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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과 최후의 만찬

샤마임 201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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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감 중에서 제일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시각입니다.
하늘의 별까지 보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가 청각이지요. 번개가 친 다음에 천둥소리가 드리지요.

그 다음이 후각입니다. 꽃은 바짝 다가서야 비로소 향기를 맡을 수가 있어요. 

그리고 아주 밀착되어 틈이 없는 것이 촉각이지요.
 손으로 만지는 대상은 듣고 맡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것에 있습니다.
 포응하는 경우처럼 서로 밀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미각은 어떨까요?
이미 거리는 완전히 소멸되어 대상은 대 속으로 나의 입 나의 몸으로 들어온 상태입니다. 이렇게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리적인 신진대사를 돕는 양분의 섭취가 아니라 존재와 존재를 결합하고 일체화하는 융합의 행위인 것입니다.
중략......

사과를 먹는다고 했을 때는 이미 사과는 사라지고 나와 하나는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진리라면 바깥이 아니라 내 몸 안으로 체험한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최후의 만찬의 의미, 제자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빵과 포도주의 의미죠. 빵은 예수님의 몸이고 그 포도주는 피입니다.
중략......

그것이 바로 최후의 만찬으로 예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신다 해도 식사를 나누는 의식을 통해 제자들과 함께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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