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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목포를 걷다

목포 맛집 탐방 팥죽의 명가 평화분식

by 하늘땅소망 2020.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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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맛집 탐방] 팥죽의 명가 평화분식

평화분식 / 목포시 남교동 157-3 061-242-8269

가락지 / 목포시 남교동 127 061-244-1969

곽재구의 포구기행에는 전남 장흥군 회진면의 어느 곳의 팥죽집이 등장한다. 이른 새벽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향하는 또는 항구로 돌아오는 이들의 첫 식사가 팥죽이다. 팥죽은 노동자들에게 인기다. 팥은 껍질에 사포닌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탁월한 이뇨작용과 신장병, 각기병 등에 좋다고 한다. 몸의 부기를 빼주고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고된 노동에 제대로 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기 힘든 노동자들에게 팥죽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 아닐까. 

곽재구의 포구기행-회진편 팥죽 여주인

목포는 1879년 개항한 후 수많은 물자가 오가는 항구로서 입지를 다졌다. 육로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은 목포는 외국으로 나가는 출구이자, 외국에서 들어오는 입구이다.  특히 호남의 드넓은 평야 지역에서 생산된 쌀, 면화, 소금은 세 가지 하얀 물품으로 목포항에서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고된 작업을 해야하는 노동자들에게 설탕을 잔뜩 부은 밭죽은 그야말로 보약이자 별미였다. 먹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칼로리와 영양분을 동시에 섭취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주었다. 그랬던 탓에 선창가는 항상 팥죽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내와 평화분식을 찾았다. 가락지를 두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순전히 <세 PD의 미식기행> 때문이다. 아내가 어디서 봤는지 원도심에 나온김에 꼭 가보자고 한다. 하루 걸을 만큼 충분히 걸었다 생각하고 속히 집으로 가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감히 지엄하신 어명은 거절할 수 없지 않는다. 

"알았아요" 그 한 마디면 족하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내비를 켜고 찾아찾아 도착했다. 목포에 와서 팥죽을 먹을 때는 항상 그릇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집들은 팥죽을 스테인레스 냉면 그릇에 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끝까지 가득 채워 주기 때문에 겁부터 난다. 이걸 어찌 다 먹는단 말인가? 

평화분식은 차범석길 초입에 위치한다. 평화분식에서 유달쪽으로 바라보면 송원 갤러리가 보인다. 그 길로 쭈욱 올라가면 차범석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목포는 볼거리도 많고, 맛난 음식도 많은 축복의 도시다. 난 평화분식의 팥죽 맛을 보러 가리라. 그래 그래 먹자. 먹어야 산다.

평화분식에서 팥죽을 먹을 때는 항상 호박식혜를 주문해야 한다. 한 사람이 먹기에는 양이 많지만 두세 사람이 갔다면 한 그릇을 주문해 먹어보길 원한다. 호박의 달콤하고 상큼함이 팥의 텁텁함을 덜어준다. 팥이나 호박이나 몸의 부기를 빼는 음식이라 건강에는 최고다.  찬이 먼저 나왔다. 물론 호박식혜도 먼저 나왔다. 깎뚜기, 김치,미역무침, 콩나물, 그리고 뭐지??? 모르겠다. 반찬 이름을 다 알 필요는 없지 않는가. 맛만 좋으면 되지. 

목포맛집여행-팥죽전문 평화분식

깍두기 맛이 별미다. 약간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느낌이다. 사각거리는 느낌이 정말 좋다. 프루스트의 향기처럼 사각거리는 깍뚜기를 보니 고등학교 시절 자취하며 혼자 밥해 먹든 기억이 밀려 온다. 그때 그랬지... 냉장고가 없어 집에서 김치를 가져오면 이틀도 되지 않아 신맛이 점령해 버린 김치와 깍뚜기. 그때는 그렇게 살았다. 기억은 존재의 본질에서 멀지 않다. 기억을 통해는 이미 나는 나 자신을 규명하고 있다.

목포맛집여행-팥죽전문 평화분식

한 15분 정도 기다렸나? 드리어 팥죽이 나왔다. 허걱... 목포의 인심이란 이런 거야? 차고 넘치는 그릇을 보라. 그것도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에 말이다. 세상에 이걸 어찌 먹지? 겁부터는 나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하여튼 1인분은 확실히 아닌 듯하다. 평화 분식은 이렇게 인심이 넘친다. 

잠깐. 지금 생각해보니 어릴 적 어머님께서 해준 팥칼국수를 해줄 때가 기억 난다. 시장에서 20kg 밀가루 한 가마?를 사와 겨울이 종종 팥죽을 끓이셨다. 단 것이 거의 없던 시절, 밭에 사카린을 넣고, 설탕까지 부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지금이야 천지에 단맛이지만 40년 전에 무슨 단맛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당연히 팥죽은 단맛이어야 했다. 

목포맛집여행-팥죽전문 평화분식

일단 젓가락에 힘을 주고 한 입 넣었다. 쫀득함과 걸쭉함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질긴 듯 하면서도 한 번 씹으면 잘게 잘린다. 한 그릇에 만 원도 하지 않는(7천 원인지 8천원인지 기억이 안 남) 팥죽 한 그릇에 담긴 정성을 안다면 맛을 배가 되리라. 이곳은 한국산 팥만을 고집한다. 아침부터 팥을 씻어 불리고, 삶고, 갈아야 한다. 곱게 곱게 갈아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이 해야 한다. 그 일이 너무나 고되다. 사실 이 골목은 10년 전만 해도 팥죽 하는 집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는 건너편의 고향분식과 평화 분식 두 집만 남았다고 한다. 

목포맛집여행-팥죽전문 평화분식

목포맛집여행-팥죽전문 평화분식목포맛집여행-팥죽전문 평화분식

아내는 결국 팥물?만 먹고 2/3를 남겼다. 나는? 배터져 순교할 뻔 했다. 호박식혜도 다 먹지 못했다. 인심이 너무 후한 덕에 내 배는 부르고, 하루는 행복이란 물감으로 덧칠된다. 배부르고 등따수니 이제 집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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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참신 2020.08.16 10:14

    봄.벚꽃축제때 벚꽃보러 유달산 갔는데...비와서 차량 통행 금지가 됐다.우산도 없고,목포까지 왔는데. 뭔가는 해야 할것 같아서.비 피해서 아무데나 들어간 곳이 ''평화분식'' 안의 분위기는 세련되지 않은 오래된 가게 같았다.팥옹심이를 먹었는데..여태 살면서 가장 맛있는 팥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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