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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레이디북토크 / 경향신문 인터랙티브 팀 엮음 / 들녘

샤마임 2013. 11. 24.

소통하려면 공감하고, 공감하려면 배려하라.


알파 레이디 북토크 

경향신문 인터랙티브 팀 엮음 / 들녘




끝장을 보고 말았다. 이틀 만에 한 자도 놓치지 않고 흡입했다. 이틀 만에 거덜 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충동이 일어났다. 이 책을 산지 벌써 9개월 하고도 5일이 지났다. 2월 9일 장림 롯데마트에서 샀다고 메모해 둔 걸보면 책장에 지금껏 유기된 셈이다. 미안한 맘이 들 정도로. 사 놓고 잊어버린 책이 한 둘은 아니지만 탁월한 책을 몰라본 건 책에게 미안하다. 

 

"하루 종일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인터넷을 뒤지며 세상에 넘치는 정보를 검색하는 디지털 신인류. 하지만 정작 가장 편하고 쉽게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독서에는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가 쓴 추천사 첫 문장이다. 누군가는 그저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쯤으로 치부할 터이지만 내게는 다르다. 울림이고 공감이고, 감동이다. 또한 도전이다. 독서의 필요성, 중요성을 간결하게 규명하고 있다.

 

이 책을 놓지 못하고 끝장을 보았던 이유는 첫 강을 맡은 정혜윤의 글을 읽고 큰 울림이 밀려 온 탓이다. 정혜윤은 익숙하다. 다만 그의 이름만. 몇 번이고 이분의 책을 사려고 했지만 정확하게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보가 부족했다. 특이한. 어쩌면 약간 야해 보이는 책 제목이 거슬렸다. 정혜윤의 부정적 인식은 그녀의 첫 책인 <침대와 책> 때문이다. 부제가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로 붙어 있다. 첫 느낌은 '뭐가 이래?'다. 더 이상 그녀의 책은 당장 급하게 읽어야할 책이 아니었다. 언젠가 시간나면 읽어 볼만 한 책으로 강등되었다. 년 초에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정혜윤의 책은 서너 권 쯤 책장에 꽂혀 있었을 것이다.

 

유년 시절 책과의 추억을 가진 이들이 부럽다. 정혜윤도 그런 추억부터 끄집어낸다. "제가 그때부터 계몽사의 세계문학전집을 읽기 시작했어요." 나의 어린 시절, 책은 없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탓도 있지만 부모님은 책을 사줄 생각도 읽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좋은 부모지만 책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줄 수 없다. 그녀는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책과 동행했다. 대학교 시절, "그때 학교에서 버스 타고 혼자 자주 종로서적에 갔어요. 제가 고향을 떠나와서 기숙사에 있게 됐을 때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저에겐 종로서적 계단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게 큰 낙이었어요. 외롭지가 않았어요." 책은 친구다. 외로운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 고독을 치유 받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강연을 곱씹어가듯 읽어 나갔다. 문장과 행간에 덧칠된 의미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몸의 철학자 고미숙, 괴짜 행복론자 김정운 교수, 우석훈과 박찬일의 강연도 최고였다. 가장 큰 울림은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강연한 홍성태교수와 나승연이다. 사랑의 카테고리에 엮은 서울대 심리학 교수인 곽금주 교수도 공감으로 묶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삶과 삶이 공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잘 보여 주었다.

 

가슴이 찡하게 울린 이야기가 있다. 홍성태 교수가 공감의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예로 사용한 류마티스 명의 이야기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고, 그들이 마음을 읽어주고 힘을 주는 의사의 이야기는 감동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이어졌다.

"의술도 의술이지만,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교감해주니 환자들이 마음을 의지하는 거죠. 진정한 명의(名醫)가 되려면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를 치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병이 아니라 환자라는 사람을 먼저 치료해야 하는데, 공감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나승연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명료하게 들려주었다. "청중의 머릿속에 꽂히게 만들려면 하나의 그림, 하나의 스토리로 풀어서 써야 해요."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먼저 선행할 것이 있다. 청중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나승연은 청중을 먼저 배려하고 충고한다. "청중을 제대로 알고 청중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의 조건입니다." 그렇다. 잘 보여주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먼저 얻을 때 가능하다. 이곳에서도 역시 공감의 필요성 중요성을 다시 발견한다.


 

목사로서 부끄럽게 한다. 청중을 배려하지 않는 우격다짐의 설교와 어설픈 신학적 지식을 자랑하려는 교만이 보인다. 얼마 전 어떤 집사님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쉬운 단어와 문장인데도 감동이었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 문장을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소통의 핵심은 청중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다.


울림있는 문장


"책 한 권 읽는 것도 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입니다."(정혜윤)

"경제학에서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제일 뺏기 어려운 돈이 얼마인지 아세요? 1만 원입니다."(우석훈)

"사람을 끄는 매력의 원천은 미모나 학식이 아니라 공감능력임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홍성태)

"청중을 꼭 공부해야 해요. 그러면 나의 메시지를 훨씬 더 설득력 있게 펼칠 수 있어요. 청중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말해야 청중의 기억에 남습니다."(나승연)

"내가 남에게 기대지 않고 사는 법은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거더라고요."(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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