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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독서칼럼, 책은 내 삶의 축이다.

by 하늘땅소망 2013. 9. 27.


독서칼럼, 

책은 내 삶의 축이다.



성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문짝이 돌쩌귀를 따라서 도는 것같이 게으른 자는 침상에서 구으느니라."(잠언 26:14) 게으른 사람은 자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침대 주위를 맴돌고 삶의 지경이 침대 중심이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삶의 중심 즉, 축이 있다. 본성이 그것에 끌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읽는 것을 잊어 버렸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란 책이다. 작년 5월에 알라딘에서 구입했다는 메모가 남겨 있고, 내부에 2/3쯤 읽은 흔적이 있다. 줄을 긋는 게 버릇이 되어 책갈피를 꽂이 않아도 어디까지 읽었는지 대충 찾아낸다. 사서 잠깐 읽었다는 기억까지 있다. 그런데 일 년 동안 읽는 것을 잊어 버렸다. 기억을 잃은 것인지, 읽는 것을 잊어 버렸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하여튼 오늘에야 다시 찾았다. 이런 일도 있나? 읽다가 읽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말이다. 설마 치매는 아니겠지. 생각이 늘 책 읽기에 있기에 잊어 버린 것이다. 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른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그 책 읽을 것느라 이전 책은 잊는 경우가 많다. 이번도 그런 예다.


웬디 웰치는 이걸 두고 '책과의 동창회'란 표현을 썼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웬디는 손님들이 과거 자신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어준 책과 뜻밖의 재회를 한다고 한다. "때로는 너무 오랫동안 잊혀서 자신이 찾고 있는지 조차 몰랐던 책과 상봉하기도 한다."[각주:1] 집에 책이 쌓이면서 아니면 한꺼번에 여러권의 책을 한꺼번에 살 때 종종 일어난다. 책 욕심이 많은 탓에 사둔 책을 다 읽기 전에 다른 책을 사면 새 책부터 읽는 못된 습관 때문이다. 그러나 책과의 동창회는 시간이 갈 수록 빈도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발견했다. 펼쳐보니 읽은 흔적이 보이고 기억도 난다. 엊그제 읽은 것처럼 새록새록 하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것이다. 세상에! 얼마 되지 않은 분량이 마침표를 찍고 싶어 읽어 나갔다. 40여분을 읽으니 번역자의 후기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것으로 9월에 읽은 책 목록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7번째 책이다. 러키세븐이라 하지 않던가. 기분 좋은 책이다. 내용은 엄마이고 아내이며 작가인 저자가 책에 읽힌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웬디 웰치의 <빅스톤 갭의 작은 책방>과 닮았다. 소소하고 재미나 일상의 유머와 풍경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다만 웬디 웰치가 공동체적이라면 앤 패디먼은 개인적이다.


가만있자 책에 관한 책이 무엇이던가? 김열규의 <독서>란 책이 있고, 조란 지브코비치의 <환상의 도서관>, 클라스 후이징의 <책벌레>, 웬디 웰치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이 있고, 안상헌의 <생산적 책읽기 50>,또 있다. 생각보다 많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책꽂이도 한 곳을 정해 주제별로 모아야 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번째는 김열규의 독서이고, 다음은 웬디 웰치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이다. 소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더 강열했던 책은 니나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이다. 기회가 되면 이 책은 사서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보이지 않는 삶의 패턴이 있다. 아니면 하루의 동선이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집, 직장, 교회 밖에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만치 않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집 앞에 있는 반찬가게라든지, 아니면 출근하기 위해 나선 정류소 앞에 있는 작은 책방이든지, 교회를 가면서 들르는 작은 구멍가게 같은 것이 있다. 밋밋해 보이는 삶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삶의 역학구조는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삶의 동선에 따라 한 개인의 삶과 운명은 만들어 진다. 여전히 변함없는 나태함으로 머물 수 있다. 어느 순간 축적된 재능이 임계점을 돌파하여 비사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선택과 습관들이 닫힌 미래로 함몰 시킬 수도, 열린 미래로 날아오를 수도 있다. 어느 소설가는 생계를 위해 집과 직장만으로 동선을 극히 짧고 간단하게 그었지만 집에서 하루에 세 시간 이상을 글쓰기에 몰입하여 대작가로 변신했다. 이것이 열린 미래를 만드는 동선이다. 그 사람의 축은 집에서의 세 시간 글쓰기다.

 

어떤 사람은 만화 광이다. 지인 중에 여럿 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구동성이다. 먼저 한 집을 택해 그 집의 만화를 몽땅 빌려 본다.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이 소모 된다. 그 다음 근처의 만화방으로 간다. 대부분의 만화방은 종류가 비슷하다. 읽지 않는 책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정도면 2주면 끝장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다른 만화방으로 순회하며 지금껏 읽지 않는 만화를 찾아 떠난다. 1년 수개월이면 순례도 끝이 나고 더 이상 읽을 만화가 없어진다. 그러다 만화 광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절판된 책들을 교환하거나 중고로 구입하기도 한다. 이 사람은 만화읽기가 삶의 축인 셈이다. 모든 것이 만화로 환원되어 계산되고 가치가 정해진다. 누구는 화장품일수도 있고, 누구는 연애일 수도 있고, 누구는 영화일 수도 있다. 이렇듯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동선과 보이지 않는 축이 있다.

 

나의 경우, 삶의 동선을 만들어 내는 축은 책이다. 주로 인터넷 서점에 가입하여 책을 사고 서평도 올리며, 책의 동향을 읽는다. 하루 수백 권의 시간이 나오지만 많이 읽히는 책은 어느 서점이나 비슷하다. '주목신간'이나 'MD추천' 등의 이름으로 알림이 뜨기도 하고, 서점 메인에 걸리기도 한다. 다분히 상업적 마케팅일 경우가 많지만 허당은 아니다. 오래 보면 깊이 아는 법. 책 제목만 봐도 얼마나 팔릴지를 감 잡는다. 출판사나 저자, 책 디자인이나 추천 등을 보면 책을 더 신뢰하게 된다.

 

그렇다고 일반 서점에 무지한 건 절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사하구의 서점은 대부분 알고 있다. 동아대 앞의 향학 서점, 당리 사거리의 당리서점, 건국 중학교 입구의 건국서점, 사하구청 근처의 사하서점, 거기서 조금 더 괴정 쪽으로 가면 있는 학사서점, 다대포의 다대서점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괴정1동에 위치한 예림서점이다. 주차할 수도 있고 근처의 서점 중에서 규모가 제일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평시장 안에 상록서점도 있지만 아직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서점과 책은 내 삶의 동선을 이루는 중요한 점들이다. 심지어 책을 사기 위해 서면 영광도서나, 남포동의 남포 문고와 문우당을 방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십년 만에 찾아온 친구가 남포동이라고했다면 아마도 핑계를 대로 안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고 싶은 책이 생기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썩 좋은 축은 아니다.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드러난 비밀 같은 것이다. 

 



  1. 웬디 웰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p24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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