기독교에 빠지게 한 것일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다 알 수도, 이해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책은 그 질문에 희미하지만 중요한 몇 가진 단서를 제공한다. 네로가 아직 어릴 때이기에 본격적인 초대교회의 상황이라 할 수 없지만, 사도행전 그 어디쯤과 네로의 핍박 사이의 클라우디우스 황제 기간에 초대교회가 로마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인 제임스 L. 파판드레아는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초대교회 역사와 로마제국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로 초대교회 역사에 저명한 학자이다. 책은 스다구라는 노예에서 해방된 45세 가량의 그리스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신의 주인이었고, 후견인인 우르바노와 함께 제국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출세와 성공을 위해 달려간다. 하지만 우르바노가 근위대장을 살해함으로 죽음의 위기까지 가나 결국 ‘길 따르는 자’의 삶을 깨달음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된다.


처음 스다구는 후견인인 우르바노와 예수를 따르는 아내 마리아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마리아를 따를 것인가? 성공을 위해 후견인인 우르바노와 함께 비열한 로마의 정치에 몸을 담아야 하는가? 그는 그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남겨진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예수를 믿는 이들의 도움과 태도를 통해 그들이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함께 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피해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신을 돕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통해 후견인인 우르바노와 함께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책은 읽고 있으면 로마시대의 어느 영화를 보는 것처럼 로마의 다양한 풍경을 그려낸다. 로마의 거리와 목욕탕 문화, 각각의 다른 신분으로 인한 옷차림의 차이 등이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다. 2천 년 전의 로마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능수능란하게 당시의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저자는 중간중간에 로마시대의 건축과 결혼, 극장, 음식 문화 등을 소개하는 곳을 따로 넣어 설명한다. 적지 않은 사진들이 함께 있어 읽은 재미가 결코 적지 않다.


주인공인 스다구와 아내 마리아는 부부 사이지만 법적으로 결혼신고가 되지 않은 사이다. 당시 로마는 로마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결혼 계약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식 결혼 계약을 하려면 신부 집안이 신랑에게 적지 않은 결혼 지참금을 내야 했다. 결혼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녀들에게 법적으로 상속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계급 간의 결혼도 어느 정도 제한되었다. 원로원 계급은 해방 노예와 결혼할 수 없고, 기수 계급의 여인은 해방 노예와 결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동거했다.


당시 로마의 문화가 속물적(俗物的)이고 향락적(享樂的)일 하지만 지금이라 다를 것 없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도덕적이고 검소한 삶을 지향했던 그리스도인들은 존경스러운 동시에 불편한 존재였다. 교부 문헌을 보면 세속인들과 동일하게 음탕한 극장을 찾고, 피 비린내 나는 결투장에 가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그리스도인이 로마의 향락 문화에 완전히 결별하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문화에 대한 입장은 분명했다.


책을 덮고 다면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타락한 시대 속에서  죄인들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한 예수를 따르는 삶을 통해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았다. 지금도 매한가지다. 스다고는 2천 년 전에도 있었지만, 지금 여전히 성공과 향락을 즐기는 세상과 거룩과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군상(群像)이다. 그리스도인의 삶도 좋았지만 1세기의 로마 문화에 대한 적지 않은 지식을 얻는 것은 역시 꽤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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