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니얼 테일러, 왜 스토리가 중요한가

샤마임 2013. 10. 24.

 왜 스토리가 중요한가

대니얼 테일러 / 윤인주 옮김 / 정연


[굉장히 좋은 책은 데 출판사의 폐업과 함께 사라진 책이다. 이 책을 얻게 된 것은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구해 읽기를 강권한다.]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는 존재이자 의미다. 삶이란 이야기며, 인격의 완성은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억도 이야기기를 통해 축적되고, 전통도 이야기를 통해 전승된다. 이야기는 존재를 빚어감과 동시에 존재를 드러낸다. 민족과 나라마다 신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연유다.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 진다.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만드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이야기가 곧 운명이다.


필연은 우연의 축적이다. 이것이 분명한 것은 일어나기 힘든 일이 우연처럼 일어나더니 우연과 우연이 조우하여 대단한 뭔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김기현 목사님의 권유로 사게 된 책이다. 다른 두 권의 책 속에 끼어있는 책이었다. 분량도 많지 않은데다 저자와 출판사도 낯설어 주저했다. 독서의 대가가 책을 잘못 추천할리는 없을터. 기꺼이 구입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경이로움이 매혹되었다.


이야기가 뭘까?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이 있다. 사실기술이다. 그 사람이 아팠다. 삶이 된다. 그러나 가난하여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문제가 일어나고 난관에 부딪친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보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절 당한다. 갈등이 심화된다. 그러나 예전에 자신이 무시하고 놀리던 어릴 적 친구를 우연하게 길에서 만난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치료 받아야 하기에 부탁을 한다. 사연을 들은 어릴 적 친구가 흔쾌히 돈을 빌려 준다. 그것도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주인공은 눈물을 흘리며 지난 날의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받는다. 이야기가 완성 된다. 어떤 사람이  문제가 생기가 갈등이 심화되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갈등이 해결된다. 이것이 이야기의 기본 구조다.


나쁜 이야기도 있다. 한 사람이 어릴 적 가난하게 자란다. 우연히 나쁜 친구의 꼬임에 빠져 도둑질을 배우게 된다. 타인을 모두 미워하고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며 더욱 도둑질에 빠져든다. 결국 은행을 털다 사람을 죽이게 되고 붙잡혀 사형을 당한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욱 심화되고 멸망에 떨어진다. 나쁜 이야기 구조다. 이런 의미에서 각 사람은 삶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고 이야기를 선택하는 존재이다. 마치 나쁜 이야기와 좋은 이야기라는 두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하는 나그네와 같다. 한 번 이야기를 선택하면 특별한 외부적 개입이나 간섭이 없으면 돌이킬 수 없다. 반전은 운명처럼 결정된 이야기를 누군가에 의해 뒤집는 것이다. 앞선 이야기에서 어릴 적 친구의 도움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 온다. 반대로 자신의 선택에 의해 영원히 결정지워진 운명을 살아간다. 


저자는 이러한 구도 속에서 이야기가 가진 힘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설명해 준다. 일반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나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에 종속되어 살아간다. 인류가 아담이 만들어 놓은 반역과 타락한 본성을 따라 운명 지워지듯. 십자가는 멸망을 향해 운명지워진 역사에 개입하여 죽음의 역사에 종말을 고하고 생명의 역사를 창조한다.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예수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은 생명의 역사, 생명의 이야기에 동참한다. 이야기는 다분히 영적이며, 신앙적이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수백년이 흘러도 여전히 읽혀지고 감동이 되는 이유는 이야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대학 시절 나의 멘토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문학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나를 격려하곤 했다. 전에는 결코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이를 받아들였고 실제로 그 상상은 이루어졌다. 상상의 힘은 과거와 현재를 미래로 이어주며, 무언가 아는 수준을 넘어 전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는 가능성도 더해준다.”(52쪽)


 

“감정으로 느끼지 않으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이점을 잘 반영하는데 마사 누스바움이 말한 것처럼 우리의 감정 자체가 이야기로 빚어졌기 때문이다.”(59쪽)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