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독서일기

[독서일기] 비범함이란 무엇일까?

by 하늘땅소망 2017. 2. 14.

[독서일기] 비범함이란 무엇일까?

2017년 2월 14일 오전


아이들은 아직 이불 속이다. 한 주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다시 봄 방학이 시작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개학 때까지 그냥 방학하면 될 일이지 왜 중간에 학교를 가는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부모라면 한 번쯤 가져보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정식적인 개학 이전에 미리 한 주 동안 학교 가는 연습도 괜찮다 싶다. 아이들이 개학하자 불규칙한 나의 일상도 조금 틀을 잡아간다. 아침 7시는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애들을 챙겨 등교 시켜주고 돌아오면 8시 반이다. 늦어도 9시면 돌아온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청소나 걸 거지 등을 하고 나면 오전이 훌쩍 지나기도 하지만 별다른 일 없으면 오전 10시면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면 오전에 묵상 설교나 독서, 필요한 작업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귀찮지만 일어나면 좋다. 규칙적인 일상은 나에게 귀한 선물이다. 


방학이면 새벽 2-3시를 넘길 때까지 글을 쓸 때가 많다. 빨리 자야지 하면서도 쉽게 자지 않는다. 굳이 아침에 일어나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낮보다 글이 훨씬 잘 써진다는 것도 늦잠자는 하나의 핑계 거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오전은 이불 속에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에도 규칙적인 생활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힘들지만 애들 개학 소식도 그리 나쁘게만 들리지 않는다. 


어제 부산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세 번을 쉬었다. 진영에서는 주유하기 위해, 섬진강에서도 화장실 때문에, 보성녹차에서는 필주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해서 들렀다. 귀갓길에 세 번 휴게소에 들른 적은 이번이 첨이다. 세 번째 휴게소에서 두 권의 책을 샀다. 유비자의 <허난설헌>(기사임당)과 김병완의 <48분 기적의 독서법>(미다스북스)를 구입했다. 유비자의 허난설헌의 경우는 책이 많이 허접하다. 가격이 17000원인데 할인해 10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책은 잘 사지 않는데 허난설헌에 대한 관심이 많은 데다 앞으로 읽어야 할 허난설헌의 개요 정도로 생각하고 구입했다. 김병완은 너무나 잘 알려진 독서법의 대가다. 자기계발과 '기적' '성공' 등을 난발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이들이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배워야 할 많은 장점은 지닌 저자는 분명하다. 


방금 글을 쓰기 위해 알라딘 서점에 들어가 유비자의 <허난설헌>을 검색하니 가격이 만 원으로 뜬다. 뭔가 속은 기분이다. 분명 이 책 가격은 17000원에 왜 인터넷 서점은 10000원일까? 책을 사면서도 만 원이란 적지 않은 가격에 약간 망설였다 책 내용이 부실하고 전체적으로 질이 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입한 이유는 순전히 40% 정도의 할인율 때문이었다. 기분이 별로였다. 어떻게 해서 저런 가격이 책정되었는지 모르지만 독자를 우롱하는 듯한 출판사의 정책이 맘에 들지 않는다. 출판 일을 보니 2016년 11월로, 인터넷 출시일과 동일하다. 참으로 기이한 게 만약 동일한 인쇄소에서 동일한 날짜에 인쇄를 했다면 어떻게 한 권은 10000원이 되고, 다른 한 권은 17000원이 될까. 이건 분명히 휴게소에 깔 책을 가격을 두 배 가까이 튀겨 따로 인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바로 이점에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그냥 안사고 말지의 개념이 아니다. 출판사 스스로 잘못된 방법으로 책을 팔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염려되어 김병완의 책도 검색해 보니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 




비범함에 대해 글을 쓰려다 한 권의 책 때문에 너무 돌아와 버렸다. 하지만 이것도 비범함과 다르지 않은 주제다. 근래에 들어와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기적이나 비범함이다. 탁월함과 뛰어남 등으로 고쳐 쓸 수 있는 비범함은 말 그대로 평범함을 뛰어넘는 것을 말한다. 비범함에 이르는 방법을 소개한 글이 바로 김병원의 48분 기적의 독서법이다. 3년 동안 천 권의 책을 하루 48분 동안 꾸준히 읽는 것이 비범함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아직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 않아서 확언할 수 없지만 일만 시간의 법칙과 유사하다. 그런데 비범함이 뭘까? 책을 그리 많이 읽는다고 비범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 비범함이 뭐냐는 것이다. 


