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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과 기고글]/크리스찬북뉴스

바다의 문들,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차보람 옮김 , 비아

by 샤마임 202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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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문들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 차보람 옮김 / 비아

 

[갓피플몰] 바다의 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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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리 어려운 주제는 단연코 ‘신정론’이다. 신정론이 과연 기독교의 교리인지 살펴볼 필요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신정론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통치 방식에 대한 부분이기에 성경의 중요한 주제이자 신앙고백의 차원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신정론에대한 논의는 극과 극을 이루기 때문에 타협점도 없고 합의도 불가능해 보인다. 몰트만의 <십자에 달리신 하나님>이나 기타모리 가조의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기독교는 고통이 난무한 시대 속에서 삶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는 짐을 지고 살아간다. 동방 정교회의 신학자요 철학자인 저자는 2004년 28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인도양 북동부 해일 사건을 통해 하나님은 누구시며, 어떻게 세상을 통치하는가를 논의한다. 아니 논의보다는 이해 불가의 상황을 맞닥뜨린 인간이 풀어야 할 존재의 의미를 재해석하려고 발버둥 친다.

신정론의 난해함은 인간의 악에 대해 문제보다는 자연재해로 인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신정론의 두 극단은 이렇다. 하나님의 극단은 ‘세상의 부조리와 악을 보라. 하나님은 없다. 만약 하나님이 있다면 악인들 이렇게까지 흥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다른 극단은 ‘비록 인간의 눈에는 모순과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처럼 보이지 하나님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통치하고 계신다’는 짧고도 명징한 답을 한다. 저자는 이러한 두 극단의 주장에 대해 성경을 실존적으로 읽기를 권장한다.

“반면 신약성서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생기가 넘친다. 신약성서는 세상에 대한 지적으로 대담하고 영적으로 심오한 통찰을 제시한다. 세상은 하느님에 대한 피조물임과 동시에 타락한 자연이며 이성을 지닌 피조물의 본성적 의지와 선택적 의지가 영적 투쟁을 벌이는 영역이다.”(133쪽)

신정론에 대한 두 극단은 ‘영지주의자들의 조잡한 이원론’(134쪽)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이해로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세상을 가장 지혜롭게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하나님께서 피조물에게 허락한 최선이라고 말하는 오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믿음이 좋아 보이는 그리스도인들의 오만은 슬픔과 고통에 잠겨 있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이다. 해일로 인해 모든 자녀를 잃어버리고 오열하는 어머니에게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137쪽)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타락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공간인 동시에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비추는 ‘부서진 거울’(139쪽)이다. 빛이지만 깨져있다. ‘완고한 유물론’(28쪽)을 가진 이들은 편협하고 왜곡된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하지만 영원의 관점으로 찰나의 사고와 고통을 간명하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선언하는 무정(無情)론자들 또한 심각하게 하나님의 뜻을 착각하고 있다. 저자는 볼테르의 차갑고 편협한 비판이 아닌 도스토예프스키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 드러낸 무신론적 고백이어야 말로 ‘참된 그리스도교적 관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66쪽) 것이라 말한다.

성경은 고통을 부정하지 않는다. 죽음과 부조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 세계는 ‘부서지고 상처 입은 세계’(91쪽)이다. 우리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승리’(98쪽) 속에서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저자는 ‘죽음과 삶의 투쟁 가운데 살고 있다’(98쪽)고 말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의 영광의 ‘희미한 잔향(殘鄕)’(100쪽)에 불과하다. 그리스도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세상에 구원을 위하여 오셨다. 구원은 필연적으로 악한 세상을 경험을 전제한다. 그 경험의 주체는 ‘본성이 아니라 인격’(108쪽)이다. 하나님이 말씀으로서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신 것이다. 성육신은 무한이 유한 속에 머무는 것이며, 영원이 시간 속에서 죽임을 당하신 사건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역사의 필연성’(114쪽)에 굴복하지 않으며, ‘모든 거짓의 필요성과 모든 불법, 남용된 권위, 모든 잔학과 무정한 가능성에 대한 반역’(115쪽)인 부활을 허락하셨다고 말한다. 부활을 믿는 자들, 따르는 자들은 모두가 반역자들이다.

위대한 책이다.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끈다. 말이 필요 없다. 지금 당장 사서 읽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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