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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과 기고글]/크리스찬북뉴스

칼뱅은 정말 제네바의 학살자인가?

by 하늘땅소망 2018. 5. 26.

칼뱅은 정말 제네바의 학살자인가?

정요한 / 세움북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다. 한 가지의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논설서인데도 읽는 동안 손에 땀이 나게 한다. 제목도 도발적이지만 내용은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어 나가는 흥미진진함과 진실성이 강하다. 부제인 칼뱅이 제네바의 독재자이자 학살자였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알려주듯 이 책은 그동안 칼뱅을 살인자로 몰았던 사건에 대한 반박이다. ,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일단 이 글은 기존의 서평 방식을 벗어나 책의 스포일러를 넣고 필자의 상상력으로 써 내려갈 것이다. 독자들은 필자의 진정성을 믿든지 아니면 직접 책을 읽어 봐야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


칼뱅은 학살자이다. 이건 익숙한 사실?이다. 필자는 줄곧 그렇게 들었고, 대부분의 역사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세르베투스의 화형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극히 일부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저자는 절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펜을 들었다. 좋다. 먼저 칼뱅이 왜 학살자가 되었는지부터 살펴보자.




어디서부터 시작일까? 필자는 기억한다. 그 책은 검고 칙칙하다. 출간되면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직도 판매 중인 스테디셀러인 <기독교 죄악사>이다. 저자는 조찬선이며, 2000년 평단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작년 그러니까 201711월에 새 표지를 입고 다시 출판되었다. 이 책에서는 칼뱅을 제네바의 학살자로 묘사하면서 기독교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참회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혜령 외 4명이 지은 <문화사>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20) 조찬선의 주장을 일부만 직접 들어보자.


칼뱅의 정통 교리와 이단론의 신학이 사람을 죽였다. 살인을 주저하지 않는 칼뱅의 교리가 정통이 되었다. 칼뱅은 형제를 미워하고, 판단하고, 배척하는 죄를 범했다. 그는 성경을 들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죄명은 이단이었다. ... 칼뱅이 자기 신앙에 입각한 교회를 개척하겠노라고 기독교를 살인교로 전락시켰던 죄악을 무엇으로 속죄할 수 있겠는가?”( <기독교 죄악사. > 110)


적지 않은 분들이 읽은 줄 알지만 이 책은 몇 곳을 뺀 나머지는 출처 인용이 없고, 자신이 내키는 대로 써 내려간 잡담에 가까운 글이다. 저자는 이 책들이 무엇을 참고하여 기록한지를 탐색해 나간다. 이들이 인용한 책은 <다른 의견을 가진 권리>라는 츠바이크의 책이다. 츠바이크가 쓴 이 책의 원서는 <The Right to Heresy: Castellio against Calvin>이다. 이 책에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 먼저 이 책은 1936년에 출간된 책으로 종교개혁 시기와 비교하면 최근의 책이다. 두 번째,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전기 소설이다.(29) 그러니까 팩트가 아니라 팩트라는 재료에, 상상이라는 온갖 양념을 뿌리고 버무린 소설이다. 이 두 가지는 매우 중요한 것인데, 사실 위주로 쓰지 않고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픽션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책을 읽고 사람들은 팩트로 믿어 버린다. 그렇다면 조찬선의 <기독교 죄악사>는 학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책이다.


그럼 츠바이크는 무엇을 참고하여 자신의 소설을 쓴 것일까? 저자는 19세기 프랑스에서 발간된 갈리페의 책을 주목한다. 이 책에서 58이란 숫자가 처음 등장한다. 58은 칼뱅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은 기간 가운데 4.5년 사이에 58명이 시민들이 사형당한 것을 말한다.(31) 그때에 남자가 30, 여자가 28명이 처형당했고, 13명이 교수형, 10명이 참수형을 당했다. 5명은 시장에서 능지처참 당했고, 35명은 오른손이 절단된 후 산 채로 화형에 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또 어디서 이러한 자료를 구했을까? 저자는 필립 샤프의 교회사 8권에서 제롬 볼섹을 지목한다. 그것을 19세기에 되풀이해 유포한 사람은 오당이다.(31) 문제는 이들이 주장하는 칼뱅의 학살자로서의 근거는 논리적으로 정확상 도무지 맞지 않다. 그 시기는 칼뱅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던 시기도 아니었으며,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도 아니었’(33).


한 가지 더, 제네바 치리회 회의록이 미국의 교회사 회장이던 로버트 킹던(Robert Kingdon) 교수에 의해 연구되고 번역되었다. 이로 인해 치리회의 성격과 권한들이 밝혀지게 되었고, ‘칼뱅이 치리회를 사용해 철권 정치를 휘둘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38)지게 된다. 교회의 치리회가 무슨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만큼은 절대 부인하지 못한다는 세르베투스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세르베투스의 이야기는 3부에서 다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509, 현재의 스페인 지방인 아라곤의 빌라노바에서 태어난다. 그는 의사, 지리학자, 과학자, 점성술사다. 그리고 홀로 성경을 읽고 터득한 성경 독학자이다.(46)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의 성경 해석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오직 사변과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성경을 읽고 해석’(47)하여 왜곡된 삼위일체에 빠지고 말았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의 삼위일체는 개신교가 말하는 삼위일체는 하나의 본질과 삼위를 가지신 하나님이 아니다. 인간 예수 안에 하나님의 신성이 내재하여 신격화된 것이다.(47) 이러한 주장은 교리에 민감한 시기에 위험한 생각이자 발상이었다. 세르베투스의 삼위일체론을 접한 루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교개혁자들은 그의 책을 끔찍하게 잘못된 책’(48)이라고 평가한다.


칼뱅은 세르베투스를 사형시키도록 했는가? 아니다. 칼뱅은 그럴 권한이 없었다. 사형을 집행하는 단체는 치리회가 아니다. 시 의회가 이 모든 것을 관장한다. 칼뱅은 판결이 내려지기 전날까지 세르베투스를 찾아가 간절히 권면하고 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생각을 돌릴 것을 요구’(63) 하지만 실패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필립 샤프의 교회사 전집과 박건택 교수가 번역한 <칼뱅 소품집 2>에 기록되어 있다.


결론은 칼뱅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가 아니다. 학살자라 할 만한 내용이 초기의 문서나 1차 자료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성적인 사유를 통해 합리적 상식을 가진 자들이라면 아무렇게나 써 내려간 잡담 같은 책들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사실인양 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단순히 칼뱅은 학살자가 아니다라는 사실만을 한정짓는 것은 크나큰 오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저자의 탄탄하고도 집요함으로 사실을 찾아 나선 열정, 다이나믹하게 그려가는 서술방식은 이 책의 매력이다. 더욱이 백 쪽이 채 안 되는 분량은 한 시간이면 집중해서 읽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매혹적이다. , 이제 책을 사서 읽어보자



칼뱅은 정말 제네바의 학살자인가? - 10점
정요한 지음/세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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