단지 누군가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 타인보다 깊이 생각하고 넓게 보는 것? 뭘까? 꼭 비범해야 하나? 등등의 질문들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허난설헌의 경우도 이십 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천재였다. 봉건주의 시대 속에서 여성으로서 감히 할 수 없는 문학적 탁월함을 지녔다. 여기서도 탁월함을 사용했다. 허난설헌의 탁월함은 뭘까?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조선이라는 봉건 사회에서 여성이 문학적 기질을 발휘했다는 점.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하나는 허균의 누님이고, 허준의 먼 친척이다. 허균의 <홍길동전>과 허준의 <동의보감>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이다. 또한 허균이 누님의 시를 유언대로 불태우지 안호 보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도 그녀의 탁월함에 일조한 것이다.


어찌 보면 탁월함은 사회적 역학에서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녀가 가진 실력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허난설헌의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의 집안이 가진 학풍과 양반이라는 신분의 조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성도 포함된 것들이다.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글재주를 보인 허난설헌은 여자 신동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15살 때 결혼하기 전까지 집에서 열정적으로 시 창작 공부를 하였다." (유비자, 17쪽)


이뿐 아니라 오빠 허봉인 허난설헌 10살 때 친시 문과에 급제하여 이듬해 휴가를 받아 사가독서를 할 때 글을 배웠다고 한다. 아마도 그전에도 글을 읽었지만 제대로 된 글짓기는 오빠에게 배운 것 같다. 이러한 정황들은 허난설헌이 스스로의 천재성과 가정의 학문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탁월함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탁월함을 다르게 표현하면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이다. 글을 잘 쓰던지, 말을 잘 하든지, 뭔가를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탁월함은 일상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며, 일상을 벗어나는 순간 탁월함이 아닌 부정적 의미의 미친 것이 될 것이다. 탁월함은 사회적 관계와 일상의 범주 속에서 만들어진 필요성이 있어야만 한다. 바로 그 점에서 탁월함이란 편범이 아닌 집요한 성실을 통한 결과이다. 평범한 하루를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성실하게 대면함으로 타인들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탁월함이 되는 것이다. 탁월함은 철저히 일상적이다.


김병완이 소개한 48분 기적의 독서법 성공 조건은 이렇다.
1. 독서한 양이 1,000원이 넘어야 한다.
2. 독서하는데 걸린 기간이 1,000일(3년) 이내여야 한다.
3. 오전 48분, 오후 48분의 독서법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4. 권당 평균 독서 시간을 100분 정도로 맞춰야 한다.


나도 책을 늦게 읽는 편이 아닌데 권당 100분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 거의 속독에 가까운 속도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가벼운 자기 계발서라면 몰라도 철학 책이나 신학, 두꺼운 소설이 경우는 읽을 수가 없다. 아마도 눈으로 찍듯 책을 읽어 나가는 것 같다. 3년에 천 권이면 일 년에 적어도 330권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하루에 거의 한 권을 소화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햐~ 이건 뭐~  하여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그리 썩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전해 볼 만은 하다. 


김병완도 부럽고, 허난설헌도 부럽다. 난 여태껏 수천 권의 책을 읽었지만 아직도 아둔하고 비범함에 이르지 못 했다. 웃는 소리로 대기만성형이라 그렇다고 말하지만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셨다면 만족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꼭 비범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비범하다면 모두가 평범한 것이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비범한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이래도가 좋다. 그냥 나의 길을 가자. 


다만 하루하루 성실하게 밀도 있게 사는 것은 잊지 말자. 이게 나의 길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