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독서일기

[독서일기] 아내의 지독(至讀)한 독서

by 하늘땅소망 2018. 11. 21.

[독서일기] 아내의 지독(至讀)한 독서


작년 이맘 때, 아내와 자주 산책을 했다. 집 근처의 작은 마을을 거니는 것이 고작이지만 걷기는 언어의 경계를 너머 존재의 각성을 일으킨다. 그러나 아내는 책에 한 번 몰입하면 헤어나올 줄 모른다. 작년에는 실존주의 철학자인 카뮈의 바다에서 헤험을 치더니, 올들어서는 <침묵>으로 유명한 엔도 슈사쿠의 공원에서 몇 달을 거닐었다. 한 동안 뜸하더니 얼마 전에는 에두아르트 투루나이젠의 <토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을 읽었다. 난 그것으로 끝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삼후, 갑자기 알라딘택배 박스가 보였다. 묵직한 한 권의 책을 보여주며 '칼 바르트의 로마서'란다. 허걱.. 며칠 전에 물었던 그 책을 주문한 것이다. 


그걸로 족하리라. 아니었다. 아내는 다시 도스트도옙스키의 책을 몇 권 더 구입했다. <죄와 벌>을 비롯해 백치, 긜고 카뮈의 <최초의 인간>까지 구입했다. 알고는 있을까? 그들은 실존주의자들이란 것을.  하여튼 아내의 책 읽기는 '지독'하다. 지독(至毒)이 아니라 지독(至讀)이다. 궁극까지 몰아가는 힘, 이제 그만 되었다고 말하는 순간, 아내는 한 발자국 더 나간다. 궁극의 독서, 그런 아내가 좋다. 



겨울과 힘겨루기에서 맥이 빠진 가을은 벌써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는 벌써부터 겨울을 걱정한다. 올 겨울은 어디에도 가지 말고 방에서 지독(至讀)한 독서만을 즐기라고 말해야 겠다. 유한의 시간에 무한의 영역으로 인도하는 책, 아내는 경계의 베일을 벗겨내고 미지의 영역으로 도약하듯 책을 읽어 나간다. 


읽고 간략하게 써내려간 서사적 서평은 덤이다. 벌써부터 도스토옙스키의 서평이 기다려 진다. 겨울이 오기 전에 들었으면 좋으려만.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