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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가을의 기도

샤마임 2020. 9. 21.

김현승 가을의 기도에 관하여

그는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다. 커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시절.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커피와 시로 달랬다. 그 시인의 이름은 '김현승'이다.

평양에서 태어나 열 살이 되던 1922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광주로 내려왔다. 미국 장로교 선교사의 전도를 통해 기독교인이 되고 목사가 된 김창남은 고향이 전주였다. 1897년 레이놀즈 선교사가 전주에서 5명에게 세례를 베풀었는데 그중 한 명이 김현승의 아버지 김창남이었다. 김창국은 전주 서문교회 첫 신자였고, 교회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주 신흥학교와 숭실학교를 거쳐 평양장로회신학교 8회 졸업생이 되었다. 

전주 삼례교회를 섬기다 1917년 제주 교회 선교사로 파송된다. 당시 제주도는 해외로 취급되었다. 그러다 1922년 김창국은 광주 금정 교회 담임으로 청빙 된다. 그때 김현승도 아버지를 따라 함께 광주에 머물게 된다. 1924년 10월 15일 금정 교회를 분립하여 새로운 교회를 설립한다. 현재의 양림교회의 시작이었다. 시대는 어두웠다. 일제는 신사 참배를 강요했다. 김창국은 신사 참배를 거부했다. 온 가족이 고초를 겪어야 했다. 1937년 결국 김현승을 직장을 잃었고, 딸이 목숨을 잃는다. 어머니 양응도 여사도 결국 충격으로 하나님의 품에 안긴다. 마흔이 되던 김현승은 펜을 들고 아팠던 시절을 되새기며 가을의 기도를 드린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이미 가을에 닿아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실하심은 계절의 변화로 인생의 본질을 상기 시킵니다. 가을은 소모적 관계를 벗어나 고독한 존재로 홀로 서야 할 시간입니다. 화려한 세속의 수사학을 버리고 순수한 모국어로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갈수록 인간은 고독해지고, 절대자 앞에서 고독해 질수록 존재는 풍성해집니다. 단단한 결심과 순수한 의지만이 '나'로 돌아가게 합니다. 조낙의 섭리를 통해 종말론적 삶을 각성시키시는 하나님을 기억한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과 낙엽은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말합니다. 가을은 다시 '호올로'와 만나고, 굽이치는 바다와 마른 나뭇가지와 연결됩니다. 고독한 시간을 홀로 버텨야 하는 인내의 시간입니다. 

 

가을, 낙엽, 고독, 호올로... 가을은 화려했던 봄과 여름이 지나고 모든 것이 벗겨지는 시간입니다. 조락을 통해 활엽수는 벗은 몸으로 홀로 섭니다. 그 고독의 시간, 김현승은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라고 노래합니다. 모든 것이 사라졌기에 홀로 남겨졌기에 가식이 필요 없기에 가장 비옥한 시간으로 가꿀 수 있습니다. 바로 기도로 말이죠. 

 

기도의 시간은 굽이치는 바다를 건너야하는 것 같고,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위처럼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아야할 때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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