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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의 느림보 여행, 천천히 걷는 즐거움

샤마임 2013. 10. 14.

천천히 걷는 즐거움

신영철의 [느림보 여행]

글.그림 신영철 / 생각을 담는집





여행은 인간의 실존이다. 화이트헤드는 철학조차 과정. 여행이라 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인생이고, 한 곳에 안주하려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떠남과 머묾의 아이러니를 삶으로 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여행에 대한 첫 이야기는 아담의 타락 이후 에덴동산에서 추방이다. 그 후 본격적 여행은 가인이 아벨을 살해 한 후 받은 저주로서 주어진다. '유리하는 벌'이 곧 여행으로서의 인간 실존이다. 굳이 성경을 들추어내지 않더라도 인생은 삶을 나그네 길로 노래한다. 최희준의 하숙생이란 대중가요 가사를 잠깐 들어보자.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간다

 

 

여행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는 후일로 기약하며 이 책에 대한 잠깐 살펴보자. 저자는 네이버 블로그 <그래도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를 운영하며 여행기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http://slowalker.net/130177140814) 이 책은 블로그의 올린 글을 다듬어 올린 것이다. 저자의 특이함은 고등학교 때부터 홀로 걷기를 시작해 20년을 넘게 계속 걷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걷기 여행 책이다. 차를 타도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대부분은 1박2일은 잡아야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주 한옥마을, 장흥, 담양, 통영, 여수, 경주, 독도와 울릉도, 제주 구좌읍에 이르기까지 전국 구석구석을 걷고 또 걸었다. 유명 관광지도 있고, 구석진 마을 한편도 걸었다. 그런 덕에 필자의 고향 지척인 장흥에도 다녀갔다. 수십 번을 거쳐 간 곳이고 가끔씩 놀러 가는 곳인데도 낯선 곳이 제법이다. 장수풍뎅이 마을이나 고인돌 공원은 금시초문이다. 저자의 걷는 수고가 아니었다면 평생 가보지 못할 곳이 되었을지 모른다. 후에 고향에 갈 일이 있다면 장흥에 잠깐 들러볼 생각이다.

 

목차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도보여행을 위한 12가지 방법도 알려 준다. 시간당 2.5Km까지 계산해 놓은 보니 걷기 대가인 게 분명하다. 걷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짐을 꾸리고, 휴대폰 배터리도 여유롭게 준비하고, 차와 마주보며 걷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도 꼼꼼하게 일러 준다. 홀로 걷는 이들은 항상 사고에 대비하고 주의해야 한다. 곁에서 돌봐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

 

홀로 걷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끔 모든 것을 훌훌 내려놓고 아무도 모르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아무에게 알리지 않아도 자신은 알아야 할 터이니 이 책을 친구 삼아 가보는 것도 좋으리라. 화려한 관광지 이면을 고독하게 걸어간 저자의 부지런함과 여유가 스며있다. 도보여행 마지막 팁에서 '여유'를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결국 여행은 마음의 문제이니 말이다. 가을이 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마음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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