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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 여우와의 대화

샤마임 2010. 6. 30.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안녕?"

 어린왕자는 공손하게 대답하고 몸을 돌렸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여기 사과나무 밑에 있어." 좀전의 그 목소리가 말했다.

"넌 누구지? 정말 예쁘구나..." 어린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가 말했다.

"이리 와 나하고 놀자. 난 정말로 슬프단다......" 어린왕자가 제안했다.

 "난 너하고 놀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본 후에 그는 다시 말했다.

 "'길들인다'는게 뭐지?"

"넌 여기 사는 애가 아니구나. 넌 무얼 찾고 있니?" 여우가 말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지?"

"그건 너무나 잊혀진 일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

"그래."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 나에게 수많은 다른 꼬마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꼬마에 지나지 않아. 그러니 난 네가 필요 없어. 물론 너에게도 내가 필요 없겠고.

 너에겐 내가 다른 수많은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가 필요하게 된단 말이야. 넌 나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게 될 테니까..."

 "이제야 좀 알 것 같군."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에겐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아마 나를 길들였던 가 봐..."

˝그럴지도 모르지.˝ 여우가 말했다.

˝지구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으니까...˝

˝아, 아니야! 그건 지구에서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여우는 몹시 궁금하여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다른 별에서의 이야기를 하는 거니?˝

˝그래˝

˝그 별에도 사냥꾼들이 있니?˝

˝아니, 없어.˝

˝그거 참 재미있는데! 그럼 병아리는?˝

˝없어˝

˝그래... 역시 생각대로야. 나는 그 별에 갈 수 없겠는걸˝

여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우는 곧 기운을 되찾아 하던 이야기로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나는 날마다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 내가 병아리를 쫓으면, 사람들은 나를 쫓지. 병아리들이 모두 비슷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모두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별로 다를 게 없어.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하게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소리와 구별되는 발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 테지만, 너의 발소리가 들려 오면 나는 음악이라도 듣는 기분이 되어 굴 밖으로 뛰어나올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아름다운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이 아주 멋지게 보일 거야! 누렇게 익어 가는 밀밭을 보면 너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밀밭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야...˝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 왕자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 여우가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아. 친구들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일도 너무 많거든.˝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알 시간이 없어졌어. 그들은 가게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어. 그러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먼저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는 거야.

난 너를 힐끔힐끔 곁눈질로 쳐다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루하루 날짜가 지나감에 따라, 너는 조금씩 나와 가까운 곳에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글 가져온 곳 http://blutom.com/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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