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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기독교 이야기2 / 김양호 / 세움북스

샤마임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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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기독교 이야기2

김양호 / 세움북스


 

김현승 시인은 아메리카노를 즐겼다. 광주 양림동에서 김현승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사약처럼 검고 쓴 아메리카노를 대접했다. 지금이야 일반화된 풍경이지만 당시만 해도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김현승의 아버지는 김창국 목사였다. 제주도, 광주, 평양을 거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숭실전문학교 재학 중에 스승 양주동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김현승의 시는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는 동시에 영원한 세계를 갈망하는 기린처럼 애처롭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검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서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서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기독교인이란 추측은 했지만 목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의외였다. 김현승의 시는 믿음에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현승이 10살이던 1922년 김창국 목사는 광주교회에 부임해 지냈다. 미국 남장로교회 조선 선교사들의 첫 번째 열매였던 김창국은 레이놀즈 선교사에게 전주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 때 김창국 목사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다. 평범해 보이던 교회의 뿌리는 파내려가 보면 그들이 있다.

 

삼십 년을 부산에서만 살아온 필자로서 전라도 지역은 낯설고 어색하다. 어린 시절 잠깐 지내다 부산으로 옮겨 살았으니 신앙적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고향에 대해 알고 싶은 적지 않는 충동 때문에 자료들을 찾아보기는 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 목포 기독교 이야기(세움북스 2016)가 나왔을 때 누군가가 했어야 했던 일을 김양호 목사가 시작했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씨를 뿌려야 하고, 누군가는 김매기를 하고 거름을 뿌려야 한다. 사역은 지역의 기독교 역사를 안다는 것은 사역의 시작점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현재를 바로 이해할 때 바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전남 기독교 이야기1(세움북스 2019)를 읽지 않아 이번 참에 구해 읽었다. 전남 기독교 이야기1에서는 목포를 중심으로 전남 서남부 지역의 교회 설립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포와 신안, 무안, 함평, 영암, 강진, 장흥, 해남, 진도, 완도 교회 이야기를 다룬다. 사료 중심의 단편적인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이 정도 분량의 많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발로 뛴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책은 전남 기독교 이야기2로 광주를 중심으로, 나주, 영광, 장성, 담양, 화순의 교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술 기법에 있어 1권과 2권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는 사실 중심의 나열에 가까웠다면 이번 책은 좀더 스토리텔링하다. 진행 방식에 있어서 여전히 사료 중심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과 그들의 삶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광주1에서 이름 없는 전남 여성을 다룰 때 김마리아에 대한 사료는 가슴 벅차게 한다. 온 나라와 교회가 신사참배에 고개를 숙일 때 광주의 여성 김마리아는 불굴의 신앙으로 대한의 독립과 결혼했다. 김마리아는 고모인 수피아여학교 교사였던 김필례에게 신앙을 전수 받았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독일 기자 힌츠페터와 더불어 신군부의 폭력과 학살의 현장을 알린 사람이 있다. 광주기독병원 원목이었던 헌트리 선교사다. 미국 출신인 그는 부인 마르다와 딸 메리와 함께 한국에 와서 1969년부터 1984년까지 기독병원 원목으로, 호남신학대학교 상담학 교수로 재직했다. 광주의 참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사택 지하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해 해외에 알렸다. 금남로 헬기 사격과 학살 현장 등을 증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귀한 일들을 저자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세 번째 책까지 출간되었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한국에 개신교가 들어온 지 한 세기가 훌쩍 넘어갔다. 흩어진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하여 한 권에 책에 담아내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앞으로 어떤 책이 나올지 사뭇 기대된다. 한국의 초대교회, 특히 광주 전남 지역의 기독교 초기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기꺼이 추천한다.



  
저자 : 김양호  | 출판사 : 세움북스
판매가 : 18,000원16,200원 (10.0%, 1,800↓)
* 세움북스 네 번째 책!*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그려낸 전남 기독교 역사 기록물!* 전남 10개 지역 역사에 살아 숨쉬는 선교사들과 신앙인들의 생생한 이야기! 세움북스 의 네 번째 책인 본서는, 전남 기독교의 역사를 정교한 사실에 토대를 기초로 그려낸 기록물이다. 페이지마다 빼곡하게 전남 기독교의 역사들이 파헤쳐진다. 때로 성글고 거칠게 다루어지는 이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이 땅에 이룰 하나님 나라이다. 선교사들의 이야기로부터 이름 모를 남도의 신앙인들 이야기가 무수하다. 적어도 기독교를 내 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아가 남도의 근대정신이 외부의 문화를 받아들여 어떻게 재구성되고 재창조되었는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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