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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편집] 가독성을 높이는 편집

샤마임 2018. 4. 12.

[책의 편집] 가독성을 높이는 편집


두어 달 전 톰 라이트의 <사순절 매일 묵상집>을 구입했다. 읽기 위해 책을 펼치는 순간 이상한 저항이 느껴졌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자문하지만 모르겠다. 의지적으로 책을 읽었다. 글은 좋았다. 톰 라이트가 글을 잘 쓰기도 하지만 번역도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편집이 가독성을 떨어뜨렸다. 




동일한 사이즈인 김은수의 <삼위일체 하나님과 신학>(새물결플러스)의 책을 펼쳤다. 확연히 달랐다. 행간의 차이를 보히 톰 라이트의 책이 더 넓었다. 그럼에도 읽히지 않는 이유가 뭘까? 여백을 보았다. 거의 비슷했다. 한행의 글 자수도 동일했다. 그렇다면 두 책은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확연히 다른 것이 보였다. 바로 글자 자체였다. 글자 모양이 너무나 동일해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출판 편집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글자(폰트)를 사용하지 잘 모르지만 두 책은 폰트가 달랐다. 김은수의 책은 약간 두꺼웠고, 톰의 책은 얇았다. 


글자 얇으니 행간이 넓어 보였고, 산만해 보였던 것이다. 이에 비해 김은수의 책은 동일한 판, 여백, 행간을 가지고 있지만 글이 모아져 있는 느낌이다. 아까운 책이다. 폰트만 바꾸었더라도 가독성은 훨씬 높아질 수 있었다.


미묘한 차이. 그 차이가 책의 전반적인 수준까지 결정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독자들은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냥 느낄 뿐이다. 


쉬어가는 김에 톰 라이트의 글을 몇 페이지 더 읽었다. 역시 탁월한 신학자이자 글쟁이다. 글을 집약적으로 적으면서도 술술 읽힌다. 좋은 책은 단지 내용 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80년의 책과 비교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편집이 잘 된 책이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아쉬운 책이다.


두 책 모두 좋은 책들이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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