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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하루를 산다는 것

by 하늘땅소망 2018.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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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산다는 것


아침이 두렵다. 아침이 밝아 온다고 말하지 않고 '쓰나미처럼 밀려온다'고 아내와 나는 이야기 한다. 또 하루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목사는 교회 밖으로 나가는 순간 길 잃은 양과 같다. 먹을 것, 입을 것 하나 없다. 


작년 시월에 수술한 이후 아내는 줄곧 침대를 떠나지 못한다. 한두 시간만 일을 해도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야 한다. 가슴, 다리, 온 몸이 저린다. 한 달 전 고신대 병원을 찾았지만 별다른 병명을 받지 못했다. 


나는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파 걷질 못한다. 


겨우 등록금을 마련한 둘째 딸은 기숙에 산다.

걱정이다. 밥값은 있을까? 어렵지는 않나? 묻고 싶어도 줄 돈이 없어 대면대면 한다.


누군가 나에게 불친절하게 대한다는 것은 단지 미워해서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미안해서, 도울 방법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하나님 앞에 회개했다. 혹시 다른 사람을 오해한 적은 없는지... 



줄곧 묻는다. 


사는 게 무엇인지? 소명은 끝이 난 것인지? 그렇게 묻고 또 묻는다.


할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책상에 하루 종일 앉아 글을 쓰는 일이다. 그러나 수입은 없다. 지난 달 공과금이 밀려 있다. 이번달부터는 방세도 내기 힘든 처지가 되었다. 


하나님 살아 계시죠?


진짜 살아 계시는 것 맞죠? 


묻는다. 


그냥. 

어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ㅎ집사님께서 아이스박스에 고기와 만두 등을 보내 오셨다.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늘 미안하고 고마운 분이다. 한 주 동안 반찬이 없어서 아내가 늘 고민했는데. 하나님은 굶어 죽지 않도록 절묘한 시간에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하루 빨리 일어나 그들에게 갚고 싶다. 



영원히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감사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예전에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지만 그들의 게으름을 본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가 게으른 것은 아니다. 불가피하게, 어쩔 수 없이 가난해지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 들어 다시 성경을 읽으면서 사랑은 조건 없이. 용서도 조건없이 하라는 말의 의미를 희미하게 알 것 같다. 





감사는 존재를 초월해야 가능하다는 것.

감사는 생존을 넘어 영원에 잇대어 있다는 것.

감사는 결과를 묻지 않고 하는 것. 


그렇게 믿는다. 


하루가 길다.


봄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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