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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은둔사상과 기독교의 사랑의 차이를 생각하다.

샤마임 2011. 5. 21.
허균의 은둔사상과 기독교의 사랑의 차이를 생각하다.

다음은 조선시대 혀균이 지었다는 시문집 [성소부부고]의 부록인 [한정록]의 일부이다.
- 김원우님이 이 책을 현대어로 번역하여 다시 엮은 것이다. 제목은 [숨어사는 즐거움]이다. 본 글은 [숨어사는 즐거움]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영계기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슴 가죽으로 지은 옷에 새끼 띠를 두르고 거문고를 타고 노래하는데, 공자가 와서 무엇이 그리 즐거우냐고 물었다. 그러자 영계기는 세가지의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사람이 된 것이 즐겁고
둘째는 남자가 된 것이 즐겁고
셋째는 아흔 살을 산 것이 즐겁다.


육통의 자는 접여이다. 초나라 사람으로 정치가 어지러워지자 미친 체하며 벼슬을 버리고 광야로 숨어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초광(광야의 미치광이란 뜻)이라 불렀다. 공자가 초나라에 들러 접여를 '봉황같은 이여, 봉황 같은 이여'라고 하며 말을 붙이려 했지만 접여는 총총걸음으로 도망가 버렸다. 초왕은 접여의 현명함을 알기에  사자를 보내 금 일백 일과 거마 두대를 가지고 초빙해 오도록했다. 그러나 접여는 웃기만 하고 응답하지를 않았다 한다.

홍길동전을 지었던 허균의 사상 속에 유교사상을 배척하고 노장사상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인위적인 형식을 싫어했던 허균의 사상은 유교적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조선에서는 혁명적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속에 깊이 들어가 홀로 자연과 벗하는 사는 것을 최고의 삶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혀균의 사상 속에는 세속을 떠나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들려했던 '율도국'의 모체가 스며있다. 광해군 시절 혀균은 조선왕조 기피인물 1호로 오를 정도로 혁명적 사상사였다.

 "명나라 진해옹은 옛 학문에 몰두하여 세상을 피해 살면서도 근심이 없으니, 그 장인 오여필이 그를 공경하고 중히 여겼다." (31쪽)

 36쪽의 묵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묵지는 남창현에 있는데, 수죽이 그윽하고 울창하다. 왕희지가 임천군을 맡고 있을 적에 이곳을 지날 때마다 그 주위를 맴돌면서 떠나지를 못했는데, 그로 인하여 묵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보다 앞서 한나라의 매목이 꽃나무를 심었는데 못 가운데서 꽃이 피자 이렇게 탄식했다.
"삶은 나의 괴로움이 되고 몸은 나의 질곡이 되며, 형은 나의 치욕이 되고 아내는 나의 누가 되는구나"
그리고는 드디어 아내를 버리고 홍애산으로 들어가버렸다.

허균의 사상은 불교의 무소유의 정신을 따르고 있으며 삶의 애착을 철저히 버리고 사람과의 인연을 끊는 것을 인생의 최고의 경지로 인정하고 있다.  

기독교의 사랑 정신과 허균의 은둔사상은 본질 자체가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세상을 이처럼 사랑'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허균은 세상을 버리고 홀로 은둔함으로 자연으로 돌아감을 주창했다.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출가의 개념과 정확히 상통한다. 법정이 '무소유'에서 말하는 정신을 그대로 닮아있는 것이다. 불교가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삶에 애착을 버리는 이유는 자연과 인간은 다르지 않고, 생과 사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진보주의자들이 말하는 혁명 정신이 '피'로 통하는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는 것이다. 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에 '피의 혁명'은 당연한 것이다. 세상과의 단절, 역사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었던 그들은 불가피하게 기존의 사회를 파괴하는 존재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기독교의 사랑은 세상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긍정이며, 역사와 전통을 이으려는 수구세력에 더 가깝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는 혁명적 존재였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에 기존세력들의 반발의 결과였다. 자신들의 텃밭을 잃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반람을 꿈꾸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야하는 갈등이 결국 어린양의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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