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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과 기고글]/국민일보

[기독교 고전 다시 읽기] 로빈슨 크루소 Robinson Crusoe 다니엘 디포

by 하늘땅소망 2013. 12. 30.

[기독교 고전 다시 읽기]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Robinson Crusoe

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의 원제는 ‘요크 시 태생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가엾고 놀라운 모험’(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1719년)이다. 대개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배가 파선하여 표류하다 무인도에 도착하여 살아가는 ‘생존’ 쯤으로 이해한다. 어릴 시절 보았던 어린이용 편집된 동화나 만화의 경우가 그랬다. 그러나 저자인 다니엘 디포는 전혀 다른 의도에서 저술했다. 저작연대를 살펴보면 18세기는 과학과 철학의 극에 달했던 시대였고, 영국의 영향이 점점 강대해지기 시작한 때다.






 

166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장로교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뉴잉턴 그린에 있는 학교에서 수학했다. 하지만 공부보다 상업에 흥미를 갖고  18세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장사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다는 것을 발견 한다. 다른 일을 찾던 그는 글쓰기를 배우면서 작품을 구상하며 그곳에 빠져 든다. 1701년 드디어 첫 작품인 풍자시 <순수 혈통의 영국인>을 발표하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다. 다시 1702년 <비국교도를 다루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통해 비국교도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정교회를 국교로 여기던 영국은 사흘간 죄인 공시대에 오르는 벌을 내린다. 1704년에는 정치신문을 창간하면서 기자로 활동하고, 스파이 팸플릿 작가 등으로 정치에 발을 디딘다. 환갑의 나이인 1719년 그 유명한 <로빈스 크루소>를 발표하여 일약 대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첫 소설이자 최고의 작품이 되어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와 더불어 당시 영국을 대표하는 작품이 된다.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은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도 나타나듯 당시의 소설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인 양 소개하는 문학적 기법을 사용했다. 당시 ‘셀커크’라는 선원이 배가 파선하여 무인도에서 5년 동안 살다가 구조된 사건이 있었다. 큰 화제가 되어 영국인들의 입에 올랐다. 다니엘 디포는 셀커크 사건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작품화 한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도 나타지만 당시 영국은 왕권의 권위를 벗어나려는 중산층의 움직임 점점 드세게 일어나는 시점이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비판하고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통해 자신들의 시민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 졌다.

 

디포가 설정한 무인도는 사람이 없는 무인도의 개념을 넘어 선다. 국가의 간섭이 일체 없는 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주체국가이다. 영국은 청교도 운동 실패 후 분리파 청교도는 메인플라워호를 타고 뉴잉글랜드로 건너갔고, 온건파와 다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시민정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이 신세계를 꿈꾸었고, 왕이 아닌 시민이 다스리는 민주국가를 만들기 원했다. 시민정신을 주도한 종교가 비국교도들이었으며, 그 핵심에 칼빈의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형성된 장로교회들이다. 다니엘 디포는 장로교도로서 시민정신을 주도한 핵심이었다.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간과한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의 신앙이 고독과 고난의 체험을 통해 깊어진다. 국가에 위탁된 신앙이 아닌 경험과 스스로의 힘으로 깊은 신앙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외에도 1659에 마무리 지었던 에스파냐의 무적함대 격파 사건과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신대륙에 대한 희망과 무역의 발달, 노예제도에 대한 신앙 양심의 문제들이 스며있다. 항해술의 발달이 혁명적으로 일어났던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 곳곳에 위도 몇 도라는 문장들이발견 된다. 선장과 함께 해도를 조사하여 서인도 제도의 바베이도스를 15일 정도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진로를 바꾸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일주가 보편화되고 아프리카, 신대륙 등을 오가며 노예와 상품을 사고파는 이야기가 시대적 배경을 장식한다. 중상주의(重商主義)를 지향했던 시민사상이 깊이 스며있다.

 

 

영국 국교와 왕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걸리버 여행기’가 금서(禁書)로 지정되었지만,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은 금서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은연중에 국교와 사제 중심의 교회제도를 비판한다. 타자의 간섭이나 도움 없이도 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독립적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그린다. 평민과 귀족의 신분차별을 타파(打破)하고, 스스로의 노동으로 부와 물질을 축적하는 중상주의를 옹호한다.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은 더 이상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생존survival 게임이 아니다. 시대를 혁명사고로 해석하고 새롭게 재정립하려했던 혁명가의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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