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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독서일기

독서에세이-책을 놓고 가다.

by 하늘땅소망 2013. 9. 28.

독서에세이

결혼식장에서 일어 난일


 

벌써 세 번째다. 책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결혼식장에 가야했다. 책 읽을 시간이 있으려나.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가져갈까. 번개처럼 서로 다른 생각들이 교차한다. 결국 책을 두고 가기로 했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하객들과 인사를 했다. 십분 후면 결혼식이 시작된다. 장소가 비좁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책을 두고 온 것이 후회 된다. 불편하더라도 들고 왔으면 좋을 뻔했다. 하는 수 없지 않는가. 다시 갈 수도 없고, 책을 사러 부산역에 갔다 오기도 시간이 어정쩡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를 찾았다. 마침 화장실 입구에 하객들을 위한 몇 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빈 의자도 보였다. 축의금을 받는 곳에서 순서지를 하나 가져와 메모지를 대신해 화장실 앞 의자에 앉았다. 어제 메모해 두었던 '글쓰기는 줄기세포다.'라는 문장을 맨 위에 적고 글을 써갔다. 운전해 오면서도, 식장에서 하객들과 인사하면서도 줄 곧 글쓰기 생각이 들었다. 줄기세포도 좋고, 씨앗이란 단어도 맘에 들었다. 줄기 세포가 분화 전사 되어 손이 되고 발이 된다. 씨앗도 발화하여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고 잎과 열매가 된다. 둘은 정말 닮았다. 하기야 둘 다 세포 분열의 결과이니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도 마치 줄기세포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한 단어나 한 문장에서 시작 되어 한 쪽 분량의 칼럼이나 에세이가 된다. 거기에 분량이 더해지면 작은 리포트나 논문이 되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이 된다. 처음엔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하다 점점 가닥이 잡혀간다. 그렇게 하나의 글이 완성 된다.

 

결혼식은 어떤가. 결혼식은 독립적 존재로서의 타자성의 종말인 동시에 서로라는 존재로 엮어짐의 시작이다. 나와 너에서 '우리'로 묶인다. 그렇다고 너는 나다는 식의 타자의 완전한 종말은 아니다. 서로 독립적이되 우리라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사랑하여 결혼하면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는 더욱 피의 공동체로 강하게 엮어진다. 더 이상 '님' 하나에 점하나 찍으면 '남'이 되기 어려워진다. 사랑이란 씨앗이 떨어져 결혼이란 떡잎으로 발화한다. 사랑은 더욱 자라나 너와 나의 우리를 넘어 너의 가족과 나의 가족이란 포괄적인 우리로 확대 된다. 자녀가 태어난 우리는 더욱 복잡해지고 사연은 가지와 잎의 수와 정비례관계가 된다. 사랑이 씨앗이 마지막 소멸해 갈 즈음 자신과 꼭 닮은 또 다른 씨앗을 남긴다.

 

다음부턴 책을 꼭 들고 가야겠다. 혹여나 한 번도 펼칠 기회가 없더라도 말이다. 기회는 늘 오는 것이 아니다. 오지 않을 수 있으니 준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올 수 있으니 준비하는 것이 백번 낫다. 생각의 샛길로 잠깐 둘러 왔지만 오히려 유쾌하다. 글이란 럭비공처럼 의도하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는 법이니 말이다. 때론 서론이나 본론이 상관없이 비약된 체로 끝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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