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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2018년 7월 14토

by 하늘땅소망 2018. 7.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후우카에게 보내는 편지

쉬흔 한 번째

2018714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여인 후우카에게 편지합니다.


더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은 듯하면서도 우리가 보지 않은 사이 속도를 내어 빠르게 흘러갑니다. 작년 여름, 정말 더웠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8월도 아닌데 더 더운 것 같네요. 여름에서 여름으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여름과 여름 사이, 우리는 무엇을 하며 지나왔을까요? 한 낮의 태양을 한 껏 머금고 여름을 보낸 이삭은 가을이 되어 충실한 알곡이 되어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향한 저의 시간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숙한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며 고요와 침묵 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갖습니다. 인내는 다시 봄이 올 것을 믿는 믿음 안에서 가능합니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할 수 없음에 절망하지 않고 봄을 기다립니다. 침묵은 버려지는 시간이 아닙니다. 허무한 시간을 지남으로 삶은 의미를 열매를 맺듯 인내는 그렇게 저에게 삶의 의미를 사유하도록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찬란한 봄의 세계를 지나면서 우리는 더욱 사랑해야했고, 서로에게 헌신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봄은 잔인했고, 저는 여전히 당신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렇게 화려한 사쿠라 터널을 지나면서도 저는 당신에게 결코 화사한 존재가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마음과 가슴에 못을 박았고, 슬픔과 눈의 터널을 지나게 했습니다. 그렇게 봄을 휘날리는 꽃잎처럼 보내고 말았습니다.

 [몇 개월 만에 찾은 카페, 그동안 불필요한 돈을 아끼기 위해 단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오랫만에 더위를 피해 찾은 곳, 아내와 함께 밀린 책과 공부를 했다.]


다시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니 무엇 하며 지내왔는지 서운하고 억울하기만 합니다. 그 많은 시간, 당신의 기쁨이 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다시 여름이 왔으니 다시 시작해야죠. 우리의 만남은 초겨울이었고, 우리의 약속은 봄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진정한 시작은 여름입니다.


여름, 덥고 텁텁한 여름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우리에게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기쁨과 희열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픈 몸을 일으켜 일터에 나가는 당신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집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마음을 나누지 못한 저를 볼 때, 역시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늘을 회상하니 흐뭇해집니다.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먹고 산다지만, 남편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얼마나 뿌듯해지는지 모릅니다. 당연히 해야 했고, 진즉 그렇게 했어야 했지만 그래도 지금이나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함께 거리를 걷고, 시장을 보고, 함께 드라이브하며, 함께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아직 많이 부족하고 허물이 많지만 그대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요?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저를 사랑한 만큼 저도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당신만 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표현이 서투르고, 표현 방식이 어색하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한답니다.


당신의 숨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고,

당신의 목소리에 행복에 빠져들고,

당신의 몸짓에 마음에 평화로워지고,

당신의 찌푸려진 얼굴 때문에 저의 마음도 아프답니다.


오늘 처음 에어컨을 켰습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덥기 때문이죠. 우리도 이제 차갑고 냉랭한 시간을 벗어나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뜨거운 사랑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제는 당신의 눈동자에 마음이 설레고, 당신의 목소리에 행복해 지리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여름을 지나며 우리의 마음도 사랑도 성숙하고 더욱 성숙해 질 것입니다.


오늘 당신이 만드는 양말인형, 우리를 섬기는 집사님께 최고의 선물이 되리라 믿습니다. 양말인형은 홀로 서지 못하죠.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죠. 우리도 홀로 서는 강인함보다 함께 결핍을 채워가는 양말 인형의 사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또 사랑해요.

우리 함께 더운 여름 아름다운 사랑으로 성숙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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