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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는법] 4. 기록과 성찰 사이에서

샤마임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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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는법] 4. 기록과 성찰 사이에서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라.  

[이 글은 에레츠 학당에서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일기는 발전합니다. 일기를 쓰다보면 '발설로서의 일기'로 마칠 것인지 글쓰기를 위한 일기인지 구분할 때가 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일기는 발설로서의 일기로 중단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기가 다른 사람에게 읽혀지도록 만들고 싶다면, 아니 사유의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해야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성찰'하는 것입니다. 성찰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다음의 글을 읽어 보십시오.  

버스는 느리다. 기차는 빠르다. 


매우 객관적인 서술 같지만, 상대적입니다. 버스는 느리다는 표현은 기차나 비행기에 '비해서' '비교해서' 느린 것이지 버스 자체가 느린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걷는 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러나 글쓴이는 그렇게 표현하여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대상을 해석합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성찰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자신의 주관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버스와 택시가 충돌했다.  


이것은 사실이며 기사와 같은 보고입니다. 그러나 글은 사실로만 써지지 않습니다. 이곳에 자신의 해석이나 연상되는 상상이 붙어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 버스와 택시가 충돌했다.  나는 그 버스에 탔으나 다치지 않았다. 삶은 언제나 사고의 연속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엇은 어떻다.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의 표현은 해석입니다. 계속된 해석은 독자를 피곤하게 하지만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를 서술하고 그에 대한 해석, 즉 통찰이 따라가야 좋은 글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고 박완서의 '말의 타락'의 일부입니다.  


"백 마디의 미사여구, 청산유수 같은 웅변 대신 더듬거리는 말이라도 좋으니 진실이 담긴 한마디 말을 하라. 진실이 담긴 말은 서툴러도 사랑을 받지만 진실이 없는 말은 공허감과 혐오감을 줄 뿐이다." 


'와우아파트식 남성'의 일부입니다.  


"건물에만 와우아파트가 있는 게 아니라 사람 됨됨이에도 와우아파트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와우아파트 사건을 아시죠?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 위키백과)  부실공사와 날림으로 지은 얼토당토않은 공사의 결과였습니다. 박완서 작가는 와우아파트의 부실공사와 날림을 남자의 허세와 비교하면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즉 사실이 있고, 그 사실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남자의 허세와 연결한 것입니다. 이것은 해석이며,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우리의 삶을 보는 창으로 사용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일기는 기록의 의미도 있지만 반성이자 성찰입니다.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 보면서 스스로 잘잘못을 가리거나, 생각을 확장하고 사유를 넓혀야 합니다. 어떠 사건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기를 멈주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흘러 과거의 일기를 읽으면 지난 날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건 위주로 쓴 읽기는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적어 놓은 일기는 울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아버지에게 야단 맞고 쓴 일기에..


"아버지는 전후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나무란다. 옳고 그름을 분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난 아버지같은 아버지는 되지 말아야겠다."


이 글은 오십이 다 되어가는 제가 읽는다면 어떨까요? 아버지를 그리 싫어 하지만 아버지를 그대로 닮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입니다. 일기는 이렇게 사건보다는 사건의 해석과 생각을 적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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