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팡세, 162 클레오파트라의 코

샤마임 2011. 9. 28.


팡세 162

인간의 공허를 충분히 알고자 하는 사람은, 연애의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면 된다. 그 원인은 "나로서는 모르는 것"(코르네유)이다. 그러나 그 결과를 무서운 것이다. 이 "나로서는 모르는 것", 사람이 알 수 없는 작은 것이 전 지구와 황후와 군대와 전 세계를 움직인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는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이집트를 통치하던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를 유혹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시저와 싸우게 하여 결국 패하고 만다. 자신도 독사에게 물려 자살한다. 전설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파스칼은 이렇게 거대한 역사의 변화가 클레오파트라의 하찮은 코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 없어 한다. 파스칼의 어처구니없음은 그 다음으로 이어진다.

팡세 163

공허.

연애의 원인과 결과. 클레오파트라

건너뛰어서 164로 넘어가보자.

팡세 164

이 세상의 공허함을 모르는 사람은 실로 그 사람 스스로가 공허한 것이다. 남들의 평판과 심심풀이 및 장래의 꿈에 정신이 팔린 청년을 제외하고 그것은 모르는 자가 또 있을까?

팡세 167

모든 인간생활의 근본에는 비참이 도사리고 있다. 즉 인간은 비참함을 보았으므로 심심풀이는 구하는 것이다.

파스칼은 심심풀이를 추구하는 헛된 일생 그 자체가 자신의 허무와 비참을 직시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인간이 즐기는 심심풀이는 권태를 막아주기는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팡세 171)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심심풀이였고, 그것을 즐기려 했던 안토니우스는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Pensé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팡세 257 세 부류의 사람들  (0) 2011.09.30
팡세 200, 감옥에서 화투치기  (0) 2011.09.29
팡세, 실물과 그림  (0) 2011.09.28
팡세 263 기적의 무용성  (0) 2011.07.13
팡세 358 인간의 불행  (0) 2011.07.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