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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메리의 죽음 그리고 노란 봄

by 하늘땅소망 2018.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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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죽음 그리고 노란 봄 


비가 지독하게 내린다. 내리고 또 내리고. 아내는 상삼 마을 고양이들을 걱정한다. 기침 걸려 늘 콜록콜록 거리는 고양이들을 걱정한다. 나는 자신도 아프면서 고양이 걱정한다고 아내를 나무란다. 사실 나도 걱정된다. 마음이 아리다. 


작년 가을이었지 아마. 막막한 하루를 보내면서 숨을 돌릴 겸 양산 지근의 작은 마을을 산책했다. 워낙 작은 소도시라 2km만 나가도 시골이다. 상삼 마을은 그에 비하여 꽤 먼 편이다. 무려 11km나 된다. 처음엔 길을 몰라 대로로 다니다 어느 순간 산 쪽으로 작은 길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줄곧 그리 다녔다.  


상삼 마을을 가게 된 건 우연이었지만 메리를 만난 건 필연이었다. 몇 번을 골목을 산책하며 돌아왔다. 12월 말쯤이었던가 우연히 골목을 돌다 고양이 몇 마리가 집 마당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내는 고양이를 보자마자 '야옹야옹' 거린다.  


"에이 그만해" 


"왜? 고양이는 사람 말 못 알아듣잖아!" 


"그렇다고 야옹 하면 알아듣나?" 


그렇게 고양이를 불렀고, 고양이들은 유난히 우리를 잘 따랐다. 그중에 호랑이 옷을 입은 배가 하얀 고양이는 유난히 우리를 따랐다. 얼굴도 유난해 잘 생겼다. 아내는 그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중에 주인 할머니는 '메리'라고 이름을 알려 주었다. 그렇게 메리와 우리와 인연은 시작되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날. 내일을 알 수 없는 어둠이 짙게 깔려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무너질 때 우린 메리를 찾았다. 일주일에 겨우 한두 번의 외출이지만 아내는 메리를 유난히 좋아했다. 말은 안 했지만 나도 메리가 좋았다. 그냥 착하고 우리를 따르는 것이 고마웠다. 아내는 갈 때마다 고양이 사료를 준비해 갔다.  


"메리!" 


순간 고양이들이 우리를 향해 뛰어나왔다. 어느 순간 작은 개 한 마리도 튀어나와 우리를 반겼다. 고양이 보다 1cm 큰 강아지였다.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면 혼자 다 먹었다.  


'돼지 같은 녀석' 난 그렇게 놀렸지만 강아지는 그래도 신나서 우리를 따랐다. 그렇게 메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작은 힘이 되었다. 


비가 내렸다. 지독한 봄비가 내리고 또 내렸다. 아내는 한참이나 메리를 걱정한다. 보고 싶어 해서 오늘은 작정하고 메리를 찾아갔다.  


"메리!" 


이상하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메리!"  


두 번 세 번을 부르니 고양이들이 튀어나온다. 마당 한구석에서 있던 애들이 반가워하며 달려 나왔다. 그런데 메리는 나오지 않는다.  


"메리!" 


또 불렀다. 그러나 나오지 않는다.  


"비가 많이 오더니 결국 메리도 죽었는가 보다" 


나도 모르게 말해 버렸다. 고양이를 이십 년 가까이 키워온 나로서는 고양이 생리를 잘 안다. 시골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있어서 함부로 자기 영역을 빠져나가지 않는다. 만약 그 영역을 넘어가면 다른 고양이, 즉 그곳을 지배하는 왕초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메리는 외출은커녕 집 밖에도 안 나가는 고양이다. 부르면 안 나올 리가 없다. 난 순간적을 직감했다. 


"아! 죽었구나" 


마음이 한없이 내려앉았다. 평온하고 한가해 보이던 시골 마을이 갑자기 너무나 넓어 보인다. 하늘은 저만치 달아나고, 골목길은 휑 덩그레하고, 담벼락들은 유난히 차가워 보인다. 메리와 함께 할 때 귀여워 보이던 애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아내는 며칠 전 꿈에서 메리를 봤다고 한다.  


"메리가 작별 인사한 거였는가 봐." 


"안녕"이라고.  


갑자기 아내가 등을 돌려 집을 빠져나와 차로 향했다. 말없이 아내는 울었다. 나도 울었다.

집에 들아가지 못하고 집 앞 공원에 벤치에 앉았다. 뒤로 산수유 꽃이 유난히 노랗다.



봄이 노랗다. 

지랄 맞게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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