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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학 지도 그리기/ 문화랑 / 이레서원

샤마임 2020. 3. 24.

예배학 지도 그리기

문화랑 / 이레서원

 


예배의 부재가 한 달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주일을 생명처럼 여긴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번 코로나 사태는 그야말로 충격적 사건이다.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예방차원에서 예배를 드리지 말라는 정부의 권고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탄압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교회역사를 살펴보면 종종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장 칼뱅도 역병이 돌자 예배를 중단한 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본다면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분리파 청교도들의 신학적 전통과 세대주의 신학에 영향을 받은 한국 장로교단으로서는 분명 경악할 일이다. 이유야 어떻든 전쟁 중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주일 예배가 중지(中止)’ 되었다. 물론 온라인 예배로 대체되고 있으니 완전한 중단은 아니다. 하지만 예배당이라는 지정학적 건물 안에 들어와 함께찬양하고, 설교를 듣고, 헌금을 하는 형태의 예배를 애지중지했던 한국교로서는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예배는 형태와 개념이 지금까지 알아온 것들과는 상이한 형태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예배란 무엇인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랑 교수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시기적절하게 나왔다는 생각에 반가움이 배가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예배를 다시 생각해야할 때이다. 물론 이 책은 교회당 안에서의 예전적 의미로서의 예배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순서마다 담긴 영적이고 교훈적인 가르침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습관과 타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종 예배의 의미를 망각하게 할 수는 있다. 목회자는 정해진 예배의 순서에 따라 예배를 인도하지만 순서의 의미들을 가끔씩 되새겨 줄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 이후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보는 예배에서 듣는 예배로 변화된다. 즉 예전 중심의 예배가 설교 중심의 예배로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저자는 예배의 역사와 관점, 예배의 요소들을 설명해 준다. 90년대 후반에 불어 닥친 열린 예배논쟁은 아직도 현재형이다. 열린 예배 논쟁의 핵심은 예배를 신자들이 하나님을 향한 예배인가 아니면 전도를 위해 예배를 수단화 할 수 있는가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논쟁은 예배학에 대한 무지와 교회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목회자들의 어설픈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현재 한국교회는 성장곡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타계하려는 노력들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열린 예배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성경이나 교회사로 눈을 돌리지 않고 서구교회, 특히 실용주의에 함몰된 미국교회에 눈을 돌림으로 엄청난 패배를 겪고 있다. 교회는 개혁되었으므로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핵심을 놓치면 안 된다. 개혁이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예배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배를 드려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배학은 이론적인 동시에 실용적 학문이다. 예배학은 성경신학과 조직신학, 그리고 실천학적 관점에서 동시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어린이 성찬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먼저는 먼저 교회사가 이를 어떻게 다루어왔는지를 살피고, 두 번째는 신앙고백서 등을 통해 교리적으로 문제가 없는가를 살펴야 한다. 세 번째는 성경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배학은 이론과 실천이 함께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교육학적 관점에서 성장과 발육에 관련된 지식도 필요하다.(15-16) 예배학은 포괄적이고 통섭적이다.

 

예배학은 이론신학과 실천신학을 아우르는 간학문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일종의 종합 예술과도 같은 것은 학문이다. 예배학을 잘 연구하려면 성경 지식, 교회사에 대한 통찰력, 조직신학적인 분별력, 예배자의 수준을 읽어내는 교육학적 지시, 예배 현장에 대한 실천적인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16)

 

저자는 통섭적 관점에서 예배학을 설명한다. 모두 10장을 구분했다. 1장은 서론으로 예배학과 다른 신학과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통합적 관점에서 연구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3장은 신학적 관점에서 예배의 순서와 요소들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예배의 역사를 살피고, 그 다음은 예배와 신앙과의 관계(5), 예배와 기독교 윤리(6)를 다룬다. 마지막 7장부터 10장까지는 예배를 다양한 관점에서 기획하고 제안함으로 마무리 한다. 필자는 5예전과 신앙 형성의 관계를 주의 깊게 읽었다. 5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저자는 예배 참여와 예전의 실천이 교육학적으로 중요하며 신앙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미국의 존 웨스터호프는 예전적인 예배가 다음 세대에 예배를 전수하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배를 통해 체험하는 찬양, 헌금, 박수, 기도 등은 의례이며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몸은 그러한 행동들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저장한다. 저자는 예전을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연결시키면서 하나님은 체현을 통해 인간을 가르치신다’(80)고 주장한다. 마음과 몸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이다. 우리의 신앙은 입술로, 행위로 고백되어져야 한다.(81) 예배의 중요한 의미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의 기억또는 공동의 기억이다.(94) 부모와 자녀가 공동의 기억을 소유하고 있다면 신앙은 전수되기 더욱 쉽다. 저자가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예전신학의 출발로 삼는다.(98) 그리스도는 이 땅에 오심으로 나를 따라오라하셨다. 친히 삶으로 모범을 보임으로 가르치셨다. 예전의 시행은 예배의 요소를 행위로 실천함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며 기억에 담는다.

 

7-8장은 세례와 성찬 대한 신학적 이해를 돕고 예배를 기획하도록 제안한다. 필자는 이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많은 교회가 성찬과 세례가 과도하게 피상적이다. 아마도 설교 중심이 된 개신교의 불가피한 열매가 아닌 듯 싶다. 섬겨왔던 대부분의 교회는 성찬이나 세례식을 거행하는 날인데도 전혀 상관없는 설교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자는 역사와 신학적 관점에서 예배를 조명하는 동시에 마지막 부분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어떤 찬송을 골라야 할지, 어떤 식으로 순서를 만들어야 할지를 알려 준다. 예를 들어, 세례(침례) 때 부를 수 있는 찬양을 추천하기도 한다. ‘정한 물로 우리 죄를’(224) ‘실로암 샘물가에 핀’(225) ‘성령으로 세례 받아’(226)이 있고, ‘세상의 헛된 신을 버리고’(322) ‘날 대속하신 예수께’(321) 등을 추천한다.

 

예배 기획 부분에서는 적지 않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교회력을 활용하는 방법(166)도 있고, 설교는 매주 새롭게 하지 말고 시리즈로 하라’(169)는 충고도 유용하다. ‘분기별로 세부 계획을 세우라’(170)는 권면은 예배를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주기별론 예배를 담당하는 방송과 음악, 그리고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예배를 점검하면 좋다.

 

참 좋은 책이다. 예배학에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어 봤지만 문화랑 교수의 책처럼 이론과 실천을 절적하게 배치한 책도 없는 성 싶다. 더욱이 교회 역사와 성경 신학적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예배를 정의하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유익을 준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장과 은혜주기에 빠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배의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적지 않는 성도들이 예배에 대한 갈증을 호소한다. 이럴 때 다시 성경적인 예배, 교회가 이어온 전통 예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정리해 예배 담당자들과 중직자들에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도 유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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