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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일반서적

꿈을 지키는 카메라

by 하늘땅소망 2017. 7. 24.

꿈을 지키는 카메라

김중미 글 / 이지희 그림 / 창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꿈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은 종종 꿈을 물었다. 아마도 생활기록부에 적을 의도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꿈은 세 가지로 요약되었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대통령에 손을 들었다. 두 번째 부류는 과학자였고, 세 번째는 선생님이었다. 여자아이들도 비슷했는데 대통령은 몇 없었고, 대부분이 선생님또는 간호사였다. 몇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들지 않아 그들에게는 개인적으로 물었다. 승철(가명) 이는 꿈이 뭐냐? 약간의 머뭇거림이 느껴졌다. 3초 정도의 정적이 흐른 뒤 승철이가 입을 열었다. ‘노가다요!’ ‘~~~~’ 아이들이 어이없는 함성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이유를 물으니 그의 삼촌이 노가다를 하는데 농사짓는 것보다 돈을 더 번다고 승철이에게 크면 노가다하라고 했단다. 승철이는 지금 노가다를 하고 있다. 노가다는 요즘 말로 공사장의 일꾼이 아닌 건축업자였던 것이다. 당시엔 건축 일을 하는 사람들을 하찮게 여겼고, 일은 고되지만 수입은 그리 많지 않았다. 노동을 천하게 보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이다.

며칠 전 어느 정당 소속 의원이 밥하는 아줌마라는 표현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웠다. 밥하는 아줌마는 밥하는 아줌마 주제에라는 뜻이다. 배우지 않아도 몸으로 적당히 때우는 일을 하는 주제에 무슨 처우개선이냐는 것이다. 노동에 대한 그릇된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어투다. 어린 시절 우리의 꿈은 우리의 꿈이 아니었다. 착취당하고 억눌리고 가난한 삶을 살았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시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대통령 또는 권력자, 많이 배운 학자가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대통령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다. 그냥 편하게 하루하루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책을 유난히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읽을거리를 찾았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너무 길지 않는 적당한 내용과 적당한 분량의 책을 찾았다. 그리고 찾았다. 이 책 <꿈을 지키는 카메라>독포자’(독서를 포기한 자)들을 위한 독서 마중물과 같은 책이다. 작가의 말까지 모두 합해봐야 90쪽이 되지 않는 작은 소책자 수준이다. 이 책은 원래 김중미 소설집인 <조커와 나>의 한 편을 독포자들을 위해 작은 책자로 만든 것이다. 현재 <소설 첫 만남> 시리즈는 최양선의 <미식 예찬>인 아홉 번째까지 출간되었다. 작지만 탄탄하고, 독포자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맛보기를 위해 준비한 책들이다.


세 번째 책인 <꿈을 지키는 카메라>는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삶의 터전과 꿈을 잃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아람이는 재개발 지역에서 만둣집을 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두고 있다. 그의 집은 장사가 잘 될 때 10m가 넘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만두의 명가였다. 하지만 재개발은 일본처럼 가문의 직업을 이어가고 싶은 아버지의 꿈을 산산조각 내고 만다. 유아용품 가게를 하는 친구 연서의 부모님도, 구둣방 아저씨도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읽고 떠나야 한다. 아람이는 아버지의 낡은 카메라를 들고 허물어져가는 재개발 지역, 아니 자신의 마을을 찍기 시작한다. 홀로 자라는 잡초, 곧 문을 닫아야 하는 가게들, 삶의 터전을 되돌려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옥상에 올라간 동네 상인들. 아람이의 카메라는 꿈을 잃어버린 이들을 따라간다.

재개발은 우리 가족의 평범한 행복을 빼앗아 갔다. 교사가 되고 싶다던 언니의 꿈이 정치가로 바뀌고, 죽을 때까지 만둣집을 할 거라던 할아버지의 꿈도 깨졌다. 백 년 전통의 만둣집을 이어 가자고 약속했던 아버지와 내 꿈도, 유아용품 가게를 하며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겠다던 연서네 꿈도 모두 깨졌다.”(81)

아람이 언니의 꿈은 교사였다. 그러나 이제 정치가가 꿈이다. 세상이 만든 차별, 부당함을 바꾸고 싶은 것이다. 공부도 안 하면서 차별을 이야기는 아람이를 향해 이렇게 독설을 내뱉는다.

자존심 지키려면 일단 공부하라는 얘기야. 공부 못하는 애들이 자존심이니, 차별이나 하면 누가 알아주기나 하냐?”(45)

차별 당하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성공의 수단이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수 있는 방편이다. 아람이 언니의 공부에 대한 집착은 필자의 어릴 적, 나와 친구들에게 대통령의 꿈을 심겨준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은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항거이다. 아람이는 성공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며 책상에 앉은 언니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74)을 흘린다.

스마트폰과 현란한 게임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이다. 그들에게 독서는 지옥과 같고 넘을 수 없는 산과 같다. 단 번에 인생을 변화시킬 고전을 읽힐 수 없다. 천천히, 그리고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독서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은 에베레스트산을 넘기 위한 준비운동과 같고, 동네 작은 산을 오르는 훈련과 같다.


꿈을 지키는 카메라
국내도서
저자 : 김중미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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